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한승엽.
"입춘 지나 학교가 문을 닫았지.

성냥개비 같은 아이들이

충혈 된 눈으로 운동장을 가로지를 때

홀로 차가운 봄비 맞으며

모두가 떠나도 저 철문만은 지키겠다는 철없는 아이들"

<시인 한승엽 작 -어느 오후의 자서전- 중에서>

시인 한승엽씨(40)가 계간종합문예지 문화예술 2006년 가을호 신인상을 받고 문단에 등단했다.

시인 한기팔씨는 한승엽씨의 심사평에서 언어를 다루는 솜씨 역시 매우 신선하고 활달할 뿐만 아니라 발상이 건강하고 튼튼함에 호감이 간다고 말했다.

시인 한기팔씨는 또 다만 상투적 기교나 언어의 절제와 서정성의 확보에 유의해야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나, 이는 시를 써나가는 가운데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평했다.

시인 한승엽씨는 1966년생. 제주출생으로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제1회 제주신인문학상을 수상했었다.

한 동안 시쓰기를 접었으나, 최근 다시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다.

"서둘러 먼 산을 넘어가야라 새벽.

몇 그루의 나무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고

먹구름은 각오한 듯이 사납게 몰려들어

아득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사각의 방.

두 눈 부릅뜨고

이글거리는 슬픔의 칼날을 마주하면

오늘도 너의 눈물은 참으로 검다."

<시인 한승엽 작 -면도를 하며- 중에서>

시인 한승엽씨는 문화예술에 '어느 오후의 자서전'과 '면도를 하며'를 내놓으면서, 아주 먼 길을 하루 아침에 당도한 기쁨은 잠시 빛나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무작정 읽고, 쓰고, 마시고, 눈물을 흘리다 결국 찬바람을 맞으며 달래야했던 시절이 가슴 한복판에서 슬며시 고개를 쳐든다며 잠시나마 젊은 날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시는 숙명이다'라는 큰 말씀을 해주신 어느 시인을 다시 떠올려 본다며 백지와 밤새워 싸우며 해탈의 경지에 오른 듯한 모습을, 누구나 갈 수 있어도 아무나 갈 수 있을 지 나에게 묻는다며 항상 깨어있는 시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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