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제주투데이에 진보후보 단일화 관련 두 번의 글을 올렸다. 주로 제2공항문제와 관련하여 지금 제주사회의 상황과 지역선거를 앞둔 선거판임을 최대한 의식하면서 진보후보 단일화가 현실적이지 못할 뿐더러 효율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댓글이나 다른 지면에서 이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논조를 보지는 못하였다.

그럼에도 후보단일화 요구나 압력은 본선거를 앞두고 그치질 않는다. 지난 글에서 특정후보나 단체를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하였지만 이번 글은 그런 의식하지 않고 제2공항반대싸움을 둘러싼 지금 상황에서 비상도민회의와 제주가치를 짚어보면서 그 싸움의 바깥에서 때로 그 일원으로서 개인적 평가를 해보려 한다. 이에 대한 반론이나 비판, 다른 의견을 기다리며 부디 많은 이들의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가 30일 오후 7시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박소희 기자)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가 지난해 4월30일 오후 7시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박소희 기자)

# 제주가치의 출범과 비상도민회의에 대하여

제주가치의 경우 '반국힘 비민주'의 기존 진보정당을 아우르는 '정치연대체'를 표방하면서 지역정당 모델을 지향하는 새로운 '제3지대 정치세력화'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의 현장싸움판의 성과와 한계를 제도정치를 통하여 돌파구를 삼으려는 고심의 결단으로 보이며 기존 보수정치판의 횡포와 진보정당의 한계를 겪은 많은 인사들이 동조하고 합류한 것으로 안다. 또한 제2공항 반대싸움 관련 그 이후를 고민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면 비상도민회의는 어떠한가. 지난해까지 여러 한계와 비판 속에서도 싸움의 중심역할을 하면서 주민투표에 갈음하는 여론조사에서 다수의 제주도민의 반대를 이끌어 내는 지역주민 운동의 유례없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럼에도 이후 원씨의 반주민적 횡포와 찬성세력의 발호가 지속되었으며 지난해 7월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로 제2공항싸움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출범한 제주가치는 지역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박찬식 대표를 도지사후보로 정하고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그러면 박찬식 후보의 도지사출마는 제2공항 반대싸움의 연장, 즉 싸움을 보다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삼은 것인가. 이와 관련 비상도민회의의 이 싸움에 대한 인식과 역할이 중요하겠는데 내보기에 말그대로 '제2공항'에 국한한 반대싸움을 한 것이지 싶다. 

지난 글에 썼듯이 '제2공항 반대싸움'의 의미는 무엇인가. 막개발의 정점인 제2공항 반대싸움을 통하여 생존의 위기에 처한 제주의 현실을 알리고 제주의 자연생태를 도륙 내려는 모든 개발사업을 막아내고자 하는 제주의 오늘과 내일을 걱정하는 모든 이들의 싸움이거나 싸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2공항 반대싸움은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구심점으로 삼아 모든 반주민적이고 반생태적인 개발사업을 막아내는 스테이션이나 풀로 자리매김하여야할 것이다.

정의당·진보당 제주도당과 제주녹색당 도지사·도의원 후보들은 29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후보들은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정의당·진보당 제주도당과 제주녹색당 도지사·도의원 후보들은 지난달 29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후보들은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 제주가치의 후보단일화 제안의 의미

지난해 초 여론조사 결과발표 이후 원씨의 만행과 지속적인 찬성측의 액션에 대해서 비상도민회의는 어떤 실질적 대응을 보기는 어려웠다. 실제 관련한 어떤 인사는 여론조사 이후 지속적인 싸움의 필요성을 말하자 이제 시험치고 성적표 받는 시간에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후 환경부의 반려 결정으로 싸움은 거의 파장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제주가치의 출범과 제도정치권 진출은 제2공항 싸움 이후를 겨냥한 행보로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지난번 제주녹색당이 어렵사리 당원들의 총의를 모아 도지사 후보를 정하여 선거판을 준비하는 가운데 제주가치 측의 후보단일화 제의 또는 요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는 제3지대 정치세력화를 내세운 제주가치가 박찬식 후보를 내세워 범진보를 아우르는 대표임을 자임하고 제2공항 반대싸움을 대표하는 후보임을 자처하며 이른바 범진보단일 도지사후보의 구도를 그린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이와 관련 제주가치는 선거 이후 진보정당과의 포지션, 진보정당과 차별화되는 역할과 지속가능한 플랜이라는 구체적 과제를 안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제주가치의 구도 자체가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적어도 제2공항 반대싸움을 이어나가는 효과적인 방안으로서 후보단일화 제의는 아니지 않겠는가. 이후 박찬식 선본의 모습과 행보를 보더라도 동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얼마 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고 원씨가 국토부장관에 지명되면서 원씨와 윤씨로 대표되는 또는 등에 업고 제2공항 추진세력의 발호가 뻔한 위기상황에서 비상의 또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할 것인데 이와 관련 어떤 액션을 취했는지 알지 못한다. 

