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숙명)이 내린 형벌인 시지프스의 바위는 인간들의 삶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현실적 제 실체다. 그 실체는 삶의 성실성을 수시로 해체시키는 부조리한 현실적 제 문제일 수도 있고, 좌절과 절망같은 제 고통들일 수 도 있다. 그런데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도 이러한 시지푸스의 바위는 어김없이 다가온다.'

젊은 20대말 청운의 꿈을 안고 신문기자에 발을 들여놓았던 양남수씨(43.제주작가회의 회원).

그의 본업은 농사다.

한 때 기자의 매력에 끌려 누구보다 '정의'와 '원칙'을 고집했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틈틈히 자신의 팔자(?)와 무관치 않은 글 쓰기를 시도해왔다.

그가 50여건의 글을 묶어낸 컬럼 모음집 '시지푸스의 바위'(열림문화.1만원)를 낸 것도 부지런한 글쓰기의 결과다.

'시대와 일상, 감귤 그리고 변화의 흐름들'이라는 부제로 다소 건조하고 딱딱해 보이기까지지 한 그의 컬럼집은, 그러나 결코 무관치 않은 주제의 고리를 관통하고 있다.

그가 각별하게 애착을 갖고 있는 '감귤'을 키워드로 하고 있는 듯 하지만 현실속에서 피고 지는 우리의 일상의 내면들을 들춰낸다.

따라서 전체적인 줄거리는 역사와 불교, 그리고 감귤이라는 세가지 서로 다른 관심영역이 하나의 고리를 형성하면서 변화의 흐름을 잉태해낸다.

이는 인간과 현실 환경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그의 글들이 현실의 삶이라는 핵심주제와 그대로 통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좀처럼 남에게 '내세우기'에 익숙치 않은 그가 첫 컬럼 모음집을 낸 이유는 뭘까.

"그 동안의 정신적 부대낌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고 싶은 개인적 욕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그의 애기처럼 좀더 자유로운 사색의 자유를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그의 글 속에서는 은근한 현실참여 의식을 풍긴다.

제1부 '우리사회 보수주의의 이해'와 제2부 우리사회 일상성과 그 성찰'에서 보여준 30여편의 컬럼들은 역사와 철학, 사상과 종교, 문화와 유적 등 다양한 소재를 넘나들며 때론 정치를, 때론 민주주의를, 때론 정의를 이야기한다.

그의 연구성과 탐구성, 즐겨하는 사색은 감귤 분야에서도 자유롭지 않았다.

제3부 감귤산업의 변화와 흐름들'과 제4부 '감귤산업의 미래전망과 활로'는 그가 주변에서 쭉 지켜봤던 감귤 산업의 흐름과 직접 생과를 재배하고 생산해 낸 과정속에서 천착해 들어간 나름대론의 핵심을 담고 있다.

결국 그는 감귤류 수입관리운영위원회로 부터 감귤산업발전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아 '조생온주 감귤 새산조정 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연구보고서까지 냈다.

'감귤도 하나의 위기'라는 그는 이 또한 제주인에게는 도전이자 응전해야하는 일련의 숙명이라고 본다.

"어쩌면 제주인들에게 끊임없이 밀려오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을 통해 극복해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죽을 때 가지고 가고 싶은 것 세가지가 있다면 그 것은 책과 내면 세계와 친구이다'라는 구절이 인상깊었다는 저자.

하지만 좀 더 너른 세상을 보고 싶어하는 저자는 감귤에 대한 애정만큼은 숨기지 않는다.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감귤산업에 대해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을 잃지 않는 것은 다시 닥칠  '도전과 응전'의 선상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 저자 양남수.
그는 책읽기가 취미일 정도로 많은 독서량을 자랑한다.

남제주군 남원읍 태흥리에서 출생한 그는 제주일고를 거쳐 경희대와 중간에 관둔 서강대학원에서 역사를 공부했다.

제주신문 시절 수습기자를 거쳐 제민일보 창간멤버 기자로 참여한 그는 결국 6년여간의 기자생활을 마감하고 고향 태흥리에서 감귤 농사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타고난 천성일까.

'글'로 부터 자유롭지 않았던 그는 월간지 '감귤과 농업정보' 편집장을 맡으며 녹녹치 않은 글쓰기를 시도해왔다.

다소 분석적이고 메마른 듯한 느낌을 풍기지만 그의 문체속에는 풍부한 역사의식과 다양한 지식의 범주를 아우르는 시각이 녹아있다.

수필가로 등단, 한국신문학인협회 제주지회의 동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현재 (사)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있다.

현재 진은수농장을 운영하며 정토신문과 제주투데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논술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초대 남원읍의회 의원을 지낸 양창성옹(88)이 그의 할아버지다.

양 옹은 올해 8월 일제식민지 시대부터 광복과 남북분단, 4·3사건과 6.25 등 근현대사 속에서 삶의 궤적을 그대로 옮긴 수상록 '뛰어가며 쉬어 가며 걸어온 길'(도서출판 열림문화)을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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