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너무 몰랐다-해방,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김용옥 씀, 통나무 펴냄)
《우린 너무 몰랐다-해방,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김용옥 씀, 통나무 펴냄)

사람으로 태어나서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사람뿐 아니라 모든 목숨 있는 것들은 평화롭게 숨을 쉬며 살아야 한다.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는 3만 명 넘는 사람 목숨이 사라졌다. 그 수보다 더 많은 집과 동물과 나무와 새들이 불에 타고 굶어 죽었다.

그때 제주도에는 30만 가까운 사람들이 살았다. 열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죽은 것이다. 내가 사는 제주 구좌읍 세화리 다랑쉬오름 옆에 있던 마을은 사람과 집이 모두 불타서 마을이 없어졌다. 제주도에는 그렇게 없어진 마을이 여럿이다.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형 누나 동생 언니가 모두 죽어서 혼자만 살아남은 사람도 있다. 아니 식구 모두가 죽음의 불구덩이에 빠져서 다른 피붙이가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역사를 보는 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있었던 일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일을 제대로 보는 눈이다. 총칼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공산주의자로 몰아 죽였다. 도대체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벗어난 조선에서,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여순항쟁’이라 부르는 전라도 여수 순천 땅에서 살던 사람들 만 명이 넘게 죽고 ‘국민보도연맹’에 들어간 사람들 20만 명 넘게 죽었을까.

한국전쟁(1950.6.25.~1953.7.27.) 때는 군인이 아닌 사람들도 200만 명 가까이 죽었다. 또 해방이 되고 나서 조선을 이끌려는 독립운동가들도 수없이 죽임을 당했다. 해방 정국 정치지도자 송진우 여운형 장덕수 김구는 암살을 당했고 오직 이승만만 살아남았다. 그는 미국을 등에 업고 한반도 남녘에 첫 대통령이 되었다가 1960년 4·19혁명으로 쫓겨나 미국으로 도망쳤다.

1945년부터 1948년 3년 동안 미국 군사정부가 조선을 다스렸다. 그때, 한반도 남녘 사람들은 일본이 조선 사람들을 괴롭혀서 배가 고플 때 보다 더 배고프게 살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미국은 한반도 남녘을 자신들 제국주의 전략기지로 삼았다. 소련과 중국 정부에 맞서 싸우는 군사기지가 한반도 남녘이다. 그런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죽였다. 이승만은 그런 죽임을 도와주는 꼭두각시였다.

일본은 1910년부터 1945년 36년 동안 조선을 총칼로 다스리며 조선 백성들을 죽였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도와서 조선 독립운동가를 죽였던 일제앞잡이들이 1945년 해방이 되고나서 미국 군사 정부와 이승만 도움으로 다시 조선 사람들을 죽이는 일에 나섰다. 해방 정국에 한반도 남녘은 일본 통치자를 도와주었던 군인, 경찰, 판사, 검사, 정치인들이 나서서 조선 백성들 수십만 명을 죽이고 수백만 명을 굶주리게 하고 2천만 명이 넘는 조선 사람 대부분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오늘은 2022년 4월 1일. 우리 집 마당에 동백꽃이 뚝 뚝 떨어진다. 나는 꽃들이 차에 짓밟히지 않도록 그 동백나무 아래 살포시 옮겨놓는다. 총과 칼로, 탱크와 불로 조선 백성을 짓이겼던 1948년 4월 3일 그날이 떠올라서다. 해방 정국에 이승만과 미군정, 일본 앞잡이들에게서 죽어간 제주 민중들이 흘린 피와 한이 내 가슴을 찢는다. 해방 정국에 있었던 민중 학살을 밝혀지는 날이 조선이 해방되는 날이다. 이 땅에서 미군이 나가고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 되는 날이 왔을 때에 진정한 해방으로 기뻐서 춤을 출 수 있다.

김용옥이 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해방 정국에 있었던 민중학살을 알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두렵다. 시퍼런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나는 감옥에 갇힐 수 있다. 내가 해방 정국에 태어났다면 죽었을 것이다. 이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이유로 산 채로 불태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난 두렵지 않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은종복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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