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등봉 개발 의혹 핵심 인물 관계도. 본 그래프는 2022년 4월 27일 오후 6시 20분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그래픽=박소희 기자)
오등봉 개발 의혹 핵심 인물 관계도. 본 그래프는 2022년 4월 27일 오후 6시 20분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그래픽=박소희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가 제주지사 재직 시절 허가를 내준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오등봉 개발’은 ‘녹지 보전’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아파트 대단지 개발 사업이다. 참여 인사들이 정치권에 진출하거나 핵심 보직을 차지하며 ‘권력형 게이트’로 번진 ‘오등봉 개발’은 ‘대장동 1타강사’를 자임한 원 전 지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제주시 사업불가 판단에도 물밑에서 작업한 제주도

원희룡 국토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전국 이슈로 부상한 ‘제주 오등봉 개발 의혹’. 제주시가 2016년 ‘경관훼손’ ‘환경파괴’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사업 불가” 판단을 내렸지만, 사장된 오등봉 개발을 다시 꺼낸 장본인은 바로 원희룡 국토부 장관 내정자. 

2018년 11월 원희룡 전 지사는 “일몰 예정인 제주도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43곳을 모두 매입하겠다”고 발표하지만 홍명환 제주도의원이 공개한 문건을 살펴보면 제주도는 “공론화를 하지 말라”는 원 전 지사의 비공개 검토 원칙에 따라  2017년부터 도시공원 민간특례 추진 TF를 꾸려 ‘민간 투자에 의한 개발의 최적지’를 검토하고, ‘사업 제안서 평가기준(안)’등을 마련한다.  

“제주도 모두 매입” 발표가 있고나서 불과 14일 만에 도시공원민간특례 TF는 ‘검토’에서 ‘추진’으로 방향을 틀어 사업 시행을 위한 전담팀을 조직하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여전히 “공공개발” 입장을 유지하지만 도시건설국장을 중심으로 제주도와 제주시가 ‘워킹그룹’을 구성해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사업제안서 지침 등을 마련한다.

제주도는 기존 입장을 뒤엎고 2019년 9월 16일 “오등봉 공원과 중부공원 두 곳을 대상으로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지만 실상은 2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제주도는 “예산 부족으로 오등봉 공원은 민간 개발로 넘겨야 했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다. 원 전 지사는 2017년 도시공원 전부 매입을 위해 지방채 1조원을 발행했다. 예산을 확보하고도 일몰 예정인 오등봉 공원과 중부 공원 매입은 사용처에서 제외시킨 것. 이를 두고 “정작 녹지가 필요한 도심 지역 공원만 제주도가 매입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민간특례’는 녹지조성으로 사업을 포장했지만 실상은 부동산 개발업자를 위한 ‘민간특혜’ 아니냐”는 의혹이 빗발쳤다. 

 

민간 특례가 민간 특혜 의혹으로  

오등봉 개발은 민간사업자 선정 당시부터 잡음이 들끓었다. 업체들이 제출한 사업제안서 평가에 원희룡 전 지사 ‘선거 공신’으로 꼽히는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전문가 심사단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호반컨소시엄(이하 호반)이 “관련 지침을 위반하고도 감점 처리가 되지 않아 업체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의혹도 제주도의회에서 제기됐다. 

2020년 1월 오등봉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 컨소시엄에는 청암기업㈜, ㈜리헌기술단, 대도종합건설㈜, 미주종합건설㈜ 이상 도내기업 4개 업체가 참여했다.

홍명환 의원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계량 평가 세부 내역과 해당 업체가 심사 때 제출한 제안서 등을 제주도에 제출하도록 요구했지만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 제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지만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를 진행한 적 없다”고 밝혔다. 원희룡 전 지사도 “감사원이 감사를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국토부 발 해명자료를 내놔 ‘거짓 해명’ 논란을 더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제주지역 유세에 함께한 원희룡 전 도지사(현 선대위 정책본부장) (사진=박소희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제주지역 유세에 함께한 원희룡 전 도지사(현 선대위 정책본부장) (사진=박소희 기자)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 업체 3곳에서는 원희룡 전 지사 측근으로 꼽히는 이름들이 ‘수두룩’ 나왔다. 관계 공무원들은 퇴직 후 해당 업체로 취업하는가 하면, 몇몇은 제주도 산하기관 간부로 자리를 옮겨 '코드인사' 논란 대상이 되기도 했다. 또한 업체 관계자가 국민의힘 제주도당 지도부로 자리를 옮기며 ‘권력형 게이트’로까지 번지고 있다. 

