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축제’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제주지역에서 진보의 깃발을 내건 후보들은 단 한 명도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진보정당 득표율은 지난 선거에 비해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공고한 거대양당체제에 기반한 여러 요인이 먼저 거론됩니다. 하지만 그 외적 요인들은 이미 드러난 지 오래인 상수입니다. 시선을 진보정치와 진보정당 내부로 돌려 치열한 성찰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제주투데이는 지역 시민들이 직함과 대표성을 내려놓고 자신의 이름으로 얘기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제주지역 진보정치 및 진보정당의 한계를 점검하고, 진보진영의 현실정치 참여를 위해서 어떤 전략을 세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진보정당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담고자 합니다. 그렇게 ‘축제’를 이어가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①"진보정치, 지역 연대의 날을 벼리자"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② 반드시 나와야 했던 공약들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③후보의 진정성과 공약보다 ‘내 편의 승리’가 더 중요?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④현실적 전략과 해법 가지고 있었던들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⑤어떤 정당이 변화하는지 도민은 지켜볼 것이다

[2022지선 엔딩, 아무말로 확장하라]⑥가족·돌봄이라는 단어 안에 '여성'을 숨겼다

(편집=김재훈 기자)
(편집=김재훈 기자)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총 4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은 꾸준히 당선자를 내오며 친환경 무상급식, 무상교육등을 실현해 가는데 앞장서 왔다. 남성 중심의 정치구조를 변화시켜가고 대한민국 정치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실현해오며 기득권 정치를 혁신해가는 일들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결과, 대선 이후 3개월 만에 치러지며 거대양당에 집중됐다는 걸 감안해도 4년 전 지방선거의 진보정당 득표율 총합 20.17%의 절반인 10.49%에 그치는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2006년부터 꾸준히 당선자를 내오던 진보정당을 이번 도의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더욱 굳어진 거대양당 독점구도 하에서 진보정당의 설 자리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진다.

국민은 ‘촛불항쟁’을 거치며 민주당 180석을 국민들이 안겨준 건 현 국민의힘의 원당(元堂)을 심판했다. 그런 국민은 노동, 인권 등 그 어느 것에도 부응하지 못한 채 기득권 유지에 연연하는 민주당을 보며 이번 대선과 지선 두 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을 심판했다.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하는데 새 시대를 이끌 대안정당이 없으니 ‘그 나물에 그 밥’이 반복해 이루어지며, 박근혜 정부 못지않은 사회적 병리현상들이 우려될 지경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위기 속에 안타깝게도 마땅한 대안정당이 없다.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주민들이 20% 가까이 되고, 역대 투표율이 저조한 현실에서 정치에 대한 혐오, 반정치주의를 극복하며 정치적 희망을 안겨줄 대안정당이 없는 한, 거대양당끼리의 정권교체는 반복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진보정당이 대안정당이 서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뼈아픈 고민이 든다. 답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 위주로 두 가지 진보정당의 변화를 그려본다. 

#기성세대와 MZ세대가 어우러진 정당

우리나라 진보정당은 일제 해방 이후 1950년대 조봉암 대표의 진보당에 이어, 1980년대 군사정권에 항거하며 반민주‧반독재를 내걸며 싸워온 학생운동의 성과와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분출한 노동운동을 토대로 진보정당의 기반을 다져왔다.

그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진보정당을 운영하는 구성원들은 대부분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사이 학생운동을 경험한 세대들이 주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8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를 표현하는 MZ세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MZ세대가 진보정당 운영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기보다는 진보정당의 당원으로서 MZ세대가 유입되지 못하는 데 기인하는 문제다.

물론 이번 도내 지방선거에서 청년(청소년)후보로 직접 출마한 진보정당도 있지만 어느 정당이나 MZ세대의 유입은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노동운동을 넘어서 페미니즘, 동물권, 차별, 불평등, NO플라스틱운동, 기후 등 MZ세대들의 생활적 의제들이 정치화 될 수 있도록 MZ세대의 감각을 담아내야 한다.

또한 당내 구조 역시 나이와 경력을 내세우기보다는 동등한 입장에서 의사가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등 평등한 당내 관계문화의 변화를 만들어가며 다양한 계급적, 계층적 이해와 요구들이 존중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실천하는 과정에서 진보정당의 조직적 동력을 이루어내야 한다.

#‘제라한 지역주민정치’ 모델을 만들어가는 정당

초기 진보정당은 지역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들을 이어왔다. 동마다 분회라는 당원모임을 이루어 당원들을 만나고 지역주민들을 만나는 활동을 펼치며 지역에 출마할 후보자를 발굴해 후보와 분회가 원팀이 되어 진보정당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진보정당들이 분당과 해산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분회모임이 사라지거나 축소되었고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들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지역주민들과 호흡하는 활동의 부재는 진보정당의 득표율, 진보정당의 지역구 후보자의 득표율과도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극복해가기 위해서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마을 안에서의 당원들의 분회 모임뿐만 아니라,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만남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따른 만남과 실천이 필요하다.

마을마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단체에서 다 담아내지 못하는 다양한 주민들의 생활적 의제들을 정치적으로 해결할 모임을 만들고 이끄는 것. 물론, 해본 사람들은 안다. 그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쉬운 길이 따로 있지 않다. 그 길을 열어가는 것이 진보진영 활동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정치(政治)는 한자 풀이 그대로 다스린다는 뜻이다. 작은 마을 단위에서부터 하나씩 제대로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 주민들의 힘으로. 그 힘이 전국화될 때 ‘대한민국의 정치’는 국민들의 희망이 될 것이다. 올해 대선과 지선을 통해 거리에서 찍을 정당 없다고 푸념하는 시민을 만날 때마다, 진보정당인으로서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들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한다. 지금이라도 진보진영의 대단결과 각자 진보정당의 혁신으로 다음 선거 때는 ‘투표할 맛’을 내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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