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어느 단체나 특정후보를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고 선거 이후 막개발 드라이브가 불을 보듯 뻔한 제주사회에 대하여 진보라 칭하는 모든 개인단체들에 대한 고언이고 스스로도 고민의 지점임을 밝힌다.

#선거기간 무엇을 할 것인가

알다시피 이번 지역선거는 그 과정에 대통령선거가 들어감으로써 상대적으로 관심도 덜 받게되고 또 대선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녹색당의 경우 일찌감치 도지사후보를 정하여 지역선거를 예비하는 기간 동안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급기야 원희룡씨가 국토부장관에 지명되었다.

선거는 당선을 목적으로 또는 선거 공간을 활용하여 선전·선동의 장으로 쓴다고 한다. 지금 제주의 경우 무엇보다 제2공항 반대싸움을 이어나가는 일이 급선무일 것이다. 제2공항 반대싸움의 의미는 무엇인가. 막개발의 정점인 제2공항 반대싸움을 통하여 생존의 위기에 처한 제주의 현실을 알리고 제주의 자연생태를 도륙 내려는 모든 개발사업을 막아내고자 하는 제주의 오늘과 내일을 걱정하는 모든 이들의 싸움일 것이다.

서귀포 표선에 걸린 현수막. (사진=이성홍 제공)
서귀포 표선에 걸린 현수막. (사진=이성홍 제공)

#제2공항 반대싸움의 현주소

그럼에도 지난해 2월 다수 제주민들의 제2공항 반대여론 확인 이후 도지사 원씨가 이를 뒤집고 찬성의견을 제출하고 이후 비상도민회의를 비롯한 반대측은 어떻게 대응하고 무슨 액션을 취했나. 

지금 원씨와 윤씨로 대표되는 또는 등에 업고 제2공항 추진 세력의 발호가 뻔한 위기 상황에 대한 비상의 또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비상도민회의를 중심으로 반대싸움을 하나로 결집하려는 어떤 논의나 시도가 있는가.

#진보후보단일화는 어떤 의미인가

이번 지역선거에 출마한 이른바 진보적 입장의 정당단체 후보들의 중요한 소임은 앞에서 말한대로 제2공항 반대싸움을 이어가는 일이다. 그런 가운데 후보단일화에 대한 바람이나 요구가 있어왔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나 효율성에 대한 문제 등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대로 말하면 정치연대체를 표방하는 제주가치가 등장하여 범진보를 아우르는 대표임을 자임하면서 제2공항 반대싸움을 대표하는 후보임을 자처하며 이른바 범진보단일 도지사후보의 구도를 그려온 것 아닌가. (분명히 밝히지만 박찬식 후보의 진정성이나 제주가치의 이러한 구도 자체가 문제 될 것은 없다)

박찬식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7일 오전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박찬식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지난 2월 7일 오전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그런데 이에 대하여 이번 지역선거를 대비한 진보정당이나 단체 등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실제로 도지사후보를 준비하던 제주녹색당의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 제주의 당면문제와 진보정당으로서 지역선거에서 해야 할 바를 따져 당원 총의를 모아 후보를 선출하고 선거판을 만드는 일,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예비후보 등록 이전부터 후보단일화에 대한 요구를 하며 (특정후보로의 정해놓은 단일화가 아니라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제주가치의 선거운동 모습을 볼 때 설득력은 없어보인다) 후보단일화가 이번 지역선거를 좌우할 중요한 패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이후 선거판에서 여러 정당 단체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효율적으로 싸움을 전개할 것인지 지금까지 어떤 논의가 있었는가. 제2공항 관련하여 특정 후보의 득표율이 이후 제2공항 반대싸움의 향배를 가른다 하였는가? 이미 제주민 다수가 반대를 표명하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이번 선거에서 다수의 반대표가 그대로 제2공항 반대후보에게 갈 것이라 믿는가?

이제 본격적인 선거판에서 후보의 득표율은 무엇보다 중요한 당면 목표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한편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오롯이 제2공항 반대의 정당성을 알려내고 이런 여론을 확산시키고 정착시켜가는 과정에서 가능하지 않겠는가.

지금 원씨가 이전 도지사 시절 제2공항 찬성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하는 입장에서 국토부장관이라는 칼자루를 쥐게 되지 않았나. 언제까지 제주민 다수의 반대 입장을 주장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이미 강정에서 주민 대다수의 강력한 반대입장에도 해군기지가 들어섰다.

제주가치의 경우 일찌감치 도지사선거를 준비하면서 제2공항 관련 현 공항 확충과 4·3 평화공항 명칭에 대한 공약 외에 대선 이후 급박한 상황에서 제2공항 관련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가.