먼저 ‘제주판 화천대유’로 불리는 오등봉 사업 설계자 A기업 공동대표가 남기춘 전 검사다. 남기춘 전 검사는 윤석열 당선인 대학 동기이자 원희룡 전 지사의 대학 선배다.

또한 건설 분야 간부 출신인 퇴직공무원 ㅇ씨는 2019년부터 A업체 부회장 명함을 돌리고 다녔다. A업체 관계자는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렸을 뿐 사실상 사무실 관리 정도의 일을 했다”고 했지만 “오등봉 개발 관련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ㅇ씨는 다른 민간 사업체를 꾸려 해당 토지보상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오등봉 개발 검토부터 추진까지 도청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간부 ㄱ씨를 A업체 고문으로 추천한 것도 o씨로 알려졌다. 

ㄱ씨는 제주도가 2017년 물밑에서 가동한 민간특례 추진 TF 팀장이었다. A업체 고문을 지낸 ㄱ씨는 2019년 6월  퇴직 후 두 차례 진행된 오등봉 개발허가 심사에 참여했으며, 이후 제주도개발공사 상임이사로 임명된다.  

2020년 1월 17일 업체 선정 심사에 위원장으로 참여한 이양문 도시건설국장은 그해 8월 서귀포 부시장으로 임명된다. 이양문 전 부시장은 제안심사위원회 평가 초반 “호반 건설에 제출한 제안설명서만 컬러로 돼 있어 지침 위반에 해당하지 않냐”고 묻지만 회의 말미 문제가 없다고 보고 그냥 평가하자고 위원들에 제안했다. 

컨소시엄 업체 중 하나인 A업체 관계자는 “제주도가 제시한 지침대로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제주도는 이를 해명할 수 있는 증거 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원희룡 도정 정책보좌관 출신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제주도가 지정한 4명의 업체 선정 심사 위원 중 한 명이었다. 평가위원 당시 제주도경관위원장을 맡고 있었으며 2020년 5월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으로 지명, ‘코드인사’ 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변경 전 제안심사 지침
변경 전 제안심사 지침

문제는 2019년 12월 27일 제주도가 작성한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 제안심사위원회 구성 및 평가계획’에는 전현직 공무원 및 민간기업 종사자는 심사 위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 담겼다. 

따라서 당시 도시건설국 국장인 이양문 전 부시장, 정책보좌관 출신 이승택 이사장, 해당 사업을 검토 보고한 제주연구원 소속 엄상근 교수는 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2020년 1월 13일 확정된 변경 지침에는 관련 조항이 빠져있어 절차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변경된 지침 공개는 곤란하다고 했다. 

 

B업체와 C업체는 원희룡과 ‘이웃사촌’

오등봉 개발에 참여한 B·C업체는 원희룡 전 지사가 제주시절 거주한 최고급 타운하우스 이웃사촌인 것도 제주투데이가 최초로 밝혀내기도 했다. 

제주시 아라동 소재 ‘아라리움’은 제주지사 재직 당시 취락지구로 지정되면서 ‘땅 값 폭등’ 등 특혜 논란이 있었으며, 분양사가 B업체다. 

제주시 소재 최고급 타운하우스 '아라리움' 전경 (제주투데이 DB)
제주시 소재 최고급 타운하우스 '아라리움' 전경 (제주투데이 DB)

원 전지사는 ‘아라리움’을 2014년 6월 배우자 강윤형씨 명의로 7억 5000만원에 매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유권보존’으로 등기돼 있어 정확한 매매 금액은 알 수 없다. 이에 청문회를 앞두고 매매계약서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또한 B업체 전무가 2021년 9월 국민의힘 제주시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우리쪽 사람이 뜬금없이 정치권으로 간다니 다들 의아해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제주투데이와 만나 “김승욱 위원장 임명을 두고 당시 내부에서는 누구세요?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