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83세인 강숙자 할머니에겐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4·3 당시 강 할머니의 아버지는 무고하게 육지 형무소에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강 할머니는 아버지의 6촌 밑으로 호적을 두고 평생을 살아왔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 강 할머니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라도 아버지의 딸로 이름을 올리고 싶지만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유해를 찾지 못해 친자 관계를 입증하는 일은 막막하기만 하다. 

4·3 수형인에 대한 무죄 판결과 희생자 배보상 등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잇따르고 있지만, 우리 곁엔 여전히 소외되고 고통받는 수많은 ‘숙자’가 있다.

KBS제주방송총국은 다음 달 1일 오후 7시 40분 4·3으로 뒤엉킨 가족관계를 풀기 위해 세상에 나선 강 할머니와 손녀의 여정을 담은 휴먼다큐 ‘숙자’를 방영한다. 연출 및 촬영엔 양호근 감독이, 구성과 글은 김명주 작가, 내래이션은 소녀시대 멤버이자 배우인 최수영이 맡았다. 

인터뷰에 담긴 할머니의 증언들은 웹툰 형태의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 전달력을 높였다. 이밖에 샌드 애니메이션, AI 스피커 대화 등 감각적인 장치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강숙자 할머니가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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