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2-07-01 15:49 (금)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오름에 핀 '각시붓꽃'
상태바
[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오름에 핀 '각시붓꽃'
  • 고은희
  • 승인 2022.04.29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3월이면 제주 들불축제가 열리는 '새별오름'  

소망을 품고, 소망이 피어오르고, 소망의 오름으로 올해는 드라이브인 방식에 

예약제로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강원, 경북지역 산불 여파로 오름 불 놓기는 취소되었다.

[새별오름]

옛 제주목축문화인 들불 놓기가 기원인 들불축제는 

새봄이 찾아올 무렵 소와 말의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고 

비옥한 땅을 만드는데 조상들의 지혜에서 유래되었다.

[각시붓꽃]

매년 찾아오는 봄 

오고 간다는 한마디 말은 없지만 

등성이 위로 끝이 보이지 않는 파란 하늘 아래 청보라로 덧칠한 

부끄러운 새색시 '각시붓꽃'이 봄바람에 하늘하늘거리며 배경 자체가 그림이 되어준다.

심쿵!

설레는 맘은 잠시 접어두고 희망을 나른다.

[각시붓꽃]

각시붓꽃은 붓꽃과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꽃봉오리가 마치 먹물을 머금은 붓 같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애기붓꽃이란 예쁜 이름도 갖고 있다.

각시붓꽃의 각시는 붓꽃류 중에서 꽃과 잎이 작아서 이르는 말인데 

식물의 크기가 작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각시붓꽃]

푸름이 짙어 보라에 가까운 색을 한 무지개의 여신 

칼날처럼 생긴 길게 뻗은 잎과 

붓끝에 물감을 듬뿍 머금은 듯한 청보라 꽃색 

줄기가 반듯하여 우아함을 가졌지만 꽃은 오래가지 못하고 하루, 이틀새 시들어 

오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꽃이다.

[각시붓꽃]

이름만큼이나 예쁜 꽃과 칼집 모양의 잎 

4~5월에 자주색 꽃이 피고, 꽃이 필 때 잎은 꽃대와 길이가 비슷해진다.

꽃이 지고 난 후 자라며 가장자리 윗부분에 잔돌기가 있다.

뿌리줄기는 뭉쳐나고 열매는 삭과로 작은 공 모양이다.

각시붓꽃은 산지 풀밭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며, 

꽃이 피지 않을 때도 잎 모양이 난처럼 수려해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대부분의 꽃 이름에 '각시'가 붙으면 시집 온 새색시처럼 

작고 예쁜 모습을 연상하게 되는데 

각시붓꽃은 붓꽃 중에 키가 작고 앙증맞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흰각시붓꽃]
[각시붓꽃]

붓꽃류의 식물을 아이리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아이리스 이름은 세계가 함께 부르는 붓꽃류를 총칭하는 속명이지만 

우리 이름 예쁜 '붓꽃'이 정겹게 느겨진다.

전국의 산지에 분포하는 각시붓꽃, 비슷한 종들을 모았다.

[각시붓꽃]
[흰각시붓꽃]
[솔붓꽃]
[흰붓꽃]
[붓꽃]
[술붓꽃(일본붓꽃)]

정상으로 오르는 급경사, 숨을 고르다 마주친 오름의 들꽃들~

짧은 털에 싸인 채 주먹 쥔 고사리도 얼굴을 내밀고 

억센 억새와 부드러운 띠 사이로 봄꽃들이 따스한 햇살에 봄소풍 나왔다.

[솜방망이]
[고사리]
[큰구슬붕이]
[미나리아재비]
[양지꽃]
[산자고]
[가는잎할미꽃]
[정상 반대편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오름]
[각시붓꽃]
[각시붓꽃]

바람은 꽃잎을 흔들고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자연을 담은 은은한 향기 

부끄러운 각시의 모습을 닮은 꽃과 함께 칼처럼 생긴 잎 

봄이 오나 싶더니 자취를 감출 준비를 서두르는 키 작은 '각시붓꽃' 

가는 봄을 잡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봄이 더디갔으면 좋겠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