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경기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가장 빠른 사나이를 가리는 100m 달리기다.
10초 남짓한 시간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100m경기야말로 힘과 짜릿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종목이다.

언제 봐도 흥미진진하다. 숨을 멈춘 채 피니시 라인을 향해 돌진해 들어오는 모습은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100m 달리기의 우승은 레이스 당일 1분여 동안의 컨디션에 좌우된다. 경기를 앞두고 누가 극도의 긴장감을 떨쳐내고 자신의 스피드를 끝까지 유지할지가 중요하다.

철저한 기록종목인 탓에 우승자 예측도 비교적 손쉽지만 0.01초 차이로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의외의 변수도 나올 수 있는 묘미가 있다.   

주영훈(37·서울 경원중 교사). 새삼 설명이 필요 없는 제주 최고의 스프린터다. 80년대 육상 200m에서 고등부 한국최고기록을 수립함으로써 육상 불모지 제주에 단거리 종목에 희망의 싹을 틔운 영원히 기억될 선수다.

주영훈은 제남교 4학년 때 육상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6학년 때 제8회 전도소년체육대회에서 100m 14초30, 200m 30초90, 멀리뛰기 4m66으로 대회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3관왕에 올라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국의 벽은 두터웠다. 중학교 진학과 함께 제주도 대표로 뽑혀 매년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출전했었으나, 입상에 실패해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그가 '바람의 아들'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고교 2학년 때다. 고교 진학과 함께 보다 체계적인 훈련을 쌓은 그는 스프린터로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다.

1984년 주영훈이 제18회 전도체육대회에서 세운 100m 10초70, 멀리뛰기 6m59는 당시 일반부를 포함해 제주도 최고 기록이다.

또 100m 기록과 200m(22초00)의 기록은 아직도 도민체전 고등부 기록으로서는 철옹성으로 남아 있다.

그는 또 그 해 열린 제13회 전국 중고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 우승에 이어 200m경기에서 21초60으로 당시 고등부 한국최고 기록을 수립함으로써 ’1988 서울올림픽에 출전하게 될 육상 국가대표로 지명 받기까지 했다.

그는 그러나 고교 3학년 때 다리근육 부상으로 선수생활에 좌절을 겪게 된다. 결국 대학 진학과 함께 선수생활을 그만두게 된다.

그러나 마음은 늘 트랙에 있다. 지금 그의 한 손에는 선수들의 기록을 체크하기 위한 스톱워치가 들려져 있다.

그는 92년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경원중에 임용됐고, 체육교사로서 선수 발굴에 힘써왔다. 그는 그러나 최근 교직을 떠나 태국에서 여행업에 종사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는 "기초종목인 육상 트랙에서 전혀 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집중 육성하는 것은 당연하나 종목간의 기형적 발전은 제주체육 발전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주영훈의 꿈은 84년 당시 세운 기록이 깨지는 것. 그는 "영원한 기록은 없다"고 자신한다. 언젠가는 제주 육상 고등부 단거리 종목에 제2, 제3의 주영훈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 프로필
­생년월일 : 1967년 2월

- 학력 : 제주남교-제주중앙중-제주제일고-서울대 체육교육과
- 가족 : 강해진씨와 1남
- 주요 경력
․제8회 전도소년체육대회 3관왕(100m, 200m, 멀리뛰기)
․제18회 전도체육대회 100m(10초70), 멀리뛰기(6m59) 종목에서 제주도 최고기록 수립
․제65회 전국체육대회 남고 200m 2위
․제13회 전국중고육상선수권 100m․200m 1위
  200m(21초60)는 당시 한국 고교 최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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