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책방지기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몽골에서 도서관,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 등 개발협력 활동을 펼쳐왔다. (사진=요행 제공)
신의주 책방지기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몽골에서 도서관,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 등 개발협력 활동을 펼쳐왔다. (사진=신의주 제공)

신의주씨는 이 책방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소통이 이뤄질 거라 생각했을까? 사실 이런 고민은 그리 깊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 자신이 만족할만한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그래서 그렇게 아버지와 1mm를 가지고 치열하게 싸우면서까지 이 책방을 열어야 했다고 한다. 

그녀는 사회학을 전공했다. 고등학생 때의 장래 희망은 종군기자였다. 그 직업의 소명을 떠나 그냥 그 기자가 너무 멋져 보여서. 그래서 제주대학교 사회학과를 택했고 가보니 거기서 알려주는 모든 것이 재밌었다고. 

그러다 서울에 본부가 있는 한 시민참여 민간연구소에서 인턴을 모집한다는 걸 알게 돼 인턴 생활을 했다. 그해 5개월 동안 해외 봉사활동을 나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사회학과에서 배웠던 사회의 부조리, 불합리 등을 몸소 체험했고 그런 문제들을 해소하는 편에 서고 싶어서 NGO 활동가로 6~7년을 일했다고 한다. 

일당백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20대의 어린 나이에 비해 너무나 무거운 직책이 주어졌고 급기야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그녀는 마음이 공허해졌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를,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고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늘 타인을 위해 사는 것이 기쁨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들이닥친 공허함은 깊이와 넓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강도여서 귀향을 택했다고 한다. 

신의주 책방지기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몽골에서 도서관,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 등 개발협력 활동을 펼쳐왔다. (사진=요행 제공)
신의주 책방지기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몽골에서 도서관,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 등 개발협력 활동을 펼쳐왔다. (사진=신의주 제공)

사담을 좀 풀어야겠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이런 노래를 듣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겠어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불안해하지 말고 한 걸음씩 즐겁게 나아가줘요.”    
- 멜로망스 <무엇을 해야 할까>  

처음 듣는 노래였다. 그런데 이 가사가 가슴에 콕 박혀서 노래를 들은 이후 책방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 노래를 돌려 들었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이 노랫말이 흘러나왔다.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까.’라고 고민을 했는데 ‘내가 좋아할 일을 하자. 내가 만족하는 삶을 살자’라고 생각했어요.”

뜻밖의 우연에 나는 전율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이 말을 듣기 위해서는 나는 이곳에 달려온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서 이 에피소드를 속으로 삼켰다. 왜 앞길이 창창한 30대 여성이 ‘자기만의 방’으로 걸어 들어갔을까, 왜 굳이 책방이었을까에 대한 나의 의문에 대한 가장 명료한 답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 그래서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들로 풀어 놓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중이다. 책방 문을 열었을 때 인생에서 전환점을 맞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새로운 시작. 가볍기도 한데 책임져야 할 것도 많은. 그런 고민들이 고민이 되지 않는 것이 이곳을 찾는 이들이라고 하니 책방지기는 그러니까 그녀에게 천직인 것이다. 

책방지기는 KBS제주 1TV ‘탐나는 제주’ 프로그램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책 속의 제주’ 코너를 통해 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요행 제공)
책방지기는 KBS제주 1TV ‘탐나는 제주’ 프로그램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책 속의 제주’ 코너를 통해 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요행 제공)

하루에 한 권만 팔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 권 이상이 팔려서 행복하다며 웃는다. 책 판매만으로는 완벽한 적자라고 하면서도 그녀는 올 하반기 책방을 확장 운영할 계획이다. 건물 내 2층을 북스테이로 만들어서 작가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작가들은 이곳에 머물며 창작 활동을 하고 지역주민은 작가와 소통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어나더 페이지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분들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문화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모슬포 책방지기인 그녀에게 책방지기여서 생긴 책무라고 한다. 그녀를 만나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참 작고 아담한 체구라는 걸. 체구는 작은데 생각과 열정이 대단해서 그녀는 그것을 기어코 밖으로 꺼내 보일 수밖에 없는 유형의 사람이다. 

책이라는 것은 마지막 책장이 있기 마련이다. 삶도 그렇다. 죽음이라는 마지막을 마주한다. 그런데 이곳 어나더 페이지에는 마지막 책장이라는 게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곳을 아는 이들이 새로운 책장을 펴고 그 책장이 주는 힘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파하면서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새로운 책장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이 기대되는 곳. 내일이 희망이라는 것을 믿게 하는 곳. 제주에 있다. 이런 곳이. 

※어나더 페이지는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하모로 220번길 19에 위치해 있고요. 매주 목요일 쉽니다.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엔 저녁 7시까지 문을 열지만 이번 5월 한 달만 오전 11시에 문을 엽니다. 

어나더 페이지 책방지기의 추천 책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오래된 미래 책 표지.
오래된 미래 책 표지.

책방지기가 대학생이었을 때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됐다고 한다. 지역의 중요성에 대해서, 지역의 힘에 대해서 깨우치게 한 책이라 너무 소중한 책이라고 했다. 대학에서 그녀는 지역의 소중함과 연대의 힘, 말의 가치 등을 배웠는데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서 그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책 한 권으로 전혀 알지 못했던 저 멀리 외딴 지역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난 것이 그녀에게 NGO 활동가의 싹을 자라게 한 것이다. 이 책이 그녀를 NGO로 키웠다는 가정으로 그녀의 지금까지의 삶을 요약하면 NGO 경험 후 귀향, 책방 운영의 운명으로 치닫는 선택이 이어진 것이다. 책이 가지는 힘이다. 

책 내용을 요약하자면 언어학자이며 사회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작가가 서부 히말라야 고원의 작은 지역 라다크에서 16년을 보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은이의 표현에 따르면 ‘마음의 평화와 삶의 기쁨을 자신들의 천부적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321쪽)’이 개발과 자본에 의해서 공동체가 해체되고 자연이 파괴되는 과정과 또 그 붕괴의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 관한 기록이다. 1992년에 발간된 이후에 50여 개의 언어로 번역돼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작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작가.

 

요행

제주의 시골에서도 책방을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책방은 책방지기의 성향에 따라 여러 장르의 책들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책방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받곤 합니다. 책방지기의 사심이 가득한 책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책방지기의 삶을 바꾼 책 한 권과 책방의 탄생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인생 설계의 방향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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