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이 숲 속을 감싸기 시작하는 사월...

이른 봄,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기 전에

서둘러 피어나 봄바람 타고 변산 아씨는 자취를 감춰버리고 

무성하게 자란 세복수초, 노루귀 모습의 잎을 활짝 편 새끼노루귀, 

현호색의 화려한 외출, 조금 늦게 피는 봄꽃들이 바통을 이어간다.

[상산]
[세복수초]
[새끼노루귀]
[현호색]
[현호색]
[현호색]
[홀아비꽃대]

숲과 더불어 살아가는 꽃 아기씨들 

애써 피운 꽃 길게 보여주고 가면 좋으련만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잠깐 피었다가 온 힘을 다해 씨앗을 맺고 

내년에도 이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짧은 봄날을 기억하게 한다.

[생강나무]
[삼나무 숲길]

상잣질에는 '올벚나무'가 봄의 화려함을 대신하고 

길게 이어지는 숲길에는 강렬한 노랑으로 눈길을 끄는 '생강나무', 

삼나무 아래에는 자주색 줄무늬가 특이한 '큰괭이밥' 

가냘픈 몸짓이지만 우아한 자태, 매력적인 역삼각형 잎에 마음이 끌린다.

[큰괭이밥]

삼나무 사이로 햇살을 머금은 '큰괭이밥' 

실핏줄처럼 보이는 꽃잎 안쪽의 문양, 날개를 편 나비처럼 보이는 잎, 

다소곳이 고개 숙인 모습은 새침하면서도 아름답다.

[큰괭이밥]

큰괭이밥은 괭이밥과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숲 속, 높은 산지의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계곡 주변이나 

습기가 많은 바위틈에서 자란다.

꽃줄기는 4~5월에 잎이 나기 전에 뿌리에서 나오는데 

끝에 하나씩 피어나고 작은 포가 있다.

꽃은 붉은빛이 도는 흰색으로 5장의 꽃잎 안쪽에는 여러 개의 붉은 줄무늬가 있다.

실핏줄처럼 퍼지는 꽃잎 문양이 매력적이면서 신비롭다.

땅속줄기의 마디에서 나오는 잎은 3~5개가 모여 나고 

꽃이 필 무렵의 잎은 잎자루 끝에 달린 역삼각형의 특이한 세 개의 잎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잎은 삼각형 모양으로 끝의 가운데가 오목하고 잎 가장자리에는 털이 보인다.

식물체는 신맛이 있고 생으로 먹을 수 있다.

괭이밥은 고양이가 설사할 때 먹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큰괭이밥은 괭이밥보다 전초와 잎이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열매는 삭과(2cm 정도)로 4~5개의 종자가 들어 있고, 땅속줄기나 종자로 번식한다.

 

괭이밥 속 식물들의 특징은

속명에서 보듯 '옥살산'이라는 시큼한 맛을 내는 

일종의 자기 방어를 위한 물질이 들어 있어 벌레가 잎을 뜯어먹는 것을 막고 있다.

한라산 고지대에서 늦은 봄에 꽃을 피우는 '애기괭이밥', 

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름을 달리하는 괭이밥, 

귀화식물인 자주괭이밥과 덩이괭이밥까지 비슷한 종들을 모았다.

[애기괭이밥]
[괭이밥]
[선괭이밥]
[붉은괭이밥]
[자주괭이밥: 꽃밥이 흰색이다]
[덩이괭이밥: 꽃밥이 노란색이다]
[큰괭이밥]

실핏줄이 터질 듯 참으로 고운 아이 

바위틈 비집고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큰괭이밥]

큰괭이밥의 꽃말은 빛나는 마음이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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