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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상잣질 꽃 아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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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상잣질 꽃 아기씨
  • 고은희
  • 승인 2022.03.30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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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이등변 삼각형 모습을 한 큰노꼬메의 위엄 

정답게 마주 앉아 있는 울창한 자연림으로 이루어진 족은노꼬메의 부드러운 능선 

오름 모양새나 형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하나의 오름처럼 착각이 든다.

[나 홀로 나무]
[큰노꼬메]
[족은노꼬메]

말이 흔적을 남기고 간 목장 한편 

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어릿광대 '광대나물' 

하늘빛 미소가 아름다운 '큰개불알풀(봄까치꽃)' 

진자줏빛 곱디 고운 '가는잎할미꽃'은 따사로운 봄햇살이 눈부신지 

하얀 털옷을 입은 채 기지개를 켠다.

꼿꼿한 매혹적인 자태에 꼬부랑 할머니는 옛말이 되어버렸다.

[광대나물]
[큰개불알풀(봄까치꽃)]
[가는잎할미꽃]

따뜻한 온기로 나무 잎새는 아침마다 색을 달리하고 

오름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는 '참개암나무' 

봄의 전령사가 되어 일찍 꽃망울을 터트린 '생강나무' 

붉은 몽우리가 아직이지만 짧은 봄날을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 줄 '올벚나무' 

봄바람 휘날리며 벚꽃의 향연이 곧 펼쳐질 찬란한 봄이 걸어온다.

[참개암나무 '암꽃']<br>
[참개암나무 '암꽃']
[참개암나무 '수꽃']
[참개암나무]
[생강나무]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숲길 

조선시대에 제주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인 잣성 

상잣성은 말들이 한라산 삼림지역으로 들어갔다 얼어 죽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오름~목장 탐방로를 조성하여 중산간의 목축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상잣질을 조성하였다.

[상잣질]
[(분홍)새끼노루귀]

황량한 숲, 낙엽 속에서 막 새순을 틔워 기지개 켜는 어린 꽃들 

봄비와 나뭇잎을 이불 삼아 보송보송 솜털을 단 앙증맞은 '새끼노루귀' 

밟힐까 조심, 또 조심하며 한 발짝 한 걸음 그냥 스치기엔 

너무 아쉬워 담고 또 담아낸다.

[(분홍)새끼노루귀]

작은 돌 틈에도 스며든 하얀 봄 

햇빛이 다녀가고 바람이 길을 만든 곳에는 어김없이 끈질긴 생명력 

까꿍! 반갑다, 새끼노루귀 

[새끼노루귀]
[개구리발톱과 새끼노루귀]
[새끼노루귀]

통 바람이 부는 삼나무 숲 

숲이 주는 편안함과 초록에너지는 힐링의 시간을 만들어주고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빽빽하게 들어선 수직 세상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절경은 눈을 사로잡는다.

[삼나무]

봄을 부르는 생명이 속삭이는 상잣질 

자연의 사랑을 먹고 자란 찬란한 이 봄의 꽃 아기씨들 

한꺼번에 봄을 깨우는 소리가 넘쳐난다.

[별꽃]
[박새]
[세복수초]

숲 속 나무들이 초록색을 감췄기에 세복수초의 샛노란 색감이 도드라진다.

남들보다 먼저 겨울잠에서 깨어난 봄의 전령사 

언 땅을 뚫고 나왔던 얼음새꽃 '세복수초'는 무성하게 자라 

황금물결 꽃길을 걷게 해 준다.

[세복수초]

봄을 여는 봄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숲 가장자리에는 

초록 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로 갈아입은 '세복수초' 

길고 말린 잎이 멋있는 별을 닮은 '중의무릇' 

허리를 꼿꼿이 세운 당당한 모습의 '개구리발톱' 

종달새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화려한 외출이 시작된 '현호색' 

앙증맞은 이름도 별난 골짜기의 황금 '흰괭이눈' 

군락을 이룬 고양이 눈을 닮은 '산괭이눈' 

수줍은 듯 하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가냘픈 변산아씨 '변산바람꽃' 

바람꽃 속 식물 가운데 꽃잎 모양의 꽃받침수가 가장 많은 하얀 속살을 드러낸 '꿩의바람꽃' 

겨우내 움츠렸던 새 생명은 세상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중의무릇]
[개구리발톱]
[현호색]
[현호색]
[흰괭이눈]
[변산바람꽃]
[산괭이눈]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쌍두']
[꿩의바람꽃]
[꿩의바람꽃]

걸을 때마다 봄을 밟는 소리 

따스한 햇살과 향기를 품은 바람, 맑음이 펼쳐지는 숲길에는  

꽃잎을 활짝 연 유독식물 별사탕 꽃 '개감수' 

자연이 그려낸 아름다운 자줏빛깔 쥐방울 '개족도리풀' 

화려하진 않지만 습기가 있는 그늘을 좋아하는 향기를 품은 '벌깨냉이' 

쪽빛 바다를 이룬 진초록 잎이 아름다운 '산쪽풀' 

꽃 아기씨들은 이어달리기를 한다.

[개감수]
[개족도리풀]
[황새냉이]
[산쪽풀]
[벌깨냉이]
[상잣질]

앙상한 숲 속,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기 전 낙엽 수림대 아래에는 

조용한 듯 하지만 햇빛과의 전쟁을 치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봄이 가장 먼저 오고 있음을 알려주었던 '세복수초' 

하얀 그리움으로 봄바람 타고 자취를 감춰버릴 '변산바람꽃' 

속살을 드러내 일찍 빛이 났던 봄은 

또 이렇게 그리움을 담아 우리에게 스며든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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