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숲길 

숲길과 이어지는 계곡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연초록 새 잎이 돋아나고 

아침마다 색을 달리하는 품격을 지닌 계곡의 모습이 드러난다.

울퉁불퉁 계곡을 한참 동안 걸어 힘들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계곡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고여있지만 깨끗하고 맑은 물에 마음까지도 담가본다.

[털진달래]
[생강나무]
[상산 '암꽃']
[상산 '수꽃']

겨울나무들은 잎을 만들며 계곡의 봄은 무르익어가고 

나뭇잎 사이로 살짝 들어오는 고운 햇살, 새들의 지저귐, 바람도 잠시 쉬어간다.

제주가 만든 용암계곡, 오랜 가뭄에 계곡의 바닥은 말랐지만 

군데군데 바닥이 훤히 보이는 하늘을 담은 고인 물 

언제 만나도 계곡이 주는 경이로움에 잠시 멈춰 바라볼 뿐이다.

[물웅덩이]
[구황식물로 이용되었던 '도토리']
[표고버섯]

돌과 초록 이끼가 만들어낸 계곡 정원 

거대한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린 생명 강한 나무 

 얕은 뿌리가 지상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고목이 된 나무는 

쓰러져 썩어가지만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한다.

[세복수초]

이른 봄, 언 땅을 뚫고 노란 얼굴을 내밀었던 세복수초는 

무성하게 자라 초록잎으로 덮였고 

봄비와 나뭇잎을 이불 삼아 보송보송 솜털을 단 앙증맞은 '새끼노루귀'는 

꽃이 핀 후 노루귀처럼 생긴 잎이 도드라지고 

나무 그늘 아래, 돌 틈으로 봄 외출이 시작된 '현호색' 

손 탈까? 벼랑에 터를 잡아 삐죽이 얼굴을 내미는 위태한 꽃 아기씨들까지 

계곡의 아침은 봄의 절정으로 달린다.

[새끼노루귀]
[(분홍)새끼노루귀]
[큰개구리발톱]
[산괭이눈]
[흰괭이눈]
[중의무릇]
[나도물통이]
[좀현호색]
[현호색]
[큰개별꽃]
[큰괭이밥]
[꿩의바람꽃]
[꿩의바람꽃]
[남바람꽃]
[눈범꼬리]
[황새냉이]
[벌깨냉이]
[산쪽풀]
[홀아비꽃대]
[홀아비꽃대]
[개족도리풀]
[민족도리풀]
[민족도리풀 변이]
[개감수]
[고깔제비꽃]
[남산제비꽃]
[남산제비꽃]
[박새]
[말나리]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계곡 

숲을 만나 숲을 빠져나오니 아쉽기만 한 짧은 봄날 

푸른 기운이 가득한 곳에 뜻하지 않는 찰나의 기쁨과 설렘을 담았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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