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사진=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6·1지선 공식선거운동도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우려의 심정을 가눌 수 없었다. 그가 국토부 장관 후보로 원희룡 전 지사를 지명할 것이란 예감 때문이었다. 예감이 현실로 다가오자 우려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향후 제2공항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전개 양상이 눈에 보듯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강정해군기지 갈등과 일방적 공사강행을 경험한 탓일 것이다. 아마 논자만의 우려와 걱정이 아닐 듯하다.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해 사실 정황부터 확인하자. 우선, 이전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도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대신 국토부는 환경부가 반려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보완 가능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하였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둘째, 원희룡 장관은 지사시절부터 줄곧 제2공항 추진을 주장해 왔다. 특히 그는 반대가 높은 도민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성산지역의 찬성률을 근거로 제2공항 추진을 국토부에 건의한 바 있다. 이러한 원희룡 장관의 입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으로, 나아가 제주 대상의 주요 국정과제로 수용되었을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제주지역 유세에 함께한 원희룡 전 도지사(현 선대위 정책본부장) (사진=박소희 기자)
지난 3월8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제주지역 유세에 함께한 원희룡 전 지사. (사진=박소희 기자)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원희롱 국토부 장관 취임으로 제2공항 강행의사는 뚜렷해졌다. 원희룡이 장관 후보로 지명되자마자 제2공항 찬성단체들은 이를 환영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윤석렬 정부가 공약을 실천해달라고 일찍부터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반대단체와 해당 지역 주민들은 반대가 많았던 도민 여론조사 결과와 윤 대통령의 상대적으로 낮았던 투표율을 거론하며 제2공항 백지화와 자격 없는 원희룡 장관지명 철회를 요구해왔다. 

이는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 2막의 전초전일 뿐이다. 앞으로 갈등 양상은 지난 정권하에서 벌어졌던 1막과는 비교가 안 될 치열한 싸움으로 전개될 것이다. 반대 측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일에 맞춰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것은 향후 전망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래서 두렵고 걱정된다.

이러한 전망 때문에 공식 선거운동의 시작으로 한층 열기가 오른 지선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차기 도지사의 역할이 막대해졌다. 갈등을 해소하며 제2공항을 추진하든, 제2공항 추진 대신 다른 대안을 모색하든 차기 도지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지선 후보들의 입장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국민의 힘 소속 허향진 후보는 제2공항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둘째,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영훈 후보는 환경부가 반려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용역의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셋째, 녹색당 부순정 후보와 ‘제주가치’(시민정치연대)에서 추대한 무소속 박찬식 후보는 제2공항을 반대하는 대신 현 공항 개선을 주장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윤석열 정부와 보조를 같이하여 제2공항을 찬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눈에 보듯 전망되는 치열한 찬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갈등을 해결하겠다고만 할 뿐 아직 갈등 해소의 묘수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 측이 참여하는 소통기구를 만들고, 이권사업이나 금전적 지원으로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산이라 생각한다. 

먼저, 반대 측이 참여한 소통기구는 이미 있었고, 여기에서 도민여론조사를 통한 갈등 해결을 약속했고, 도민들은 제2공항 반대를 선택했다. 사실이 이러한데 또 무슨 소통기구가 더 필요하고 또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와 허향진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사진=제주투데이 DB)
오영훈 후보와 허향진 후보. (사진=제주투데이 DB)

둘째, 반대 측과 지역주민들이 보상대책 등의 금전적 지원을 바란 것이었다면 갈등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특히 지역주민들에겐 조상 대대로 삶을 꾸려온 역사와 터전으로부터 내쫓겨야 하는 실존적 위협이 걸린 문제이다. 보상대책 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다른 갈등 해소의 묘수가 없다면 허향진 후보의 입장은 일방적 공사강행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원희룡 장관과 뜻을 같이하는 국민의힘 소속 도지사가 탄생한다면 제2공항 문제는 강정의 길을 걸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두렵고 염려되는 선택지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민주당 후보의 입장은 득표를 의식한 무책임한 주장일 뿐이다. 일단 민주당은 정치적·행정적 신뢰를 이미 상실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민여론조사 결과를 따르기로 합의했던 한 주체였기 때문이다. 

