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주업체 텃밭이 흔들리고 있다.

제주지역 소주시장의 맹주, (주)한라산을 비롯해 전국 9개 지방 소주업체 가운데 6개 업체의 지역 시장점유율이 0.1∼2.1% 포인트씩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시장은 바다 때문에 물류비용 부담이 크고 지역소주에 대한 주민들의 선호도가 커 내수시장에 이어 일본 소주시장 점유율 1위인 진로조차 혀를 내두르는 곳이었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난공불락을 형성했던 제주시장의 경우에도 '진로'의 점유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모택동(毛澤東)이 이끈 중국 공산당이 바다 때문에 장개석(蔣介石) 군대를 공략하지 못했던 것처럼, 날로 가중되는 물류비 때문에 쉽게 제주시장을 쉽게 공략하지 못할 것이라고 느긋해 하던 '한라산'도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강원 지역에 본사를 둔 두산은 이 지역 점유율이 56.6%로 1년새 2.1% 포인트 떨어졌고, '영남불패'의 주역인 금복주(경북지방 점유율 96.2%)와 무학(경남지방 점유율 82.2%)도 각각 0.1% 포인트, 0.2% 포인트 내려갔다.

또 충남이 텃밭인 선양주조도 1.5% 포인트 감소한 44.9 %를 기록했다. 하이트소주(충북지방 점유율 26.2%)는 0.6% 포인트 추락했고 제주지역의 '맹주'인 '한라산'(제주지방 점유율 91.9%)도 결국 0.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이 같은 현상은 진로의 지방시장 공세 강화에 있다. 법정관리 중인 진로는 국내외 채권단의 경영권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녹슬지 않은 영업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 지방소주업체들의 고품질 신상품 개발 부재와 함께 지역밀착 마케팅을 소홀히 한 탓도 있다.

이에 따라 충북·전북·충남 등 일부 지역은 향토기업의 점유율이 아예 절반을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진로의 점유율은 충북 70.6%, 전북 54.5%, 충남 53%, 강원 41.3%, 전남 24.4% 등으로 '호족'들을 밀어내고 신탁통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한라산 관계자는 "부산의 터주대감인 대선주조(86.8%)나 전남의 맹주인 보해양조(75.1%)는 이 기간동안 오히려 각각 1.4% 포인트, 0.4% 포인트 상승했다"면서 "앞으로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는 지역밀착 마케팅에 고삐를 죄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