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 단지 조감도(출처=제주환경운동연합)<br>
제주시 오등봉공원 민간특례 사업 단지 조감도(출처=제주환경운동연합)<br>

제주도 퇴직 간부들이 법망을 피해 오등봉 민간특례사업(이하 오등봉 개발)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며 ‘관피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등봉 개발은 2016년 제주시가 환경훼손 등의 문제로 ‘사업 불가’ 판단을 내린 사업으로 사장된 오등봉 개발을 일년 후 다시 꺼낸 것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내정자. 제주도는 원희룡 전 지사의 비공개 검토 지시에 따라 2017년부터 물밑에서 도시공원민간특례사업 추진 TF를 꾸려 ‘민간 개발 최적 대상지’를 검토해 왔다. 

뒤에서는 민간특례 추진 사업단을 꾸리면서도 공개적으로는 “일몰 대상 43곳 도시공원 전부 매입” 입장을 밝혀온 제주도. 제주시의 사업 불가 판단에도 불구하고 2019년 9월 오등봉공원을 민간특례 사업 대상으로 발표한다. 

도시공원 민간특례 검토 단계부터 참여한 인물이 도시건설국장인  A씨. '민간특례추진TF' 팀장을 맡은 A씨가 퇴직 후 오등봉 공원을 대상으로 열린 두 번의 ‘개발 행위 허가’ 심의에 참여한 사실이 제주투데이 취재 결과 드러났다.

공원 개발의 경우 국토계획법에 따라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도시계획변경(안) 심사 당시 A씨는 도시계획위원회로 활동하고 있었다. 

도시계획위원회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도시관리계획의 결정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등 다른 법률에서 심의를 받도록 한 사항 ▲대규모 개발행위 등의 심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에 대한 자문 등 '도시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다. 개발 허가에 관여하다 보니 해당 위원회를 두고 “땅 값 올리는 조직”라는 비판도 거세다.

일몰 예정인 오등봉 공원을 2019년 9월 민간특례 사업 대상으로 결정한 제주도는 다음해 6월, ‘1년 전 퇴임한 A씨(2019년 6월)’를 도시계획위원회로 위촉한다. 공교롭게도 두 달 뒤인 8월과 9월 두 차례 오등봉 공원 개발 허가 심사가 이뤄진다. 

2020년 8월 21일 열린 도시계획위 심의에서 오등봉 개발과 관련해 재심의 결정이 내려진다.

그러나 불과 2주 만에 다시 열린(9월 4일) 심의에서는 ‘조건부 수용’ 결정을 내린다. 조건부 수용이란 쉽게 말해 “문제는 있지만 개발 허용은 할 테니 해결 후 사업을 진행하라”는 의미인데, '부대 의견'이나 '조건부 수용'을 두고 ‘비난 여론 물타기 용’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졸속심사”라면서 “도시계획위원회에 사실상 심의기능을 포기하고 사업 강행을 위해 협조하라는 통보와 다르지 않다. 2주만에 재심의를 진행하는 것은 사업 강행을 위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개발 허가 심사에 앞서(같은해 3월) 제주시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과 심의를 1번에 통과하도록” 제주도 관련 부처에 협조를 요청했던 사실이 홍명환 제주도의원을 통해 뒤늦게 드러난 바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제공
제주참여환경연대 제공

해당 사업을 추진했던 전직 공무원이 '개발 행위 허가' 심사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제주도 관계자는 “TF 팀장을 맡았던 당시에는 민간 사업자가 정해지지 않았고, 도시계획변경(안) 심의 당시에도 A씨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서 위원회 제척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관련 조례 제71조에 따르면 ‘자기가 심의하거나 자문에 응한 안건에 관해 용역을 받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직접 관여한 경우’ 또는 ‘자기가 심의하거나 자문에 응한 안건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경우’는 위원회 제척 대상이 된다. 

제주도는 A씨의 경우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사업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므로 심사에서 배제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 3월, A씨는 위원회 임기 중임에도 오등봉 개발 컨소시엄 중 하나인 B업체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다. 그를 B업체로 끌고 온 인물은 제주도 건설 분야 간부 출신인 퇴직 공무원 C씨로 알려졌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관피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직자의 관련 기업 취업을 5년 간 제한하고 있다.

C씨는 퇴직 후 바로, A씨는 퇴직 후 1년 이 조금 지나 오등봉 개발 민간 업체에 취업했지만, 관련 법규는 이를 위법으로 보지 않는다. 

퇴직일로부터 3년간 자본금 1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외형 거래액이 100억원 이상인 영리 목적의 사기업에 한 해 취업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고문료를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선 권순일 전 대법관도 취업 심사를 받지 않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처럼 자본금이 10억 이하인 B업체로의 취업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 

2018년 말 명예퇴직을 한 C씨는 2019년부터 B업체 부회장을 지내다가 현재는 개인사업체를 꾸려 오등봉 공원 토지보상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이면 오등봉 공원 민간사업자 선정 전이다. 

또한 B씨는 작년 9월 제주도개발공사 상임이사로 임명됐으며, 도시계획위 임기는 내년 5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오등봉 개발을 두고 전현직 공무원들의 이른바 ‘짬짜미 사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모 변호사는 “‘관피아’는 퇴직 공무원이 전관을 이용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영향을 끼치거나 개발 허가 과정에서 특혜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위법 여부를 떠나 퇴직 공직자가 관련 사업장에 취업하거나 관련 사업을 심사하는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 할 가능성이 있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 할 가능성이 있어 공직 윤리와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행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느슨하고 추상적인 법망이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위원회 구성과 제척 사유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개정할 수 있다. 더 촘촘하게 법을 보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