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2012년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을 선언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탄소중립’ 정책보다 10년 앞서 제시된 이 담대한 계획은 에너진 전환과 전기차 보급 두 축을 중심으로 제주도의 미래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기후변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국제사회 과제가 됐고, 한국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참여했다. 제주도가 앞서 제시한 ‘탄소없는 섬’은 한국 사회가 가고자 하는 탄소중립 사회의 이정표가 될 수 있었지만, 제주도 탄소배출량은 CFI 선언 이후 오히려 늘었다. 

녹색전환연구소와 국제자유도시폐기와 제주사회 대전환을 위한 연대회의, 탈핵 기후위기 제주행동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발맞춰 도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주 전환사회 정책’을 마련했다. (이하 기후도민)

제주투데이는 도민이 직접 만든 '전환사회 정책'을 9차례에 걸쳐 6·1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제주도민들이 7일 제주 성산읍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을 진행했다.&nbsp; (사진=독자 제공)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제주도민들의 '기후위기 비상행동' (사진=제주투데이DB)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파리협정을 채택하고 2050 탄소중립을 약속했다. 2050 탄소중립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삼림∙연안∙탄소포집 활용 저장기술(CCUS) 등 흡수원을 통해 2050년까지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도 지난 3월 25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법)'을 시행했다. 이로써 전 세계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됐으며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2018년 총배출량 대비 2030년 순 배출량 40% 감축 목표)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제주도 역시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기후변화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환경수도 조성 및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조례', 'CFI 2030', '제주형 그린뉴딜' 등 다양한 입안을 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484만톤CO2eq(이하 톤)으로 2010년 462만 톤보다 오히려 늘었다. 

그뿐 아니라 소득 불평등, 고령화, 실업, 지역소멸, 농업·먹거리 위협 등도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지방선거 후보자들 공약을 살펴보면 탄소 사회를 공고히 하는 기존 개발 정책들이 주를 이룬다. 

한반도 기후위기 최전선인 제주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탄소 없는 섬'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림=녹색전환연구소
(이미지=녹색전환연구소)

 

무엇을 할 것인가

# 온실가스 감축목표 : 2025년까지 25%로 감축

제주도는 2018년 2030 제주특별자치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립했다.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감축목표 33%를 달성해 총 1456천톤을 감축한다는 구상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제주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BAU로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으며, IPCC의 표준 가이드라인(2010년 대비 2030년 45% 감축)과 국가 NDC 목표(2018년 대비 2030년 50% 감축)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제주도 '기후도민'들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해 2025년까지 2018년 대비 25% 감축 목표 수립을 제안했다. 

실행방안으로는 △기후정의 탄소중립 조례 제정(가칭) △녹색전환 계획 수립과 사회적 선언 △평가 및 보완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조례안에는 2030년 50% 감축 목표를 명시하고 공무원 비율이 30%를 넘지 않는 민관 위원회 구성을 담자고 했다. 

또한 제주도 사회협약 제도에 따라 민관 합동으로 ‘녹색전환' 사회적 선언을 하고, 녹색전환 계획은 도민 주도로 수립하며, 각 분야의 상세 감축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매해 평가백서 발간과 보고회 개최뿐 아니라 이듬해 세부계획을 업데이트 하는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주도 온실가스 총 배출량. 단위=tCO₂eq&nbsp; (자료=환경부 제공)
제주도 온실가스 총 배출량. 단위=tCO₂eq. (자료=환경부 제공)

#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전환사회 실현 지표 설정

탄소없는 섬으로 가기 위한 전환사회 대전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정의로운 전환이다. 따라서 불평등 해소, 일자리 창출, 자살률 감소 등도 주요 지표다. 

정부가 추진한 그린뉴딜은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 외의 다른 지표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수익성이 낮은 노동, 복지 등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고려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제주형 뉴딜 2.0 정책 일환인 그린뉴딜사업으로 일자리 2만1918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실행은 요원하다. 

