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사람들에게 어디에서 보는 한라산의 모습이 가장 멋있냐고 물어보라.

백의 백사람 모두 자신의 고장에서 보는게 최고의 경관이라고 말한다.

한라산은 도내 어느 지역에서 보나 독특한 경관을 사계에 따라 연출한다. 

자고나면 보는 것이 한라산이기에 자신의 고향에서 늘보는 모습이 눈에 익기 마련이고 그런 모습이  제일 멋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너새이얼 호손이 쓴 단편 ‘큰바위 얼굴’에 나오는 어니스트라는 소년인지도 모른다.

제주출신 재일동포들이 밀집해 있는 오사카의 선술집에서도 제주사람 몇이 모이면 한라산의 경관이 얘깃거리가 된다.

제주를 떠나올 때까지 늘 보아오던 제주의 상징이기에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서로가 자신의 고장에서 보는 한라산이 최고라며 우격다짐을 하다 끝내는 고성이 오가고 얼굴까지 붉히게 된다.
 

이런때 제3자가 끼어 중재를 하면 좋겠는데 3자 또한 말다툼하는 두사람의 고향보다 자신의 고향에서 본 한라산이 멋있기에 어느 누구의 손도 들어주기를 주저한다.
 

그만큼 우리 한라산은 도내 어디에서 보아도 독특한 경관을 연출하는 명산이다.
새해 첫날 자신의 고향에서 본 한라산이 최고라는 사람들이 이번에는 우리 마을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최고라며 한바탕 야단(野壇)에 법석(法席)을 차렸다.
 

11년의 연륜을 가진 성산일출제와 함께 서귀포시와 북제주군 또 남제주군의 몇몇마을에서 ‘해맞이’등 비슷한 이름으로 일출제를 가졌다.
 

새해 첫날 자신의 고향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보면서 한해의 소망을 비는 기복(祈福) 행사를 탓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마을 사람들끼리 신년 하례를 겸한 소규모 행사는 그런대로 의미가 있는 모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자신의 고향 일출이 으뜸이라며 동네방네 알리고 언론에 홍보를 하고 심지어 ‘○○준비위원회‘ 같은 한시적이지만, 기구까지 조직해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축제형태의 일출행사는 성산일출제 하나로 족하다.
 

조그만 제주섬에서 시·군이 다르고 마을이 다르다고 앞의 일출제를 시샘하듯 우후죽순으로 개최하는 것은 너무 우습지 않은가.
 

거듭말해 종교나 이념 또는 사는 곳이 같아 조용히 경건하게 해맞이행사를 갖는 것을 누가 탓하겠는가.
 

그러나 이제 10년간 행사개최의 잘 잘못을 보완해 제주의 대표적 축제로 자리 매김하려 드는 성산일출제의 축제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을 하지말아야 한다.
 

만약 북제주군의 97년부터 개최해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잡은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를 시·군별로 개최한다고 덤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 세상에는 남이 한다고 따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것이 있다.
 

하고 싶지만 삼가해야 하는 불문율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우리 사회다.
연초 이들 행사 때문에 적은 경찰병력이 분산 경비에 나서고, 표를 먹고 사는 자치단체장 등은 새해 첫날부터 제주섬을 숨가쁘게 뱅뱅 돌아야 했다.
 

제발 새해 (2005년)에는 올해와 같은 누를 거듭하지 말자.
어디에서 보듯 한라산은 하나이고 새해 첫날 떠오른 해도 지구촌 어디에서 보아도 같은 태양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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