진작에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를 설득하여 제2공항 백지화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오히려 그들은 국토부에 휘둘려 제2공항 강행추진의 빌미를 남겨두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마당에서 연구용역진이 권력 눈치보기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설사 그들이 전문가적 양심으로 제대로 된 용역결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제 역할을 못했던 환경부가 대통령의 공약과 국정과제에 반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논자의 예감과 의문이 기우이길 바라지만, 혹시라도 용역 결과와 환경부가 제2공항 추진을 정당화해준다면 어쩔 것인가? 이 경우 민주당 후보가 주장하는 갈등 해결 3원칙(인프라확충, 도민이익, 도민자주결정)의 적용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법이 없는 한 민주당 후보의 공약도 국민의힘 후보의 입장과 사실상 다른 점이 없다. 그래서 민주당 후보의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은 득표용일 뿐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정의당·진보당 제주도당과 제주녹색당 도지사·도의원 후보들은 29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후보들은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달 29일 정의당·진보당 제주도당과 제주녹색당 도지사·도의원 후보들이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후보들은 제주 제2공항 백지화를 선언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은 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이다. 녹색당 후보와 ‘제주가치’가 추대한 무소속 후보가 주장하는 입장이다. 그들의 입장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두 가지 대안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늘어난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대책을 정확히 내놓고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그들은 현 공항의 개선을 말한다. 이는 프랑스 파리항공엔지니어링도 대안으로 제시했던 것이기에 일단 타당성이 높다. 또한 이를 지지하는 도민들이 매우 많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검증과정을 가져보지 못한 것이 한계로 남아있다. 따라서 검증방안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둘째,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제2공항을 찬성해온 단체와 도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제2공항 계획으로 그동안 토지거래 등 여러 면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온 지역주민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을 구제하는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무소속 박찬식 후보는 지역발전 대안으로 성산물류특구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좀 더 세밀한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제2공항을 찬성하는 도민들이 성산지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지희 기자)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그래픽=박지희 기자)

제2공항 문제만을 두고 지선에 임한다면 많은 도민들이 백지화를 주장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 최근 여러 언론방송사의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로도 그것은 입증된 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민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할 것이다. 열기가 잔뜩 오른 현 선거운동 국면에서 이미 후보자를 선택해 둔 유권자들도 있겠지만 누가 도민의 부름을 받을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논자는 기존의 글에서 이번 지선이 국제자유도시 고수세력 대 생태인권평화도시로의 전환세력 간의 한판 대결이 되기를 바랐다. 모든 후보가 생태와 평화를 말하고 있지만, 이를 말하면서 국제자유도시와 개발중심의 공약을 남발한다면 그것은 모순되고 거짓된 약속일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후보들을 판별해보면 국제자유도시 고수세력과 생태인권평화도시로의 전환세력이 어느 후보 진영인지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제2공항은 단순히 공항 하나 더 짓자는 문제가 아니다. 제주미래발전 비전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판가름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도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지난 10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이길훈 제공)
지난 10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가 열렸다(사진=이길훈 제공)

※참고로 지난 2011년 강정의 경험에 대한 논자의 이전 글을 찾아보니 이렇게 적고 있다.(2011. 9. 18, 헤드라인제주에서 발췌) 

강정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었다. 거대한 공권력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9월 2일 새벽의 일이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그렇게 말렸건만. 강정주민들은 “살려줍써”라고 통곡으로 읍소하고, 도의회와 종교·시민단체 할 것 없이 모든 제주도민들이 한목소리로 부탁하고 애원했건만. 국민과 세계의 뜻있는 시민들이 경고했건만. 아~정말 이럴 수가 있는가!! 이게 이 나라 정부와 해군과 경찰이 할 짓인가? 정말 이제 한치 앞이 걱정이다. 

‘9·3 구럼비를 살리자’는 평화사랑 문화행사를 앞둔 전격적인 공권력 투입이었다. 집회와 시위가 아닌 문화행사는 보호하겠다고 연막을 치던 경찰이다. 치사하기 그지없다. 사실 경찰의 연막작전을 곧이 믿었던 사람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새벽녘에 급작스럽게 불도저작전을 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야말로 초토화였다. 농성장이 일거에 허물어지고, 구럼비로 가는 보로인 삼거리에는 마지막 펜스가 쳐졌다. 온몸으로 항거하던 핵심 인사들은 연행되거나 체포되었고, 또 구속되었다. 일거에 강정바다는 울음바다로 되었다.

바로 해군은 공사강행에 들어갔다. 다시 문화재가 발견되었다는데도 한 치의 머뭇거림이 없었다. 그들은 일부러 구럼비 바위부터 깨뜨리는 것 같았다. 마치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사랑 일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음으로써 그들의 전의를 상실시키고 단념과 체념을 노리는 듯하였다.

강봉수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강봉수(姜奉秀). 제주시(애월읍 어음리)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동양철학과 도덕교육학을 전공하여 문학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재야연구단체인 사단법인 제주대안연구공동체의 연구원장직을 맡아왔다. 때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었고, 한국(제주) 사회와 교육의 민주화를 위해 시민운동진영에도 기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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