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개 조직 450여 명의 제주지역 노동자들이 도청 앞에 모여 비정규직 철폐와 불평등 타파 등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40여개 조직 450여 명의 제주지역 노동자들이 도청 앞에 모여 비정규직 철폐와 불평등 타파 등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5월, 서서히 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지방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무난하게 이길 줄 알았던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치러지는 선거이다. 그만큼 양 진영이 사활을 걸고 대결하는 모양새다. 정치세력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야 나무랄 일이 아니다. 다만, 오직 선거 승리만이 존재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란 대중들의 삶을 바꾸는 유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진영의 이해득실을 넘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 선거판은 그렇지 못하다. 거대 보수양당이 이번 선거에서 도민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들고 나왔는 지 살펴보려 해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정당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몇 년 지난 정책자료나 몇 개 올려져 있거나 아예 자료 자체가 없는 당도 있다.

정책은 현 사회에 대한 정치세력의 입장이기도 하다. 말로는 매일 다투면서 선택기준이 될 정책자료 하나 게시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으로 표를 얻으려고 하는건지 궁금하다. 언론을 통해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고 해명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책은 대중들을 향한 약속이다. 그 약속이 공식화되거나 기록화되지 않는 이상 허언에 불과하리란 것은 오랜 경험으로 예측가능하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제주에도 현안이 산적해 있다. 오래전부터 중앙정부의 정책 실험장이 되어버린 제주는 늘상 갈등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정치가 정책적으로 조율해야 할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치가 그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불신받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정치에 거는 기대가 클수록 삶을 규정하는 정책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과감하게 바로잡고 조금이라도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자신 있게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제주도민의 삶을 바꾸려는 정책보다 지난 대선결과에 대한 반작용만 지배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노동정책 부재를 들 수 있다. 제주도 인구 중 29만명이 노동으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 비정규직은 38% 수준이며,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82%에 달한다. 제주에서 일하는 대다수 노동자가 평균 이하의 노동조건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제대로 된 정책대안을 거대 양당은 내놓지 않고 있다. 무려 29만명의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은 아닐테고, ‘정책 따위보다 학연, 지연, 혈연만 찾아내면 돼!’라고 생각하는 걸까? ‘어차피 우리 편 찍을 거니까 걱정마’라고 자신하는 걸까?

19일부터 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이번 선거에 나서고 있는 모든 후보들에게 바란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 삶의 질을 보다 높여 줄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허공에 뜬 형식적 정책이 아니라 삶에 뿌리박은 정책으로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해주길 기대한다.

부장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사무처장

삶의 목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뒤늦게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키워가는 중년. 칼럼 [일상응시]를 통해 평범한 일상부터 거대한 사회적 현실까지, 조용히 관찰하며 삶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