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사진=티빙 홈페이지 갈무리)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사진=티빙 홈페이지 갈무리)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연일 화제다. 압도적인 캐스팅은 물론 ‘사람이 전부다’라는 인생철학을 바탕으로 20년 넘게 독보적이며 풍성한 휴머니즘을 보여준 노희경 작가의 극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대중에게 더 매력적인 요소로 어필하고 있다. 

아직 모든 회차를 본 것은 아니지만 제주의 재래시장과 바다를 잘 담아냈으며 거기에 뛰어난 배우들의 ‘제주어’ 연기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물론 제주도민이 보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겠지만, 이전 다른 드라마나 영화의 제주어 연기와 비교했을 때 훨씬 자연스럽고 고증 또한 잘 돼 있다(그중 최고는 역시 고두심). 좋은 배우와 좋은 작가와 연출이 만들어낸 근사한 디테일이다.

아직도 처음 만나는 ‘육지 사람’과 얘기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이 나오고,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고 이야기하면 열에 아홉은 제주어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 이러한 일이 점차 많아지자 이를 대비하여 “아맹 고라봐도 뭐랜 햄신지 모를꺼우다”라는 멘트를 미리 준비해 놓기도 했다(실제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사투리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간혹 제주 친구를 만나는 경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폭풍처럼 사투리를 내뱉을 때 짜릿한 쾌감으로 오래 묵은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한다. 단순히 제주어를 썼다는 것을 넘어 제주도에 대한 정보와 추억의 공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친구와 술을 먹다 “이거 어디서 나샤?(났니)”라는 물음에 “봉갔어요(주웠어요)”라는 대답을 듣고 어찌나 웃었던지. 그만큼 너무나도 정겹고 마주할 때마다 반가운 말이자, 제주도가 부쩍 그리워지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제주어가 나오는 드라마가 반갑고, 예능과 콘텐츠에서 재미있게 소비되는 것이 너무나 흥미롭다.

제주어 가사로 이루어진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라면 제주 출신 혜은이의 ‘감수광(1977)’일 것이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적인 멜로디로 구성된 이 곡은 제주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이며, 이 덕분에 곡을 마무리하는 가사 “혼저옵서예”는 대표적인 제주어다("혼자오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 외에도 제주어로 만들어진 곡들이 많은데 그중 흥미로운 몇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임인건 'All That Jeju' 앨범 재킷.
임인건 'All That Jeju' 앨범 재킷.

한국 재즈의 1.5세대 피아니스트이며 최초의 재즈 클럽 ‘야누스’에서 활동한 임인건의 [All That Jeju(2015)]의 1번 트랙이자 제주 출신의 보컬 루아(Lua)가 부른 ‘봐사주’는 ‘재즈’와 ‘제주어’의 기묘하지만 맛깔나는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루아의 청량한 음색과 브라스 편곡 이 돋보이며 모든 가사가 제주어로 이루어진 이 곡은, 보이그룹 ‘샤이니’의 故종현이 극찬하기도 했었다. 스트리밍 플랫폼 가사 하단에 표준어 번역이 따로 필요할 만큼 제주도민 아니면(이더라도) 이해가 어려운 가사인데, 자칫 스쳐 들으면 외국곡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곡 마지막에 겹겹이 쌓인 화음에서 불리는 가사 “고랑몰라 봐봐사 알주 / 고랑몰라 봐사주”는 정말 “고랑 모르니 가사 번역을 봐봐사 알주”(알려줘도 모르니 가사 번역을 봐야 알 수 있다)라는 의미일까?

밴드 ‘사우스카니발’은 제주 로컬 인디를 대표하는 스카 밴드이다. 이들은 제주어를 비롯한 제주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낭만의 풍광을 스카와 라틴 장르에 대입해 특유의 흥겨움과 재미 그리고 제주의 추억을 선사한다. 그들의 대표곡으로 볼 수 있는 정규 1집 수록곡 ‘몬딱도르라 (2013)’ 역시 제주어로 이루어진 곡인데, 곡 제목과 같이 공연장과 각종 행사장에서 관객들이 몬딱도르는(모두 함께 도는) 모습을 익숙하게 볼 수 있다. 

고전게임 슈퍼마리오의 BGM에서 착안된 키보드 솔로는 이러한 흥겨운 음악에 익숙함과 정겨움을 더해주는 재미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탄탄한 연주력과 각 세션의 끈끈한 호흡 그리고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는 많은 육지 팬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최근 제주어와 제주 생활을 담은 유튜버 ‘머랭하맨’은 탑동에서 팬사인회를 할 정도로 유명인이 되었고 이와 더불어 제주 구좌읍에 거주하시는 김정자 할머니 인터뷰 영상의 댓글 역시 큰 화제이다. 드라마의 흥행으로 제주어에 대한 관심도는 앞으로 높아질 것이고 (이는 나를 조금 피곤하게 만들 테지만) 사람들에게 웃음과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웃음과 대화에 그치지 않고 제주어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선순환의 시작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강영글.
강영글.

잡식성 음악 애호가이자 음반 수집가. 중학생 시절 영화 <School Of Rock(스쿨 오브 락)>과 작은누나 mp3 속 영국 밴드 ‘Oasis’ 음악을 통해 ‘로큰롤 월드’에 입성했다. 컴퓨터 앞에 있으면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다는 이유로 컴퓨터과학과 입학 후 개발자로 취직했다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기획자로 전향. 평생 제주도에서 음악과 영화로 가득한 삶을 꿈꾸는 사람. 한 달에 한 번 제주와 관련된 음악을 이야기합니다. 가끔은 음식, 술, 영화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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