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신강협 위원장, 고은비 부위원장, 김상훈 위원이16일 인수위 사무실인 제주도농어입인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신강협 위원장, 고은비 부위원장, 김상훈 위원이 16일 인수위 사무실인 제주도농어입인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이하 인권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소속 위원 6명이 동반 사퇴했다.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 소속 인권행정 담당 공무원들이 형식적 소통, 정보제공 제한 등 인권위에 업무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차기 도정을 준비하는 제주지사 인수위원회에 개선도 촉구했다.

신강협 위원장, 고은비 부위원장, 김상훈 위원은 16일 인수위 사무실인 제주도농어입인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제주도인권위원회는 15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현직 도의원 2명, 도지사 추천 위원 2명, 도의원 당선인 1명, 제주도 자치행정국장 1명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사표명을 할 수 있는 위원은 모두 9명인데, 3분의 2인 6명이 사퇴한 것이다.

#. 인권위 "제주도, 인권위 심의 기능 무력화시켜"

이들은 담당 공무원들이 인권위의 도 행정부에 대한 심의와 자문 역할을 실질적으로 없앴고, 인권위원장의 권한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심의 기능 무력화시켰다는 게 핵심이다.

인권위 활동과 역할에 수행에 필요한 사업정보 제공이나 업무 관련 연락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 1년여 동안 3차례 정도 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연간 사업계획 정도만 보고 받았을 뿐 심의사항은 한 건도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아울러 제주도가 도민의 인권침해 진정제기도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인권위 활동 약 2년만에 처음 들어온 진정이다. 그러나 도는 인권위에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판단, 조사 불가 통보를 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 도민 A씨는 제주도 인권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도가 출연한 모 재단에서 부당해고를 당했고, 복직과 사직을 하는 과정에서 직장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이다.

자치행정국 과장 등 인권팀은 행정부 내 자체 판단을 통해 A씨에게 해당 진정에 대해 조가 불가를 통보했다. 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구제기관이 아닌 점, 인권침해 구제를 위한 조사권이 없는 점, 관련 업무에 조례에 따른 담당 공무원이 배정돼 있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인권위원장은 뒤늦게 이 사안을 인지하고, 도 자치행정국장을 만나 항의했다. 그러나 도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도는 인권위가 공무원이 설정한 안건만 보고 받거나 심의할 수 있는 점, 해당 사안이 국가인권위에서 다룰만한 사안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신강협 위원장은 "인권위가 이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도는 업무에 인권위를 아예 배제했다.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행정이 결정하게 되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고은비 부위원장은 "실무자 개인의 인권감수성에 따라 사안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인권위가 가진 기능에 따라 균질한 책무를 갖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는 인권위가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2기 인권위에도 참여한 저는 당시 비슷한 상황에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그동안 조사를 거쳤는데 왜 안하느냐고 항의하자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도민들에게 이같은 상황을 고발한다. 재발방지를 위해 차기 도정을 준비하는 인수위에 개선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신강협 위원장, 고은비 부위원장, 김상훈 위원이16일 인수위 사무실인 제주도농어입인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 고은비 부위원장(왼쪽), 신강협 위원장이16일 인수위 사무실인 제주도농어입인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 제주도 "조사권 없는 인권위, 심의 권고 못해"

하지만 제주도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도 인권위원회는 인권침해 피해 구제기관이 아니라 도지사의 자문기관"이라고 강조했다.

도는 "제주인권조례 제 10조에 따르면 도 인권위에 인권침해 피해구제 심의 규정이 있더라도, 해당 진정건은 조사가 필요한 구체적 사건"이라면서 "조사권이 없는 인권부서나 인권위에서 이를 심의하고 권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단, 조례를 개정해 인권기구를 두면 가능하다. 서울, 경기, 강원 등은 시도지사 권한에 속한 사무와 관련한 인권침해 사안을 자체적으로 조사, 시정권고 할 수 있는 인권기구를 두고 있다"면서 "제주에도 인권기구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사업계획 보고 외 심의사항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지난 1월 '2022 인권보장 및 증진 시행계획'에 포함돼 인권위의 심의를 마쳤다"면서 "지난 8일 개최한 위원회 회의에서 의견을 듣고자 그간 추진상황을 보고하는 안건으로 상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인권조례 제4조 3항에 따르면 도지사는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할 경우, 당사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2017년 국가인권위의 '지방자치단에 인권제도 현황 및 의견표명의 건'에는 헌법 제117조가 규정한 지방자치의 원리를 고려할 때, 인권업무 일체를 국가사무로 단정해 지자체가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은 불합리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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