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政局)이 요동친다

'부패와 비리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은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기상천회한 방법으로 전개되는 정치권의 불법 대선자금 비리는 정말 국민을 어리둥절케 한다.

▲ 풍경 하나

한라당이 '차떼기' 등으로 실어 날랐다는 500억원은 대졸 신입사원 초임 기준으로 꼬박 2055년 동안 연봉을 모아야 하는 돈이다.

또 4인가족이 1927년 동안 쓸 수 있는 소비 지출액이자, 월 100만원씩 400년 넘게 저축을 해야 하는 금액이다.

전체 17만 결식아동의 끼니를 넉달 넘게 먹일 수 있는 비용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하지만 '국회의원 226명(전체 273명)이 1년동안 지급될 수 있는 세액'이자 '강남권 25평 아파트 134채를 살 수 있는 돈'이라는 계산에서는 묘한 느낌이 든다.

세상에 대한 인식도 비교 대상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쩌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고스란이 빼내 온 돈을 두고 '네가 많다느니 내가 많다느니'하는 모습을 보며 서민들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하다.

검찰은 올해 연말까지 비리 자금에 대한 수사를 매듭짓는다는 강력수사 방침을 밝혔지만 지레 속시원한 결과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은 듯 하다.

오히려 한 시민단체에서 불법대선자금은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과 '조세특례제한법'에 의거, 법리상 당연히 증여세를 추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 풍경 둘

제주사회는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비리 파문이 '교육감 용퇴론' 논란으로 번지면서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는 태세다.

하지만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 하나 없이 말그대로 '의혹' 뿐이다.

그 간 숱하게 제기된 의혹인데도 일면 궁금점을 풀어주어야 할 언론은 숨을 죽이고, 법의 잣대를 갖고 심판을 봐야 할 검찰은 마치 살얼음위를 걷는 듯 조심스럽다.

목소리를 내기 좋아하는 학계 등의 지식인 집단에서는 행여 불똥이 튀지 않을까 조심하는 분위기다.
며칠 있으면 올 한 해를 넘길 검찰 수사가 어영부영 끝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터져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않다.

도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교육 관련 의혹이 흐지브지 된다면 정말 제주의 미래는 없다"며 "진지하게 이민을 고려해 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도 들린다.

사법 당국이 귀에 담아두어야 할 대목이다.

넘치는 '온정주의'는 미래에 대한 발전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조금만 인정조차 없는 '냉소주의'는 메마른 사회를 더욱 메마르게 한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정도'다.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법 원칙과 정도야 말로 '패배주의'와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희망을 꿈꾸게 한다.

날씨가 몹시 춥워졌다.

하지만 아직 마음까지 춥지 않음은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사회 핫이슈로 부각된 교육 관련 비리 대한 속시원한 검찰의 대답을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로 제주도민에게 안겨주기를 기대한다면 성급한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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