정당 지지도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의원 제도. 녹색당은 지난 2018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간발의 차이로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의원을 내지 못했다. 요구되는 득표수를 소수점 단위에서 미달했다. 간발의 차이였다. 올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제주도지사 후보를 낸 녹색당은 비례대표 도의원 후보 2명도 확정했다. 이건웅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신현정 청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다.

이건웅 비대위원장은 2003년 8월에 태어났다. 만18세다. 각종 법 기준 상 청소년이다. 그런가 하면은 현재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1학년에 재학중인 어엿한 성인이기도 하다. 올해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이 만18세로 하향되면서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가장 '젊은 피'다. 그는 어떤 제주를 꿈꾸고 있을까. 만18세 이건웅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이건웅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김재훈 기자)
이건웅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김재훈 기자)

-정치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중1때 강정평화대행진에 참여했다. 그 후로 매년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제주를 걸었다. 다양한 차별을 받고 국가권력으로부터 억압받는 분들을 만났다. 강정해군기지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사회에 관심을 갖고 정치도 관심 갖게 됐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어떤 활동을 해왔나?
중3 때부터 세월호 진상규명을 활동하며 서명을 받고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2019년도 4월에는 표선성당에서 학생들의 서명을 받았다. 그러다 그해 5월에 녹색당에 가입했다. 6월에는 청소년환경단체 ‘우리도제주도’를 공식 선포하고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연대체로서 함께 활동했다. 바랐던 조례가 아닌 많이 수정된 조례가 통과됐다. 아쉬웠다. 성소수자 인권보호 관련 문구가 빠지고 각 조항들이 의무 조항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면서 착잡했다. 표선고등학교 학생회장을 하면서 학교 내에서 학생인권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노력했다. 힘들었고 성과도 있었다. 입학할 때는 학생들의 염색, 화장, 퍼머 다 안 됐다. 이런 건 학교에서 재량으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같은 학교 규칙개정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왜 녹색당인가?
그런 말 많이 들었다. 기존 정당들은 무겁고 무섭고 너무 멀게 느껴졌다.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활동을 하면서 보니까 활동하시는 분들 중 녹색당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어리다고 반말을 하지 않았다. 주체로서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 의사 결정을 할 때 평당원으로 인정받는 걸 알게 되고 가입했다. 환경 난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큰 당이라는 점도 당원 가입 이유 중 하나다. 당원이 된 지 어느새 4년차다.

-녹색당 당내 문제들 터졌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당 가입 초기여서 그 당시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잘 몰랐다. 알아가고 공부하다 보니 상처받은 분들이 많겠구나, 싶었다. 당원들이 쭉쭉 빠져나는 걸 보면서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웅 정치의 키워드 3가지는?
청소년, 기후위기, 불평등과 차별.

이건웅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김재훈 기자)
이건웅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김재훈 기자)

-청소년 문제 어떻게 풀어가고자 하나?
현재 청소년들의 여건은 정치와 사회활동 참여는 둘째 치고 관심 가질 수 있는 분위기조차 안 된다. 학원 다니기 바쁘고 학업 부담이 너무 크다. 사회적으로 청소년 자체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미성숙하다고만 보고, 사회의 주체로는 보려 하지 않는다. 도의회에서 청소년 인권 조례를 만들고 싶다. 학생인권 조례는 통과가 됐는데 이건 학교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측면이 있다. 학교 재학 여부와 관계 없이 적용되는 청소년 인권 조례를 만들고자 한다.

-심화되는 기후위기 문제를 겪으며 살아가야 할 당사자 세대인데.
청소년들에게 기후위기는 생존권의 문제다.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구온도 1.5도씨 상승까지 7년 정도 남았다고 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무기력해진다. 제주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차도 중심이 아니라 인도 중심적으로 도시계획을 한 다거나, 렌터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난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 중산간 순환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걸 보고는 말이 안 나왔다. 탄소흡수원인 나무를 벨 게 아니라 나무를 늘려야 하는 상황 아닌가. 저탄소 관련 조례 등 난개발을 막는 강력한 조례가 필요하다.

-불평등과 차별 문제는 어떻게 보나.
청소년, 노인, 노동자, 여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 일단 국회 차원에서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하고, 도에서는 차별금지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물론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노력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사람과 사람 간의 차별에 그쳐서만은 안 된다. 나무를 베고, 도로를 만들고 동식물 서식지를 빼앗는 것. 이 역시 생태계 단위의 넓은 의미에서 차별이라 생각한다.

-출마하겠다는 마음을 먹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막연히 군대를 다녀오고 28살쯤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고는 있었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더 심해지고, 차별도 심해지고, 사회가 이분화 되고, 정치권이 갈라치기 하는 상황에서 그러면 너무 늦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무슨 노력이라도 해야겠다, 선거 출마 연령 제한이 완화되면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는데, 법이 바뀌면서 출마를 결심했다.

-첫 대선 소감은?
슬펐다. 개표결과를 보면서 울었다.(웃음) 진보정당의 표가 안 나올 건 알았다. 차악 투표였다. 최악은 피해야 하지 않느냐는 심리가 많이 반영된 것 같다. 진보 정당이 얻은 표가 많지 않아서 슬펐다. 이재명과 윤석열 둘이 비등비등했다. 이번 선거는 갈라치기 선거였다. 그 전 대선보다 진보진영 표가 적었던 것은, 내 편 네 편이 심화되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정권교체’ 얘기를 하지만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를 이뤘어야 했다.

이건웅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김재훈 기자)
이건웅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장(사진=김재훈 기자)

-제2공항 등 윤석열 당선자의 개발 공약에 대한 입장은?
제2공항에 대한 도민의견이 나왔으면 도민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나 생각한다. 제2공항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건 제주도민을 다시 반으로 갈라버리겠다는 것 아닌가. 도민 분열을 보면서 강정마을이 생각났다. 극심한 갈등이 제주 전체로 퍼진 셈이다. 이런 태도라면 대한민국 전체로 갈등이 유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제2공항 인근인 표선 출신이지 않나.
사실 내 고향은 제2공항이 건설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지역이다. 부모님은 찬성하고 있다.(웃음) 이럴 거면 강정대행진 안 보냈지,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하지만 내 활동을 지지해주신다. 토론도 많이 하고 있다. 큰 조력자이자 동료다. 앞장서지만 말아달라고 하신다.(웃음) 여하튼 내 생각은 분명하다. 공항으로 관광객을 유입시킬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각 마을의 브랜드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제주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관광객 수를 줄이는 것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사람이 정치를?’이라는 편견에 대해서는?
이번 대선을 통해 청년의 정치가 부각되고 있다. 만18세 여고생이 더불어민주당 광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청소년이 연단에 서서 발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청소년이라서 정치를 못 하는 게 아니라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이 의식이 없는 것이다.  30~40대가 투표도 안 하고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미성숙하다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청소년들이 왜 직접 정치하러 나오게 만들었느냐고 묻고 싶고, 이런 정치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제주여고 교사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갑자기 터진 게 아니다. 기초조사를 6개월 전, 지난해 9월부터 준비했다. 학생인권 침해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의 부조리,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나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위협받기 쉬운 자리에 있다. 생활기록부와 대학 입시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왜 졸업하고 지금 문제를 제기하냐는데, 왜 졸업하고 이제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잘 알 거라 생각한다. 도민께 학생들을 위해 함께 해달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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