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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별도봉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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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별도봉의 봄날
  • 고은희
  • 승인 2022.04.1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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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 너머로 닮은 듯 다른 듯 맞닿은  

바닷가 절벽을 나눠 형제처럼 다정한 오름 '사라봉과 별도봉'에는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봄의 여신 벚꽃이 제주의 짧은 봄을 화사하게 물들인다.

[거상 김만덕의 얼이 살아숨쉬는 건입동]

제주시의 최고의 오름 '사라봉'은 

해발 148m 정도로 제주항 동쪽으로 바닷가에 접해 위치한 오름으로 

오름의 형태는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로서 

붉은 송이(스코리아)로 구성된 기생 화산체이다.

일제강점기 진지동굴, 산지등대, 봉수대 등 문화재가 많은 곳으로 

제주 구도심에 자리 잡은 사라봉은 일대가 공원으로 조성되어 

도민들의 쉼터이자 운동 장소로 제주지역 숲 중 시민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정상에는 과거에 쓰였던 봉수대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왕벚나무]
[제주 사라봉 일제 동굴진지]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군 군사 시설의 하나로 

태평양 전쟁 말기 수세에 몰린 일본군이 제주도를 저항 기지로 삼았던 침략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 시설물은 일본군이 제주 북부 해안으로 상륙하는 연합군을 1차 저지하고 

제주 동비행장(진드르 비행장)과 제주 서비행장(정뜨르 비행장, 현재 제주국제공항)을 

방어하기 위해 구축된 것으로 8곳의 동굴 진지로 구성되어 있다.

[봄꽃들로 터널을 만든 산책로]
[장딸기]
[자주괴불주머니]
[별꽃]
[동백나무]

잘 닦여진 돌계단을 따라 

지그재그로 난 경사진 언덕을 올라가면 금세 정상에 도착한다.

산토끼일까? 집토끼일까?

익숙한 듯 풀밭에 자연스레 앉아 모델이 되어준다.

[운동기구 및 편의시설]

제주의 아침이 열리는 사라봉공원 

성산일출과 함께 영주 10경 중의 하나인 사봉낙조의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고, 운동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새벽 시민들의 운동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정상(망양정)에서 바라본 제주시내 전경]

정상의 팔각정(망양정)에 오르면 

파란 하늘과 멀리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수평선, 제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남쪽으로는 웅장한 한라산이 바라다 보인다.

예전에는 나무들이 무성해 시내 전경이 가려져 아쉬웠었는데 

전정 작업으로 탁 트인 시야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봉수대]

망양정 동북쪽에는 제주도 기념물 제23호인 봉수대가 잘 보존되어 있다.

[진지 동굴]

진지 동굴은 사라봉뿐만 아니라 

제주도 곳곳에 남아 있는 전쟁이 남긴 역사의 흔적이다.

[사라봉 해송숲]

아름다운 어울림상을 수상한 솔숲이 아름다운 사라봉 '시민의 숲' 

팝콘처럼 툭툭 터져버린 벚꽃들의 합창 

솔숲의 시원함과 꽃 향기로 가득한 아름다운 봄날이 한창이다.

[왕벚나무]
[칠머리당 영등굿터]

사라봉 동쪽으로는 별도봉까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을 할 수 있는 산책로가 이어져 

제주시민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사라봉]
[별도봉 경방초소]

별도봉 정상에는 

봄바람에 살랑이며 무리 지어 핀 '미나리아재비'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 양지꽃도 꽃잎을 활짝 열었다.

[미나리아재비]
[미나리아재비]
[양지꽃]

벚꽃 흩날리는 숨겨진 명소, 이름마저도 빛나는 '별도봉' 

환상적인 벚꽃 산책길을 담은 별도봉은 

예전에는 바닷가 쪽에 낭떠러지가 있는데 연유하여 '베리오름'이라 불려졌으나 

현재는 화북동의 옛 마을명 별도(別刀)를 따라 별도봉이라 부른다.

오름 정상부에 다다르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 너머로 한라산과 

이웃한 원당봉을 시작으로 군락을 이룬 동부의 오름은 배경 자체가 그림이 되어준다.

계단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내려가면 

아름다움 속에 슬픈 사연을 간직한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과 만나게 된다.

[주상절리대]
[안드렁물]

안드렁물 주상절리대는 

제주시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주상절리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 '안드렁물'은 곤을동(제주 4·3 잃어버린 마을)의 안곤을 주민들이 이용했던 식수터로 

주민들은 3단으로 나눠진 이 물을 먹는 물과 허드렛물, 빨래 물로 이용했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식수로 이용할 수가 없다.

[밀사초]
[광대나물]
[광대수염]

제주 4·3 당시 초토화되어 터만 남아 있는 자연마을이었던 곤을동은 

군인들에 의해 초토화되면서 '잃어버린 마을'로 아픈 사연을 간직한 채 흔적만이 남아있어 

제주만이 겪었던 4·3의 아픔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

해안마을 70여 호로 이루어졌던 곤을동은 

1949년 1월 4일 군인들에 의해 초토화되어 복구되지 못한 채 

'잃어버린 마을'로 슬픈 사연을 간직한 채 보는 이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이곳 주민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토벌대에 의해 가옥이 전소되고 

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별도봉]

제주 시내에 숨어있는 벚꽃 명소 '별도봉'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

하양, 연분홍색을 입힌 벚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등성이 

피는 듯 벌써 연초록 잎이 돋아나고 

비와 바람에 곧 흩날리는 꽃비, 아파도 곱게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자.

[애기 업은 돌]

절벽을 넘어 돌아가는 길에 '애기 업은 돌' 

고기를 잡으러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망부석의 전설, 

애기를 업고 바다를 향해 누군가 기다리는 듯 애처로운 모습은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이지만 마음이 짠해진다.

주변에는 이곳에서 몸을 던졌다는 '자살바위', 누워있는 귀여운 모습의 '곰바위' 등 

별도봉 산책로에는 여러 가지 사연을 담아 이름을 붙인 바위가 여럿 있다.

[제주항]

사라봉과 맞닿아 있는 별도봉 

해안 절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먼바다 쪽으로 뻗어 난 방파제가 길게 이어져 있다.

수시로 배가 들고 나는 제주 항구에 거대한 여객선과 화물선, 

해안절경이 펼쳐지는 바다 아래로 느릿느릿 걷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사라봉과 별도봉을 잇는 장수 산책로]

장수 산책로에는 봄처녀 '산자고' 

땅 아래 바라보다 찾아낸 존재감을 드러낸 '꿩의밥' 

산과 들에 가장 흔하게 피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무렵 피는 '제비꽃' 

정리되지 않은 풀밭 위로 모습을 드러낸 봄꽃들이 참 곱다.

[산자고]
[꿩의밥]
[콩제비꽃]
[남산제비꽃]
[제비꽃]
[왕벚나무가 아름다운 길]

내 눈에만 담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풍경들 

초등학교 시절, 교실이 없어 교육대학의 강의실을 교실로 사용하며 

별도봉을 뒷동산처럼 오르락내리락했던 그 추억의 길을 

길동무와 걷는 내내 추억도 함께 걸었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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