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월호 8주기이다.

우리는 '세월호를 노랑노랑해 위드청소년'이라는 세월호 8주기 행사에 참여했다. 이 기회가 없었더라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지만, 이 행사를 참여하며 우리는 세월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에게 세월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어났던 사고에 불과했다. 그 당시에는 그 일이 어떤 일인지도 모르고 그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 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학교에서 세월호 공부를 하고, 행사에 참여하며 세월호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사건은 나에게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저 학교에서 하는 수업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올해 세월호 8주기 행사에서 유가족분들을 만나 간담회를 했다. 자식들을 그리워하고 계셨고, 진상규명에 관한 이야기와 이것을 위해 하고 계시는 활동들을 말씀해 주셨다. 하루하루 가족을 그리워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시는 유가족분들을 보며 이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유가족분들이라고 생각했다. 살아있는 동안 죽은 가족을 그리워하며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계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행사의 공모전 준비를 위해 세월호 참사 생존자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세월호에 관한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사실들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만나 본 세월호 생존자 분은 파란 바지 동수 삼춘(윗사람을 부르는 제주어)이셨다.

동수삼춘은 제주에서 화물기사 일을 하시던 분이셨고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말씀해 주셨다. 배가 기울며 그 충격에 사람들은 뒹굴었고 이후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나도 많이 들어 이미 알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수 삼촌과 몇 화물기사 분들은 방송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사람들을 구하러 다니셨다. 자판기는 공중에 매달려 있고 복도는 뒤집혀 걸어갈 수도 없었다. 창문은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고 했다.

동수 삼촌은 소방호스를 이용해 사람들을 위로 끌어 올리셨다. 배 주위에는 해경 몇 명과 헬기 몇 대가 전부였고 그들은 구조작업을 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동수 삼촌뿐이었다. 삼촌은 그렇게 쉬지 않고 구조작업을 했다. 삼촌께서는 배 안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물 위를 떠다니며 구해달라고 외치는 이들을 보았고 구해주겠다. 약속했다. 그러나 사람들을 다 구조했다는 해경의 말과 함께 배 밖으로 끌려 나오셨다.

육지, 진도체육관에서는 배 안에 있는 이들의 가족분들께서 자신들의 아이를 찾기 위해 외치고 있었고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그곳에서 삼춘은 외치셨다. 아직 배 안에 사람은 많고 해경들은 구조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듣는 이들은 없었고 삼촌은 계속해서 배 안에서 눈을 맞추었던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그렇게 배 안의 사람들은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생존자분들에게 살았으면 된 것 아니냐고.

“당신은 살았잖아요. 저희 애들은 죽었습니다.”

혼자 살아 나왔다는 이유로 생존자는 배신자와 죄인이 되어있었다. 삼촌이 유가족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가 전부였다.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에서 생존자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 사건 당시에 배에 있던 사람은 유가족이 아닌 생존자분들이셨다. 직접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보았다. 이 사실과 진실들을 외쳐도 듣는 이들은 없었고 유가족들만이 앞서서 이야기했다.

생존자분들도 고통 속에서 살고 계신다. 희생자분들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나타난다. 이들을 잊기 위해 술과 약물로 치료하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고 그러며 생존자 가족 모두가 고통받았다.

이렇게 하루하루 고통과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생존자분들이셨다. 나는 처음으로 생존자분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고 생존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마음이 계속 들었다. 삼춘이 그 당시 느끼셨던 고통과 지금까지 살며 받으셨던 또 다른 상처들이 아물지 않고 있다.

유가족은 그 당시 상황과 진실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유가족의 이야기만 듣고 있다. 우리는 계속 세월호의 진실과 진상규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이 사실들을 알고 있는 이들을 외면하며 아무런 의미도 없는 진상규명과 진실만을 외치고 있다. 우리는 너무 세월호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번에 세월호의 진실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떠한 한 사건의 한 면만 보아서는 안 되며,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진실을 보아야한다.

 

정소민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9학년 받침반 친구들과 함께 제주로 내려오게 된 정소민입니다. 저는 이번에 제주도로 내려오며 올해 꼭 성장하고 기존에 있던 저희 안 좋은 모습 불건강했던 모습들을 지워나가며 새로운 나 진정한 저를 찾기 위해 제주에 왔습니다. 아직 제주에서 지낸 지 세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깨지기도 하고 넘어지고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저를 보면 제주 마지막 날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가 됩니다. 아직은 힘도 체력도, 저를 살필 수 있는 능력도 부족하지만 올해 제주에서 이것들을 채워나가 당당하게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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