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사진=박소희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이 될 뻔했던 제주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두고 진행된 두 개의 행정소송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를 상대로 모두 패소했다. 이를 두고 도가 미흡하게 대응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 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도민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운동본부) 등은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감염병과 기후위기 시대, 제주 녹지국제병원 문제 해결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지정토론에서 오상원 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지 않았을까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오 국장은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조례와 특례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 허가 요건을 녹지제주가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개설 허가 취소를 면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이 소송이 소의 이익이 없기 때문에 사건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개설 허가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다시 말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식적으로 허가를 취소하지 않는 이상 개설 허가가 유효하다고 본 것”이라며 “중국 녹지그룹이 국내 법인인 ㈜디아나서울에 녹지병원의 토지와 건물 전체를 매각한 게 지난 1월19일이었다. 이때 제주도가 판결 전에 즉각 대응했다면 승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최근 제주도지사직 인수위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도가 각종 현안에서 대응하지 못하고 공무원 무사안일주의로 인해 제주도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녹지병원 내용도 담겼다”고 꼬집었다. 

오 국장은 “실제로 소송 과정을 보면 녹지제주의 경우 처음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소송에 대응해나간 반면 도는 소송대리인이 자주 변경됐다”며 “결국 여러 재판에서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또 “앞으로 수백억원대의 대규모 소송이 있지 않을까 우려되는데 도는 지금부터라도 소송대리인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소송전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도민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운동본부) 등은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감염병과 기후위기 시대, 제주 녹지국제병원 문제 해결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4일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도민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운동본부) 등은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감염병과 기후위기 시대, 제주 녹지국제병원 문제 해결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앞서 주제발표에 나선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을 맡고 있는 이찬진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녹지제주가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 장관에 제출해 승인을 받은 사업계획서에 주목했다. 

그는 “사업계획서 상 목차에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에 주요대상은 ‘휴양 및 미용 목적의 외국인 관광객(의료관광객) 및 국내 거주 외국인’으로 ‘사업방향’은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내 건강보험체계 보호’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장관은 이 같은 사업계획서를 심사해 사업을 승인했고 제주도 역시 같은 해 12월 승인조건에 ‘현행 의료법 제반사항 준수’라고 기재했다”며 “이는 제주특별법 제309조의 규정상 당연히 의료법을 준수해야 하는 것을 표기한 것으로 별도의 조건이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이를 통해 녹지병원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음’을 분명히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런 사전승인처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내용대로 ‘개설허가’를 하도록 구속하는 효력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 녹지제주가 내국인 진료까지 포함하는 내용으로 외국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고자 한다면 도 조례 제16조 6항에 따라 사업계획변경 승인을 신청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도지사의 변경 사전심사승인 처분을 받으면 되는 것”이라며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은 큰 흠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해선 녹지병원이 개설 허가 후 3개월 내 업무를 시작하지 못한 데 대해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주목했다. 

이 변호사는 “(녹지제주가 주장하는) 진료 대상이 ‘외국인+내국인’에서 ‘내국인 진료 제외’로 허가해 ‘주된 허가사항이 변경’되었다고 하지만 ‘주된 이용 대상이 외국인 관광객 대상’이었으므로 주된 허가사항의 변경이라거나 전면적인 사업 계획의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계획 수정으로 인해 개원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3개월 동안 채용절차 공고 등 인력 채용을 위한 기본 절차도 밟을 수 없었을까”라며 “한마디로 개원의 의지가 없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양영수 도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이 사회를,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와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이 각 ‘제주 영리병원 역사로 본 의료의 위기와 정치의 역할’, ‘제주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법제도 쟁점과 도의회의 과제’ 주제 발표를 했다. 

이어 오상원 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과 양연준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 지부장,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변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등이 지정토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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