지난 10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이길훈 제공)
지난 10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이길훈 제공)

# 최근 후보단일화 주장  또는 압력에 대하여

그럼에도 최근 들어 후보단일화가 도지사 선거를 좌우할 중요한 패로 여기는 분위기다. 어떤 이처럼 이번 도지사 선거를 '새로운 제주 대안을 도민들과 힘있게 밀어붙이는 전환점'으로서 특정후보의 득표율이 이후 제2공항 반대싸움의 향배를 가른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구체적인 득표율까지 들먹이며 몇 프로 이하면 안 되고 그 이상이면 붙어볼 만하다고 말한다.

그러지 마시라. 이미 다수의 제주도민이 반대를 하지 않았는가. 반대표가 개인적인 이해거나 반대를 바라는 강도가 다르다고 한다면 그 표가 오롯이 반대 후보에게 가지 않을 것임을 모른다 할 건가. 선거 이후 찬성세력 측은 득표율과 상관없이 드세게 밀어붙일 것이고 이에 대해 반대 측은 이번 지역선거와 상관없이 또는 선거 이후를 겨냥하여 진영을 추스르고 싸움에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해 원씨의 찬성의견 발표 이후 줄곧 또 바로 엊그제 집회에서도 보았듯이 '제주민이 결정했다 제2공항 철회하라' 허공에 팔뚝질하는 것으로 무얼 막을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비상도민회의를 중심으로 반대싸움을 하나로 결집하고 어떤 액션을 할 것인가에 대한 어떤 논의나 시도가 있는가.

지난 9일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녹색당 부순정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무소속 박찬식 예비후보, 정의당 김정임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 등이 참석해 분뇨시설 증설 반대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이성홍 제공)
지난 9일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녹색당 부순정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무소속 박찬식 예비후보, 정의당 김정임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 등이 참석해 분뇨시설 증설 반대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이성홍 제공)

# 후보단일화, 현실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혹 후보단일화 과정을 간다고 하더라도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이후 선거판에서 여러 정당 단체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효율적으로 싸움을 전개할 것인지 지금까지 어떤 논의가 있었는가. 그럼에도 방법은 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라든지 한쪽은 후보단일화를 위해 모든 걸 열어놓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 회피한다든지 하는 말은 이미 단일화 후보를 염두에 둔 압력으로 여겨질 뿐이다.
 
오히려 선거기간 선거판을 차리는 일이 진보정당 단체마다 다르다면 각각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연대하는 일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도지사 후보의 경우 의미 있는 득표가 목표라면 진보진영의 도의원 한 석이라도 얻으려는 현실적 노력도 중요하지 않겠는가. 어떤 이의 표현대로 박찬식 후보와 부순정 후보의 득표율의 합을 진보진영의 성과로 볼 수는 없을까.

물론 지역의 진보진영과 연대단체들의 경우 선거기간 후보단일화를 통하여 연대와 결속을 다지며 집중해서 싸울 수 있는 바람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금 시기 후보단일화가 능사는 아니며 현실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면 후보를 낸 정당이나 단체를 격려하고 위무하는 모습은 어떨까.

아니 최소한 요구나 압력으로 여겨지는 제의나 요청으로 힘들게 선거판을 꾸려가는 진보진영의 파트너를 힘 빠지게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심지어 어떤 경우 대놓고 제2공항 반대후보에 부순정 후보를 빼거나 그림자 취급을 하기도 하는데 그러지 마시라. 

제주녹색당원들이 '관광객을 반으로 줄이자'는 슬로건을 내세운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이성홍 제공)
제주녹색당원들이 '관광객 수를 반으로 줄이자'는 슬로건을 내세운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이성홍 제공)

제2공항 반대싸움부터 비자림로 싸움, 강정천 싸움 또 최근의 칼호텔 해고반대싸움, 월정리 하수처리장싸움 등 지역 현안의 최전방에서 같이 싸우는 벗이지 않은가. 아니 선거를 맞아 선거사무실 건물을 가득 채우는 버젓한 후보 사진 하나 걸지 못하고, 현수막 거는 비용을 아끼려 당원들이 꼬박 밤을 새워 제주 전역을 돌며 전봇대에 오르고 지친 몸으로 서로 깔깔대는 이들이지 않은가.

# 맺으며

어떤 식이든 선거는 치러질 것이고 이후 맞게 될 제주사회의 현실을 떠올리기 두렵고 무참하지만 늘 싸움의 최전선에서 진보진영의 벗들에게 힘이 되는 그런 모습이고 싶다, 동지라 일컬어 부끄럽지 않은. 동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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