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이하 CFI 2030) 계획을 제주도가 발표한지 꼬박 10년이 흘렀다. 올해는 10주년에 맞춰 기획기사도 나오고, 토론회나 워크숍도 종종 열리는 모양이다. 제주의 에너지전환을 위해 애쓰는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들도 나름의 평가를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당한 내용이 논의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에너지전환포럼 주최한 '제주 CFI 달성 과제' 토론회인데 뜬금없고 느닷없이 양수발전이 CFI 달성을 위한 역할이 있다는 내용이 토론되었다.

# 양수발전은 무엇인가?

사실 제주에서 양수발전을 이야기할 일은 전혀 없었다. 제주는 화산섬의 특성상 물이 상시 흐르는 하천이 거의 없는데다 물을 많이 가둬둘 만큼의 대량의 수원을 가진 곳도 아니기 때문이다. 농업용수도 상당 기간 지하수에 의존하다 최근에야 빗물을 활용한 시설들이 설치·운영되는 상황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댐의 원리를 활용한 양수발전을 논의할 일 자체가 없었다.

그렇다면 양수발전이란 무엇일까? 쉽게 얘기해서 수력발전 중에 하나다. 높이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두고, 전력이 남을 때에는 아래쪽 저수지에서 위쪽 저수지로 물을 퍼올린 후, 퍼올린 물을 전력이 필요할 때 아래쪽으로 흘려보내 전기를 생산하는 형태다. 말이 좋아 두 개의 저수지이지 사실상 댐형태의 발전방법이기 때문에 양수발전의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이다. 양수발전이 주로 활용되는 이유는 전력이 남아도는데 마땅히 저장할 방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 전기저장장치(ESS)나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저장하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이런 기술이 없어 전기가 남을 때 양수발전을 활용해 전기를 저장했다. 

# 그런데 왜 제주도에 양수발전인가?

앞서도 얘기했듯 제주도는 양수발전이 아주 불리한 곳이다. 일단 투수성이 큰 지질적 특성상 공사비가 굉장히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다 낙차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오름 등 낙차가 큰 지형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엔 환경파괴 문제가 심각하다. 아니면 절벽지형을 활용하거나 경사지를 활용해야 하는데 마찬가지로 환경파괴와 함께 막대한 공사비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서 양수발전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상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이 토론회에서는 제주도에 무려 3곳의 적합지가 존재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수력업계가 수행한 잠재량 조사결과 제주에서 환경영향이 적은 목초지를 이용해 가능한 후보지는 3개소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환경파괴 우려는 당국의 의자와 업계의 노력, 지역사회의 호응으로 얼마든 극복가능 하다며, 홍수피해 완화와 가뭄시 농업용수 제공 등 용수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일단 목초지가 환경영향이 적은 것인가에 대한 반론도 반론이지만 특정 후보가 3곳 이상이나 된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자칫 지역의 혼란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홍수피해 완화를 위해서 수많은 저류지를 건설한 마당에 전기를 저장하자고 새로운 시설을 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일인지도 의문이다. 특히 가뭄시 농업용수 제공을 목적으로 설치하자는데 지금 지어진 농업용수 시설들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농민들의 원성을 사는 마당에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더욱 놀라운 점은 발제 뿐만 아니라 토론에 참여한 전력거래소나 민간전문가나 죄다 경제성도 좋고 아주 좋은 전기저장 방법이라고 칭찬만 늘어놨다는 점이다. 제주도의 환경적 상황에 대한 몰이해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투수성 지질구조를 극복하려면 토건 비용 자체가 많이 들어가는데 도대체 어떤 경제성을 말하는 것일까? 게다가 많은 양의 물을 끌어오려면 결국은 지하수를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데 이를 어디서 끌어올 것이며 그 비용과 지하수 공수화 원칙과의 충돌 문제 등은 과연 계산되어 있었을까?

(사진=김정도 제공)

# 양수발전이 제주도 가뭄대책이라는 헛소리

제주도의 가뭄문제, 농업용수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기후위기에 기인한다. 제주도의 강우패턴이 특정시기에 몰아서 비를 뿌리고 그렇지 않은 계절에는 가뭄을 불러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농업용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결국 중산간 등의 난개발을 막아 불투수층을 최대한 줄여 지하수 함양률을 더욱 높이고, 지하수가 부족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하천을 마치 배수로처럼 정비하는 기존의 방식을 폐지해 하천이 좀 더 물을 자연스럽게 품을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또한 숲과 녹지를 늘려 많은 비로 인해 일시에 사라져 버리는 빗물을 최대한 자연적으로 저장해야 한다. 물론 빗물을 이용한 다양한 인공시설의 확충과 보급도 당연히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양수발전은 가뭄대책도 치수대책도 아닌 그저 양수발전이 뿐이다.

# 정작 가장 중요한 논의는 빼먹은 토론회

느닷없이 양수발전이 거론된 가장 큰 이유는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출력제한 조치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저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양수발전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출력제한 조치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얘기하지 않는다. 과도한 화력발전의 증가와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출력제한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인데 이런 논의는 쏙 빠져 버린 것이다.

원래 LNG발전소의 가동으로 문을 닫았어야 하는 중유발전소들이 수입 폐팜유를 활용한 바이오중유로 연료를 교체한 이후 계속 가동을 하게 되면서 제주도의 화력발전의 규모는 급격히 증가했다. 그리고 이 모든 화력발전소가 비상전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전기 수요가 적고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이 좋은 계절에 시험적으로 끄는 것을 시도 조차 못하고 있다. 진짜 출력제한 조치를 해제하려면 결국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줄이고 줄어든 만큼을 재생에너지가 생산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제주도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혹자들은 갑자기 화력발전이 중단되면 갑작스런 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계속 운영을 주장한다. 그래서 화력발전만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한 절전 의무와 책임, 필요한 지원을 확대하고 노후주택을 대상으로 그린리모델링을 적극 지원해서 전체적인 전기수요를 줄이자는 것이다. 필요한 전기수요가 줄면 그만큼 화력발전을 유연하게 가동할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 물론 전기저장장치도 충분히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해수전지 연구나 전고체배터리 연구 등이 진행중인데 제주도를 특구로 지정해 이런 연구와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면서 전기저장장치를 확대하는 것도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렇게 해야 원래의 목표대로 화력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는 것인데 이번 토론회에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 지역에 무관심한 토론회는 필요없다

이번 토론회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당연하게도 지역에서 에너지전환을 요구하며 운동하는 단체들과 활동가들은 전혀 초대받지 못했다. 발언할 기회도 당연히 없었다. 이렇게 특정 몇몇 전문가들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치고 빠지는 무책임한 제안은 지역사회 혼란과 갈등만 양산하고 끝난다. 더욱이 시민참여 기반의 에너지전환에 찬물을 끼얹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적어도 지역에 대한 이해를 단 한 번이라도 고민해 봤다면 이런 토론회는 절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토론회는 제주도에 불필요한 토론회였다. 몇몇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자신들의 주장과 정의만을 부르짖는 토론회는 에너지전환의 미래가 아니다. 시민의 생각과 공론이 빠지고, 지역의 특성과 현황이 제거된 토론회는 토론회가 아니라 분란을 양산하고 혼란을 자초하는 장이될 뿐이다. 부디 다음부터는 이런 토론회가 절대 열리지 않길 바란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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