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에 등장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수도권을 넘어 멀리 제주도에서 폭발했다. 경기도도 아니고 서울시도 아니고 인천시도 아닌 왜 하필 제주도에서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논란이 되었던 것일까? 어째든 김포공항 이전 논란은 제주도의 지방선거에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와는 다르게 찻잔 속 태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고 김포공항 이전 논란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신공항이 왜 불필요한지 과도한 공항시설이 왜 불필요한지에 대한 토론이 가능하게 한 점은 의도치 않은 성과다.

(사진편집=제주투데이)
(사진편집=제주투데이)

# 김포공항 이전 논란이 낳은 쟁점-1 "근거리에 공항 2개는 불필요"

이번 김포공항의 이전 논리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근거리에 두 개의 공항이 존재하는 것은 불필요 하다는 것,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라도 국내선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 두 가지다. 이 논리를 뒷받침하며 등장한 것이 프랑스 사례인데, 프랑스 하원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불필요한 국내선 이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고속철도로 2시간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지역 간 항공편 취항을 금지하는 것이다. 애초 ‘편도 4시간 이내 거리 항공편 취항 금지’가 추진됐지만, 항공업계 반발로 범위가 축소됐다. 왜 편도 4시간 이었을까? 편도 4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다면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편익이 더욱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의 거리는 철도 노선으로 37.6㎞로 현 시속 110㎞로 운행하는 공항철도로 38분이 소요된다. 프랑스에서 얘기한 것처럼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현 공항철도가 KTX로 교체된다면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사이는 10여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그리고 국토부도 현 노선의 운행속도를 150㎞로 높이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계획이 없을 뿐이다. 

게다가 공항의 소음피해를 다루는 각종 미디어에 주요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김포공항이다. 그만큼 피해가 극심하다면 소음피해가 적은 곳에 이미 큰 규모의 공항이 있고, 시설확장도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국내선이 인천공항으로 이전 못 할 이유가 없다. 기후위기 시대에 큰 규모의 공항 두 개를 바로 옆에서 운영하는 것이 과연 마땅한 일인지는 더 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미 공항이 있음에도 근거리에 또 공항을 짓겠다는 제주 제2공항이나 새만금공항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사업이다. 당장 새로 짓는 공항들이 제 기능은 고사하고 파리만 날리는 마당에 토건세력의 이권을 챙겨주는 것 말고 공항을 새로 지을 이유가 없다.

▲관광객들이 제주국제공항에서 비행기표 접수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국제공항 내부 모습(사진=제주투데이DB)

# 김포공항 이전 논란이 낳은 쟁점-2 "김포공항 이전과 지역균형발전"

김포공항을 이전 할 경우 서울·경기권 공항 이용객들을 어떻게 분산할 것이가를 두고 말이 많았다. 나온 안은 서울·경기 남부권역은 청주공항을 이용하고, 서울·경기 동부권역은 원주공항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서울·경기 서부권역 인천공항을 이용하면 된다. 서울역과 청주공항 인근의 오송역까지 KTX로 평균 50분 정도 소요된다. 현재 오송역에서 청주공항까지는 KTX가 운행되지 않는데 무궁화로도 20분정도 소요된다.

이보다 빠른 전용 열차 라인을 구축한다면 더욱 빨리 닿을 수 있다. 원주공항도 청주공항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청량리역에서 원주공항에 가까운 횡성역 까지 평균 1시간이고, 횡성역에서 공항까지 차로 이동시 10분정도 소요된다. 지금은 직통버스 노선이 없지만 직통 버스노선이 생기면 10분 내외로 충분히 도착 가능한 거리다. 지금도 김포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많은 수도권 시민들이 몇시간을 소비한다. 그런데 청주공항과 원주공항으로 가는 것이 그렇게 무리인 것일까?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열차를 더 많이 배차해야 하고 신규 철로나 버스 노선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청주공항이나 원주공항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그나마 운영이 된다는 청주공항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원주공항은 사실상 거의 운행이 안 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으로 지어진 공항들이 기능을 못하면서 정부가 강조한 경제효과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청주시가 청주공항 덕을 봤다는 얘기를, 원주시가 원주공항으로 덕을 봤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들 공항을 지어 덕을 본 것은 오직 국토부의 관료들과 토건대기업들 뿐이다.

윤석열 정부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대규모 토건사업을 엄청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있는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면서 새로운 교통인프라를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국토개발이고 이용일까? 그렇게 균형발전을 목놓아 외치고 있는데 정작 청주시와 원주시를 활성화시킬 방안은 왜 외면하는 것일까?

