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승객 200여명을 태우고 비행하다 악천후를 만나 기체가 손상된 채 비상착륙한 제주발 서울행 아시아나항공 8942편은 조종사의 무리한 운항이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강한 우박과 돌풍을 일으키는 '적란운(소낙비구름)대'를 확인하고도 제대로 비켜가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당시 사고기의 속도는 사실상 이 기종(에어버스321) 통상 최고 운항 속도에 가까운 320노트(시속 약 593㎞)에 이르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겨레신문이 21일자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시아나항공과 기상청으로부터 입수한 사고기의 항적과 사고가 난 고도의 기상 레이더 영상을 확인한 결과, 8942편은 지난 9일 오후 5시40분께 경기도 일죽 근처 상공에서 강한 적란운대를 만나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사고당시 아시아나는 사고 시각과 장소를 오후 5시45분 경기도 오산 근처 상공으로 발표했으나, 사실과 달랐다는 것이다.

사고에 앞서 8942편은 제주를 떠나 김포공항을 향해 날다, 충남 아산 부근 상공에서 정면에 놓인 적란운대를 확인한 뒤 정규항로를 약간 벗어나 북상했다.

▲ ⓒ 한겨레신문
그러나 사고기는 당시 적란운대의 이동방향인 오른쪽으로 우회했으며, 적란운으로부터 충분한 안전거리도 확보하지 않고 비행했다.

이 때문에 사고 항공기는 경기도 일죽 근처 상공에서 다시 정규 항로로 진입한 직후인 오후 5시40분께 다시 적란운대를 만나 우박과 돌풍으로 기체 앞부분(노즈레이덤)이 떨어져 나가고 조종석 유리창이 파손됐다. (그림 참조)

민간항공기들이 적란운대를 만날 경우 통상 10~20마일 이상 구름을 피해 비행해야 한다.

사고 당시 8942편의 속도는 일반적인 속도인 250~270노트보다 50~70노트 이상 높은 320노트였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며 고도를 낮추던 사고비행기가 최고 속도를 낸 것은 회피비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비구름대에 들어갔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적란운 구름은 레이더에 빨간색과 노란색, 초록색으로 나타나는데, 강한 비구름인 빨간색과 노란색은 피했고, (이보다 약한) 초록색으로 나타나는 구름대 밑으로 비행했다"며 "그런 기상상태에서는 구름 덩어리 자체를 다 피해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충분한 거리를 두고 회피비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공항 활주로에) 접근하는 단계인데다 주변에 비행금지·제한 구역이 있어 항로를 변경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을 두고 조종사들은 "접근단계라도 기상악화에 따른 항로변경은 가능하다"며 "구름 회피는 조종사의 책임과 권한"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이 비행기 기장인 이창호씨는 지난 17일 문화일보 기고에서 "비록 천재지변이었지만 이번 사고로 충격과 두려움을 느꼈을 탑승객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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