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학교》 시미즈 미츠루 씀, 김경인 김형수 옮긺, 녹색평론사 펴냄
《삶을 위한 학교》 시미즈 미츠루 씀, 김경인 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덴마크에 있는 자유학교 ‘폴케호이스콜레’를 아는가. 폴케호이스콜레는 덴마크 말이다. 우리나라 말로 옮기면 폴케는 민중, 호이는 고등, 스콜레는 학교다. ‘민중고등학교’쯤 된다. 폴케호이스콜레는 학교는 맞지만 국가가 하는 교과과정을 따르는 우리나라 교육 기관과는 다르다. 대안교육운동을 하는 배움터다. 우리나라에 있는 산청 금산 제천에 있는 간디학교나 홍성에 있는 풀무학교가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와 비슷하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말했다. 국가가 학교와 정신병원을 만들면서 사람들을 억압하는 권력기관이 되었다고. 이 말이 맞는다면 덴마크에 있는 폴케호이스콜레야 말로 민중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자라게 하는 배움터다. ‘삶을 위한 학교’다.

덴마크에 있는 ‘폴케호이스콜레’가 우리나라에 있는 일반학교와는 다른 점 세 가지를 보자.

첫째는 시험이 없다. 16살이 넘으면 누구나 이 학교에 다닐 수 있다. 입학시험도 없고 배움 과정 가운데 시험도 없다. 졸업시험도 물론 없다. 80살이 넘은 사람도 이 학교에 다닌다. 서로 묻고 답하는 말하기를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영어나 수학은 꼭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다. 목공 농사 음악 요가 명상 체육 같은 살아가는 데 힘을 주는 배움을 갖는다.

둘째는 배움터 대부분이 학생과 선생이 함께 잠을 자면서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 그렇다고 학비가 아주 비싸지도 않다. 덴마크에서는 대안교육을 꾸리는 배움터를 꾸리면 교육재정에 70% 가까이 대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라에서 인가를 받아야 교육비를 지원해 주고, 인가를 받지 않은 대안교육 배움터는 오로지 학부모들이 내는 돈으로 꾸린다.

폴케호이스콜레는 배울 수 있는 기간이 1년 안쪽이지만 그곳에 온 사람들과 충분히 눈빛 맞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삶을 찾아간다. 세계 곳곳에서 오기 때문에 그 나라에서 겪는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 교과과정도 생태 평화 인권 나눔에 맞춰져 있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온갖 문제를 같이 푼다. 인종 차별에 반대하고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숲을 더럽히는 일에 저항한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채식 식단이 따로 있다. 당연히 동물권과 기후위기운동에도 함께 하는 배움터다.

셋째는 교과과정도 학생과 선생이 함께 짜기도 한다. 수업 교재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날에 했던 교재를 쓰기도 하지만 참고할 뿐이다.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새로운 배움 길을 찾는다. 물론 그곳도 사람들이 어울리는 곳이니 다툼도 있고 생각이 다른 일도 많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어도 매주 열리는 전체 모임에서 슬기롭게 푼다.

이런 힘으로 덴마크는 핵발전소 하나 없이도 나라를 꾸릴 수 있었다. 핵쓰레기를 나중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려 줄 수 없다는 마음에서 자연과 어울리는 풍차를 만들었다. 덴마크는 국회의원 말고 민회가 있다. 1년 단임제다. 나라 운명을 좌우하는 일은 민회를 꾸려서 풀어간다. 민회 일꾼들은 제비뽑기를 해서 뽑는다. 이것이 바로 숙의민주주의다.

덴마크 사람들 90% 가까이가 대 여섯 사람씩 저녁에 모여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참 부럽다. 이렇게 되려면 일을 하는 시간이 적어야 하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도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한다. 덴마크를 포함해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같은 북유럽 나라들은 나이가 70살이 되고 싶어 한다. 그 나이가 되면 우리나라 돈으로 달마다 300만 원 가까이 받는다. 이것은 북유럽 나라들이 이루는 교육 힘에서 나왔다. 이 책은 일본 사람이 써서 일본 사례가 많이 나온다. 일본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다르지 않다. 머리에 지식을 구겨 넣는 학력중심사회를 벗어나야 한다. 그룬트비가 세운 폴케호이스콜레에서 배워야 한다.

은종복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에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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