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타는 섬. 혹자는 제주를 바람을 타는 섬이라 한다.

바람은 제주를 창조하고 지켜주는 영등신이다.

또 바람은 외세이기도하고 제주민에게는 외지인이다.

바람을 탄다는 것은 제주가 외세의 침략과 외지인의 힘에 눌린 역사가 비일비재하기에 그렇다.

1970년대. 이전의 주먹구구식의 개발을 접고 제주는 체계적으로 개발되게 된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개발은 지역 주민들은 소외시키고 심지어 주민의 재산권마저 ‘강제 수용’했다.

개발의 그늘은 국가 주도의 밀어부치기식 행태에서부터 비롯된다.

잘 살게 해준다는 명분은 개발을 위해 토지를 수용하는 등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했다.

토지가 무엇인가. 생산의 근본이다. 재화의 근본이다. 삶의 근본이며 공동체의 근본이다.

개발에 있어서 토지는 한낫 건물을 세우는 부지에 불과하다.

그러나 토지는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몇 푼의 돈으로 셈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금은 국내 관광 선호도 1위를 자랑하는 중문관광단지. 그러나 1970년대까지만해도 중문동 주민 50여명은 그곳을 생산 공동체로 가꾸고 있었다.

중문관광단지 개발 당시 정부는 토지수용위원회를 만들어 일률적으로 헐값에 가격을 매겨 이들의 토지를 강제 수용한다.

당시를 증언하는 고복성씨(서귀포시 중문동)는 시가 1만1000원인 땅 1000여평이 평당 3600원에 팔렸다고 한다.

단지 땅만 헐값에 팔린 것은 아니다.

이들의 삶의 공동체가 송두리째 팔린 것이며, 이들은 급격한 산업 구조의 변화를 맨몸뚱아리 하나로 적응해야 했다.

하지만 개발로 인해 지역에 많은 부를 획득할 수는 있었다.

중문관광단지가 어려운 서귀포시 지역 살림에 부동산 관련 세수입만 40% 정도 조달한다고 하니 마냥 실패한 개발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어·폐류를 팔아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일부 주민도 있고 서비스업 등으로 전업에 성공한 이들도 있다.

개발로 인해 얻은 성과다. 화려한 빛이다. 그러나 화려한 외향은 늘 가려진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골프장으로, 유수의 호텔부지로 변한 토지의 옛주인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어루만져 본다.

굳이 그늘을 찾아 들추는 까닭은, 그것은 제주의 역사이기에, 좁혀 말하면 개발의 역사이기에 그렇다.

역사를 망각하면 그들의 미래도 없다는 한 역사학자의 말을 되새겨 본다.

‘국제자유도시’라는 미명아래 제주 개발은 ‘현재 진행 중'이다.

‘개발의 그늘’을 잊지 않는 것은 더 나은 도민 주체의 개발, 지속가능한 제주의 개발을 보장하는 필수 사항이자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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