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외도동의 한 편의점 앞에 멈춰 서있는 이승훈씨(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시 외도동의 한 편의점 앞에 멈춰 서있는 이승훈씨(사진=김재훈 기자)

늦은 저녁 동네에 있는 한 편의점 문앞에 전동휠체어가 멈춰 섰다. 편의점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입구에 있는 계단 때문이다. 편의점 문까지 딱 세 계단이다. 비장애인이라면 한달음에 뛰어오를 수 있는 높이다. 하지만 전동휠체어는 그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가만히 기다렸다.

마침 두 사람이 편의점으로 들어가려다 뒤돌아서 그에게 물었다. 뭐 “대신 사다 드릴까요?” 덕분에, 필요한 물품들을 살 수 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여기요! 여기요!” 이승훈씨는 소리쳐 편의점 점원을 부른다고 했다. 그 소리마저 편의점 점원이 듣지 못한다면? 돌아서는 수밖에.

대부분의 편의점이 장애인 접근성이 여의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우선은 계단과 턱 때문이다. 계단과 턱이 없다고 해서, 편의점을 휠체어 사용자가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부터가 장애물이다. 휠체어를 탄 상태로 편의점에 설치된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이다.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도 사정은 마땅치 않다. 대부분의 편의점은 매대 사이가 비좁아 휠체어가 지나가거나 회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점원들이 이어폰을 끼고 있거나 다른 일을 하느라 불러도 못 듣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씨는 물이나 필요한 생필품이 필요해 편의점을 찾아 집을 나섰다가 빈손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편의점 문앞 계단이 단지 계단만은 아닌 것이다. 휠체어와 편의점 문 사이에 폭 1~2미터의 두껍고 투명한 벽이 세워져 있다.

다행히 지난 2월 10일, 소규모 편의점에도 장애인 접근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2009년 4월 11일 이후 신축, 증축, 개축된 직영 편의점에 대해 장애인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경사로 등을 설치하도록 했다. 또 시설 설치가 어려운 경우에는 편의점 밖에서 호출벨을 눌러서 점원을 호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앞으로는 직영점이 아닌 가맹사업자들도 영업표준에 따라 점포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비문명적”이라고 공격했다. 오히려 사람이 생수 한 병 마음 편히 사서 마시기 어려운 상황을 오래 끌어온 국가와 이를 방치해온 정치인들이 '비문명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지하철 시위는 장애인들의 ‘물 좀 달라’는 목소리가 연장된 생존을 위한 몸짓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목이 타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명적인 정치인이라면 바짝 타들어 간 장애인들의 목을 어떻게 축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전장연은 구체적인 장애인 이동권 보장 정책 및 장애인 권리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물 좀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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