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목일은 제성마을의 역사이자 삶의 동반자였던 벚나무가 불통행정에 잘려나가는 비통한 소식이 전해지며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나무를 심는 날 “식목일” 그만큼 나무를 심는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르기에 나무를 심는 날까지 따로 만들었을 것이다.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나무를 심는 날까지 만들어야 했을까? 그런 날을 앞두고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위해 애쓰는 3월 중순, 청정과 공존을 내세운 제주시는 마을의 설촌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그 소중한 나무를 뭉텅 베어버렸다. 제주시가 도시의 나무와 숲을 대하는 방식은 매우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이다. 그것은 이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도로 확장으로 인해 베어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사진=조수진 기자)
도로 확장으로 인해 베어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사진=조수진 기자)

#2017년 어느 날 광령3리에 벚나무가 사라졌다

벚나무의 수난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제주시는 하귀1리부터 광령3리까지 도로구간에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한다며 하귀1리 노견 확포장 사업을 진행했다. 이 구간에는 과거 광령3리 마을주민들이 식재한 벚나무 50여 그루가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훌륭한 가로경관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었다. 봄이면 벚꽃길을 보러 일부러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자, 한여름에는 보행자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소중한 나무들이었다.

잘려나간 광령3리 벚나무. 그 옆으로 보행자통행로가 포장되어있다.(사진=김정도 제공)
잘려나간 광령3리 벚나무. 그 옆으로 보행자 통행로가 포장되어 있다.(사진=김정도 제공)

그런데 제주시는 단 한차례의 논의도 없이 이들 벚나무를 모두 제거해 버렸다. 살려둔 나무나 이식된 나무는 단 한그루도 없었다. 제주시는 벚나무가 도로와 보행로 사이에 있어서 노견확보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이기 때문에 제거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다면 차량이 인도로 진입하는 것을 막는 벚나무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옳았다. 그리고 벚나무가 그 자리를 지킴으로 보행자들은 더욱 안전하고 뛰어난 경관을 즐기며 행복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을 것이다. 제주시는 나무도 사람도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업체가 그려준 계획도와 그에 따른 실행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시민들의 추억을 담은 나무들이 사라졌다

제주시는 결혼, 출산 등을 기념하는 해에 나무를 심어 오랫동안 추억을 간직하고, 가정마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붐이 조성되기를 기대하며 해마다 생애주기별 기념 내 나무 갖기 행사를 벌여왔다. 사업취지와 방식도 좋아 많은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행사 후에도 자신들이 심을 나무 식재지를 찾곤 했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추억을 꾹꾹 눌러 담아 나무들을 소중히 심었다. 그런데 이 나무들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곳은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생애주기별 나무심기 행사전경. 이곳은 이후에 제주칠머리당 영등굿 전수관 주차장이 된다.(사진=김정도 제공)
생애주기별 나무심기 행사전경. 이곳은 이후에 제주칠머리당 영등굿 전수관 주차장이 된다.(사진=김정도 제공)

이번엔 제주도가 관리주체인 제주시를 무시하고 2010년 시민 250명이 생애주기별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해 먼나무 100그루를 심은 도시숲을 없애버렸다. 나무들은 한라도서관으로 이식되었다고 하나 어떤 나무가 내가 심은 나무인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제대로 이식되었는지 조차 확인이 불가능했다. 문제는 제주도가 무리한 행정을 하는 동안 제주시는 전혀 견제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무가 사라짐과 동시에 추억도 빼앗긴 시민들의 자괴감에 제주도나 제주시나 딱히 사과하지 않았다. 물론 그에 대한 통보도 하지 않았음은 덤이다.

#도시숲이 아파트 명당으로

어디 그뿐인가? 제주시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아파트 개발사업들은 죄다 도시공원 민간특례로 진행되고 있다. 동부공원, 중부공원, 오등봉공원 등 대규모 녹지와 숲이 사실상 부동산시장을 위해 재물로 바쳐진 셈이다. 더욱이 오등봉공원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마저 부실하게 이뤄지며 도시환경을 위해 도시공원을 보전하려면 민간특례가 불가하다고 역설했던 제주시의 주장이 얼마나 허술한 변명이었는지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10월 21일 진행된 '오등봉공원을 지키기 위한 도민 공익 소송단' 기자회견(사진=김정도 제공)
지난해 10월 21일 진행된 '오등봉공원을 지키기 위한 도민 공익 소송단' 기자회견(사진=김정도 제공)

