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면신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 위원회 위원장(사진=대책위 제공)
 제성마을 주민(사진=대책위 제공)

식목일인 지난 5일 ‘제성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낭싱그레가게’는 ‘통한의 식목일’ 행사를 열었다. 이제 연로하여 할머니가 된 ‘제성마을’ 주민들이 무참히 잘려나간 왕벚나무를 다시 살리기 위해 마련한 문화행사다.

이 행사는 잘려나간 벚나무 가지와 뿌리를 화분에 심는 퍼포먼스로 진행됐다. 행사에 쓰인 가지와 뿌리는 무단 벌목으로 쓰러진 왕벚나무에서 꺾어온 가지와 캐어온 뿌리들이다. ‘제성마을’ 할머니들이 보관해 뒀다가 식목일을 맞아 화분에 옮겨 심었다.

행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80년 전 ‘몰래물’ 철거민의 아픔과 40년 전 ‘제성마을’ 설촌의 희망을 간직한 왕벚나무가 되살아나길 기원했다.

그러면서 제주시 관계 당국의 진심 어린 사죄와 제성마을 원주민들의 물적, 심적 보상 요구에 응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제성마을 왕벚나무 대책 위원회(위원장 오면신)에 따르면 ‘제성마을’은 과거 ‘몰래물’(구사수동) 주민들이 세운 마을이다. 주민들은 정든 마을을 떠나 이주해야만 했던 철거민으로서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대책위는 "‘몰래물’ 철거민의 수난은 1941년 정뜨르 비행장이 건설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비행장 건설로 ‘몰래물’에서 쫓겨난 주민들 절반이 옆 마을로 이주하여 ‘새몰래물’(신사수동)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40년 후, 제주공항 확장공사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 ‘몰래물’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고, ‘새몰래물’ 주민 일부는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다시 7년이 지난 후인 1987년, 하수종말처리장이 들어서게 되면서 남아있던 주민들마저 다시 이주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복잡하고 연이은 철거로 마을을 떠나야만 했던 ‘몰래물’ 주민들은 인근 마을로 흩어져 4개의 마을을 설촌하게 된다. 조부모, 부모, 자식으로 이어진 ‘몰래물’ 철거민이 세운 4개의 마을 중 하나가 ‘제성마을’"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제주 행정이 일방적으로 베어버린 왕벚나무들에 대해 "40년 전, ‘제성마을’ 원주민들이 설촌을 기념하여 심은 소중한 나무들"이라며 "제주시 당국은 통장의 승인을 빌미로 무단 벌목한 것이다. 시청 앞에서 시위까지 벌였으나 아직까지 시 당국의 뚜렷한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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