정의당·진보당 제주도당과 제주녹색당 도지사·도의원 후보들은 29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후보들은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정의당·진보당 제주도당과 제주녹색당 도지사·도의원 후보들은 지난달 29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후보들은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진보제정당단체의 제2공항 백지화선언에 대하여

유력후보라 하셨는가. 아마 보수양당을 두고 한 말이겠는데 지금 민주당의 모습을 보라. 부석종이라는 강정싸움에서 잊을 수 없는 인사가 버젓이 국회의원 후보 물망에 오르내린다. 제주도의회 절대다수를 차지한 민주당 소속 도의원의 행태를 보라. 제주를 말아먹겠다고 작정한 지역토호무리 아닌가. 그이들에게 제2공항 반대공약을 원하시는가. 

이에 균열을 내고 제주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하여 진보정당이 존재하고 얼마 전 여러 진보정당단체가 제2공항 백지화선언을 하였다. (녹색당의 경우 원씨의 국토부장관 지명 이후 세차례에 걸쳐 퍼포먼스를 포함 연이어 기자회견을 진행 그이의 부적절함과 도지사시절 개발과 건설의혹 등을 폭로하기도 하였다) 

지난달 28일 부순정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가 제주시 아리2동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아라리움 앞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개발 특혜 의혹 등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이성홍 제공)
지난달 28일 부순정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가 제주시 아리2동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아라리움 앞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개발 특혜 의혹 등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이성홍 제공)

진보진영 정당단체의 백지화선언은 무슨 의미인가. 선거기간 제2공항 반대싸움을 중심으로 여러 정당단체가 최대한의 동력을 꾸려 선거를 치르고 선거 이후를 준비해야 함을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분명한 것은 제2공항 반대싸움이 특정후보를 내세우는 일보다 유력후보가 아니더라도 진보 제정당과 단체의 도지사후보와 도의원후보들이 다양하고 다발적인 방법으로 이를 알려내는 일이 우선이라 여긴다. 이제 더이상 어느 특정후보의 지지율과 반대싸움의 전망을 연결 짓는 일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최근 진보진영 단일화 테이블 참석요구에 대하여

이와 관련 최근 제주지역 영향력 있는 연대단체들이 진보진영 단일화를 위한 논의 테이블에 참석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도지사 후보 출마 공동대응에 대한 단체 구성원들의 문의, 우려, 요구가 급증”하여 공동대응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5월 2일 보낸 공문은 5월 4일 만날 것을 5월 3일까지 결정하여 알려달라고 한다

이미 녹색당의 경우 후보단일화에 대한 당론을 정하였으며 부순정 후보도 인터뷰 등 여러 차례 도의원 비례후보들과 함께 완주할 것임을 밝혔다. 그 과정에서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이를 당원 총의를 물어 결단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도 앞에 적었듯이 지금 시기 후보단일화는 효율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여긴다.

물론 지역의 책임 있는 연대단체들의 경우 선거기간 후보단일화를 통한 연대와 결속을 다지며 집중해서 싸울 수 있는 바람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금 시기 후보단일화가 능사는 아니며 그동안 각 당과 단체의 입장이나 주장을 모르지 않는다면 이렇게 몰아치듯이 후보단일화 요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이미 단일화요구 단체 중에는 특정후보를 단체 선정후보로 정해놓은 상태고 이 같은 상황에서 논의 테이블에 참석하라는 요구는 책임 있는 모습도 아니며 자칫 후보단일화를 내건 압박이거나 횡포로 여겨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부순정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는 29일 오후 7시 제주칼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사진 출처=부순정 페이스북)
부순정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는 지난달 29일 오후 7시 제주칼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사진 출처=부순정 페이스북)

#선거 이후를 생각한다 

어떤 식이든 선거는 치러질 것이고 이후 맞게 되는 제주사회의 모습을 떠올리기 두렵고 무참하다. 제2공항을 비롯한 막개발 드라이브의 미친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며 이에 따른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것이다. 반대측은 이제 이름값 하기도 버거운 비상도민회의를 중심으로 다시 싸울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선거기간 싸움의 동력을 추동해낼 수 있을 것인가. 또 오등봉 특혜싸움은, 제주항이 매립되면, 한라산 중산간 4차선고속화도로가 들어서면 어떻게 되는가. 비자림로는, 강정천은 어떻게 되는가. 

아직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지, 다시 모든 걸 걸고 싸움에 임할 준비는 되었는지 난망이다.

이성홍. 제주에 살러온 8년차 가시리주민이다. '살러오다', 한 때의 자연을 벗삼고 풍광을 즐기고자 함이 아니라 끼니를 챙기고 텃밭을 일구고 호롱불 아니라도 저녁무렵 은근한 난롯가에서 콩꼬투리를 까고 일찌감치 곤한 잠들어 내일의 노동을 준비하는 생.활.자,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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