도시의 다양한 생물들을 품은 생명의 보고이자 도시가 자연과 단절되지 않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공간인 이들 도시공원이 파괴되고 위축된다면 결과적으로 생물다양성이 크게 위축되고 도시숲으로서의 기능도 상당부분 후퇴가 불가피하다. 도시숲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제주시가 대규모 벌채와 개발을 통해 도시숲을 파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할까? 제주시의 인구증가가 절벽에 다다랐다는 징후가 나오는 가운데 수천세대의 아파트를 세우는 일이 과연 도시숲을 없애는 것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도시숲이 왜 중요하냐고 묻거든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시민 일인당 9㎡의 녹지를 도시가 확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도대체 국제기구들이 왜 이런 기준을 정하고 권장하고 있는 것일까? 쉽게 얘기해서 그 도시의 환경이 건강한지를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바로 녹지 즉 도시숲에 있기 때문이다. 현대도시는 상당한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간이다. 최근에 WHO는 세계인의 99%가 기준치에 미달하는 공기를 마시고 있다고 밝혔다. 그 정도로 도시의 대기오염 정도는 매우 심각하다. 그렇다면 이런 도시의 오염을 저감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나무 그리고 숲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시내 숲의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도시의 생태계가 건강해지고 그만큼 다양한 오염을 빠르게 정화시킨다. 이로써 보건의료비용을 크게 감소시키고 세금을 보건의료 외에 시민복지와 복리증진을 위해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게 만든다. 

최근 연구들도 도시숲이 얼마나 시민들의 건강에 큰 이득이 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지에 따르면 녹지 근처에 사는 사람은 우울 증상이 적고 사회적 관계가 양호한 특징을 보였다. 또한 녹지가 인접한 환경에 거주한 사람은 심장질환과 뇌졸중으로 입원할 가능성이 적었다. 뇌졸중을 겪은 사람의 경우 녹지가 없는 환경에 사는 사람보다 생존율이 높았다. 미국 루이빌대학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도시숲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소변 내 아드레날린과 산화 스트레스의 척도인 아이소프로스테인 수치가 낮았고, 손상된 혈관 복구 능력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녹지주변에 살수록 신체활동 참여정도가 늘고, 세포를 파괴하는 활성산소도 적게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숲이 사람을 치유한다는 말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결국 사람도 자연이 일부인 이상 자연환경의 질이 사람의 건강의 질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도시숲이 부족한 제주시

우리가 부러워하는 유명한 친환경도시의 특징은 도심 내 숲이 넓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건물내 빈공간이든 심지어 벽면까지 어떻게든 녹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가로수부터 도시공원의 나무들 하나하나 세심하게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애를 쓴다. 세계의 환경수도라 불리는 브라질 쿠리찌바의 경우 1인당 도시숲의 면적은 무려 60㎡에 달한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어떨까? 도시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전국에서 거꾸로 2위다. 신도시에 해당하는 세종이 꼴지인데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 그만큼 제주시 내에서 초록을 느낄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도시 외곽에 좋은 숲이 많은데 시간 내서 가면 되지 않느냐 반문한다. 하지만 평일에 해야 할 일이 정해진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런 외곽의 숲을 찾기가 어렵다. 내 옆에 있는 숲과 일부러 찾아가야하는 숲이 있다면 누구나 내 옆의 숲을 찾게 될 것이다. 오죽하면 숲세권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게다가 앞서도 얘기했듯이 도시숲은 도시의 오염을 정화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도시의 허파와 같은 곳이 도시숲이란 말이다. 그런데 정작 제주시 내엔 숲도 부족하고 있는 나무마저 생각 없이 잘려나가고 있다. 심지어 가로수도 오직 행정편의를 위해 가지가 무리하게 잘려지고 있다. 당장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시민들에게 제공해 줘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로수를 행정이 무차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가로수를 가로숲이라 부르고 도시숲과 숲을 연결하는 생태통로로 정의하는 상황을 제주시는 아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청정과 공존이 회복된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하여

도시의 나무를 대하는 방식이 그 도시가 얼마나 생태적으로 환경적으로 우수한지를 나타낸다. 즉 그 도시의 품격을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지표라는 얘기다. 환경수도를 천명한 제주도 그리고 많은 인구가 밀집한 제주시가 과연 그에 걸맞은지 모르겠다. 심지어 우리는 최근의 몇몇 일들을 거치며 현재의 제주시가 환경수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제주시에서 가로수는 늘 도로의 확장을 위해 사라지고, 도시숲은 대규모 아파트를 위해 사라진다. 나무를 대하는 방식이 얼마나 가혹하고 폭력적인지 우리는 매해 반복하며 확인하고 있다. 게다가 이 나무를 대하는 방식이 시민에게 그대로 전이되어 비민주적이고 반자치적인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환경수도는 거창한 구호일 뿐인 것이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인 이상 건강한 자연에서 우리는 건강하고 쾌적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건강하지 않은 자연은 곧 건강하지 않은 우리를 상징한다. 청정과 공존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건강하고 쾌적한 삶과 행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깨닫지 못한다면 결국 도시민들의 삶의 질은 지속적으로 추락할 뿐이다.

제주시가 청정과 공존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려면 나무를 대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도시숲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도시숲을 건강하게 가꾸고 늘려가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제주시가 시민 하나하나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고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리고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한 시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도시의 나무와 숲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길 바란다. 도로와 아파트에 나무와 숲을 내주지 말고 시민들과 수많은 생명들에게 나무와 숲을 돌려주길 바란다. 그것이 최고의 복지이고 최고의 복리라는 점을 부디 잘 헤아려주길 바란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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