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장이 된 제주. 제주의 현실은 주류사회가 추구해온 미래 모습이 아닐까? 청년들이 바라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제주투데이는 제주 청년 보배와 육지 청년 혜미가 나누는 편지를 통해 그동안 주류사회가 답하지 못한 자리에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제주대안연구공동체 협력으로 진행되는 [보혜미안편지]는 음악·영화·책 등 다양한 텍스트를 중심으로 10회 연재된다. 이들이 끌고온 질문에 우리 사회가 책임있는 답을 하길 바라며. <편집자주>

다큐멘터리 '그해, 지구가 바뀌었다' 스틸컷.
톰 비어드 감독 다큐멘터리 '그해, 지구가 바뀌었다' 스틸컷.

혜미님, <킹메이커> 소개 감사합니다. 정치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지역감정 등 부정적인 것들을 만들어 낸 사실들이 참 가슴 아픈 영화였다고 생각이 드네요.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가 아닌 우리의 삶을 좋아지게 하는 정치가 펼쳐지기를 바라봅니다. 

아참,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지난 편지를 보낼 때 코로나 19 확진되셨다고 해서 걱정했어요. 저도 부모님이 확진되고, 주변에서 확진되는 사람들이 많아 어떡하나 싶었는데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네요.

지난 18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만에 해제됐습니다.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조치들이 전부 해제됐다고 하니 드디어 끝이 보이는가 싶으면서도 정말 이래도 될까 하는 심정이 함께 다가오네요.

아직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벌써 이래도 되냐는 우려도 있겠지만 그래도 정말 다들 잘 견뎌왔다는 격려의 말은 나누고 싶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정치, 사회, 경제, 환경 등 수 많은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코로나19에 끝으로 다가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말 변화했나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제가 추천하는 영화는 <그해, 지구가 바뀌었다(The year Earth changed)>입니다.

이 영화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락다운이 되고, 인류의 활동이 제한되자 지구와 하늘, 땅, 바다 등의 자연이 본래의 생명력과 리듬이 회복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 몇장이 화제가 됐었죠. 바로 코로나19로 락다운이 걸리자 세계유명 관광지에서 사람들 대신 동물들이 채워지는 모습이었는데요. 그 사진들을 보면서 얼마나 사람들이 자연을 괴롭히고 있었나 하는 마음과 한편에 자연이 가진 회복력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그해, 지구가 바뀌었다>는 이러한 사실들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여줍니다. 인간과 생활 반경을 공유했던 다양한 생명이 자연의 질서를 되찾는 모습, 멸종 위기에 동물들이 살아나고, 차량과 선박의 소음이 사라지자 동물들이 새끼를 더 많이 낳는 모습 등을 보여줍니다.

흰정수리북미멧세, 혹등고래, 치타, 붉은바다거묵, 아프리카 펭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자연의 회복 소리를 보여줬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동물들을 괴롭히고 있었나 싶었어요.

코로나19의 끝이 보이는 서서히 보이는 상황이 다가오니 우리가 또 다시 저들을 괴롭히지 않을까 걱정이 듭니다.

또한, 결국 인류가 자연을 계속 파괴한다면 그것이 기후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또 다른 전염병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많은 학자가 우려한 만큼 자연과의 공존은 너무나도 중요해졌다는 사실도 다시 생각해봅니다.

이 같은 목소리 때문에 사회 곳곳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이런 분위기도 옅어져 버렸습니다. 오히려 빠른 회복을 위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자연을 파괴해서라도 경기를 회복하자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 등의 메시지는 사라지고,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산업 육성 정책만 쏟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긴 시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많은 소상공인이 피해를 감수하고, 견더온 만큼 경기 회복도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소상공인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약자를 위한 전환인지도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오히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더욱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약자라는 사실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배달이 성행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나는 등 우리는 자연 파괴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자연과의 공존을 이루지 못한다면 또 다른 전염병이 우리를 다시 위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정말 말하던 전환이 언택트 등 디지털 사회로만 나아가고자 했던 것인지, 그 속에 담겼던 다양한 가치들이 그저 또 다른 산업 육성으로 그치는 것은 아닌지 말이죠.

전염병과 공존이 아닌 자연과 공존을 바라는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을 멈추지 말았으면 합니다.

강보배

전국을 노마드처럼 다니며 청년을 연결하는 제주 토박이. 회사 상무님들이 무서워한다는 90년 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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