신공항을 짓기 보다 현재 공항을 어떻게 하면 잘 이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청주공항과 원주공항이 잘 활용될 수 있다면 그래서 지역균형발전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면 김포공항을 폐쇄하고 인천공항과 합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도리어 서울중심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닐까? 놀고 있는 공항을 폐쇄하지도 않으면서 매몰 비용을 쏟아붓는 이 악순환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까? 정말 깊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항공기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방문한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들(사진=김재훈 기자)
항공기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공항을 방문한 제2공항 피해지역 주민들(사진=김재훈 기자)

# 김포공항 이전 논란이 낳은 쟁점-3 "도민의 삶이 배제된 공항 논란"

김포공항 이전 논란에서 제주도민의 걱정이라며 국민의힘이 내세운 논리는 관광산업이 붕괴되어 제주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김포보다 더 멀리 있는 인천으로 이동하게 되면 제주도로 와야 할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란 말이다. 이 걱정이 괜한 기우 같다는 생각은 뒤로 하고 정작 김포공항이 인천으로 옮겨지면 서울에 볼 일을 보러 가야 하는 도민들이 입장에서 대중교통으로서의 공항이용이 다소 불편해질 수 있다는 점은 딱히 주목받지 못했다. 제주도에서 육지로 나아가는 방법이 여객선과 항공기를 이용하는 방법뿐이기에 이들 교통수단은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데 관광산업 고사 타령만 하는 것이다.

사실 제2공항이 지어지는 이유도 도민불편이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 공항 건설 필요성을 알리는 사전타당성보고서에도 장례 늘어나는 관광객을 위해 제2공항을 만든다고 되어 있다. 결국 도민이 육지를 오고 가는데 좀 더 편리하라고 제2공항을 짓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늘어 나는 또는 늘어났으면 하는 관광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김포공항 이전이 인천, 경기, 서울시민들에게서 회자되지 않고 저 멀리 제주에서 논란이 되고 제주도 지방선거에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 것이다. 제주도가 얼마나 관광산업에 매몰된 곳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번 김포공항 이전 논란으로 제주도의 산업구조 재편의 필요성까지 지적된다. 특정 산업에 치우친 경제구조를 가진 지역은 특정 산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인에 의해 지역의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중국의 한한령이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창궐로 관광산업이 크게 휘청거렸다. 이렇게 휘청일 때 마다 관광산업을 양에서 질로 체질을 개선하고 1·2차산업을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하자고 목소리를 내왔지만 그다지 진전된 내용은 없다. 관광산업에 치우친 경제구조가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수차례 경험으로 확인하고 있음에도 변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노동분야에도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데 전국에서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제주도에서 특히 관광산업 종사자의 임금수준이 더욱 취약하다. 물론 안정적인 일자리로서도 점수가 매우 낮다. 불안정 저임금 구조를 양산해낸 것이 바로 제주도의 관광산업이다. 이런데도 김포공항 이전 논란에 관광산업이 죽네마네만 얘기한 것이다. 정작 도민이 편리하게 수도권을 오고가는 것, 대중교통으로서 공항의 이용은 무관심하다 못해 부차적인 양념정도로 치부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의 인식구조 속에서의 공항은 결코 그 지역의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관광객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 김포공항 이전 논의가 남긴 것

이번 논란을 종합해보면 결국 더 이상의 공항은 필요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미 인천공항은 시설 확대가 예정되어 있고, 김포공항을 이전해도 충분할 만큼 수요를 감당하고 남음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그리고 김포공항을 이전하더라도 불편함이 크지 않고 도리어 지역의 균형발전은 물론 놀고 있는 공항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새로운 공항이 필요 없음이 더욱 명확해 질 따름이다. 공항을 늘려 자신들의 힘을 계속 확장하고 싶은 국토부 입장에서는 입맛에 맞지 않겠지만 국토의 보전과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측면, 지역과의 상생과 난개발 방지라는 측면 모두를 달성할 가능성을 내포한 계획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단순히 기득권의 정치적, 경제적 이득만을 고려한 대규모 국책사업은 이제 폐기될 때도 되었다. 거대한 SOC사업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는 기존은 대규모 인프라시설에 대한 평가와 재검토를 통해 불필요한 것은 걷어 내고 필요한 것을 손봐서 제대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김포공항 이전 논란은 상당히 유의미했다고 본다. 부디 이번 논란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발전적인 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많은 토론과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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