따라서 기후도민은 제주형 그린뉴딜을 비롯한 전환사회 정책은 불평등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불평등 해소 지표 △일자리 창출 지표 △자살률 감소 지표를 전환사회 계획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래프=녹색전환연구소)

# 도내 탄소흡수원 총량 설정

제주도는 생물종 다양성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유네스코에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특히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곶자왈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중대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계속된 도시 개발 진행으로 곶자왈 등 녹지는 줄어들고 대지와 도로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 탄소흡수원으로 중요한 임야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기후도민은 제주도의 탄소흡수원 총량을 설정해 이를 지켜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림·녹지·연안을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지켜내는 것이 탄소중립을 위한 길이라서다. 

녹지 면적과 보호구역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생태 보호 면적 목표 수립 △보전관리지역 중 1등급 지역 관리 강화, △보호지역 통합 관리 계획 수립, △농지·산림·초지·습지 복원·보호·관리전략 (재)수립 , △흡수·저장량 산정 체계 고도화 등을 전환사회 계획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 2025년까지 전체 예산의 1%를 기후대응기금으로

기후위기 극복에 있어 예산 확보는 핵심 과제지만 제주도는 기후대응 기금에 대한 논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정부는 탄소중립 기본법을 통해 기후대응기금을 신설, 올해 예산에 2조 5000억원을 반영했다.

광역지자체 중 기후대응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는 서울특별시가 유일하며, 전체 기금예산 대비 4.3% 수준인 약 770억 원이 편성됐다. 충청남도는 정의로운전환 기금을 설치한 상태다. 

기후대응기금은 온실가스 감축 기반 조성·운영은 물론이고 산업·노동·지역경제 전환에도 사용될 수 있다. 

전환 과정에서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악화된 지역이나 피해를 받는 노동자·계층에 대한 일자리 전환·창출 지원도 가능하다.

기후도민은 각 후보들이 내세운 환경보전기여금 제도가 도입되면 이와 연계해 연간 1500억원 이상 지금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후위기 자료사진. (사진=GS칼텍스 홈페이지)
기후위기 자료사진. (사진=GS칼텍스 홈페이지)

# 2023년부터 탄소인지예산제도 실행

탄소인지예산제도는 탄소중립법 제24조에 따른 법적 의무 사항이다. 이 법에 따라 예산과 기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에 반영해야 한다. 

현재 광역지자체 중 탄소인지예산제도를 준비하고 있는 지자체는 서울특별시, 경기도, 인천광역시, 경상남도 등이다. 제주도는 2021년 12월,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를 조기 도입해 2023년 예산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관련 조례 등 구체 방안은 도입되지 않았다.

탄소인지예산제도가 시행되면 광역지자체 전체 예산을 기후위기 대응에 맞게 점검하고 이행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다. 

기후도민은 해당 의제의 핵심이 탄소인지예산제도 시행과 온실가스다배출 정책 중단을 제도화 하는 데 있다고 했다. 지역의 좌초자산이나 무분별한 개발정책을 중단하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녹색전환연구소

# 실행기반 구축

제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행기반이 탄탄하지 않으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기후도민은 △시민참여 거버넌스 △참여기반 계획 △실행조직 △예산 △관련 조례 제정 등 5가지 실행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과 국제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조례의 경우 탄소중립법 시행령에 기반한 조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제주 지역에 맞게 수정하고, 기후정의탄소중립기본조례(가칭) 제정을 요구했다. 

또 제주도의 경우 행정과 함께 운영되는 민관거버넌스 협의체가 없어 위원회 구조에 장애인, 청소년, 노인, 여성 등의 참여를 보장하고, 해당 위원회가 전환사회 계획 수립에서 이행 점검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부소장은 "실행기반 구축과 관련해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단체장 인식과 지자체 역량에 따라 차이가 난다"면서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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