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계곡 석창포. (사진=송기남)
안덕계곡 석창포. (사진=송기남)

석창포는 우리나라에 제주도와 전라남도에서 자라는 천남성과의 늘푸른 다년생 풀이다. 물흐르는 계곡이나 물웅덩이가 있는 냇가의 바위 틈새에 단단히 뿌리를 뻗으며 살아가는 식물이다.

물가에 반쯤 잠겨있는 냇바위의 갈라진 틈새가 촉촉이 젖어있을 정도면 아무것도 불평하지 않고 돌과 한덩어리가 되어 바위처럼 살아갈수 있는 늘푸른 식물이기에 그 삶의 애착이 강인함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손톱만 한 마디마디 뿌리줄기에서 마디마다 길고 납작한 진녹색의 잎줄기가 위를 향해 자란다. 얼핏 보아 맥문동 이파리나 난초의 이파리와 흡사하다. 큰비가 내리고 물살이 강하게 흐를 때도 바위가 부서져 쓸려가지 않는 한 석창포는 그 자리에 언제나 의연하다.

석창포는 우리의 기억력을 젊어지게 한다. 간을 건강하게 하고 심장을 건강하게 하고 비장을 건강하게 한다. 석창포는 객담을 없애주고 막힌 것을 뚫어주어 기가 통하게 한다. 종기를 다스리고 통증을 없애주는 작용을 한다. 간질로 인한 발작 작용을 누그려주고 귀울음 소리와 귓속에 염증을 다스린다. 석창포는 건망증을 다스려 생생한 기억력을 가지게 하며 뇌를 건강하게 한다. 

안덕계곡 석창포. (사진=송기남)
안덕계곡 석창포. (사진=송기남)

석창포는 총명탕의 원재료다. 옛날에는 시골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지필묵을 괴나리봇짐에 둘둘 말아 짊어지고 한양으로 몇 날 며칠을 가난한 발걸음을 걸어야 했다. 부잣집 자재들이야 말이라도 타고 가지만 짚신 신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시골선비들은 주린 배를 참아가며 얼마나 눈물 나게 걸어야 했을까..

그래도 그들 중에 맑고 당당한 자세로 걸어가서 단번에 과거에 합격하고 금의환향하여 나타나는 선비들도 있었으니 그들은 무슨 힘으로 좋은 점수를 따냈을까. 약초 지식이 있는 어머니나 어여쁜 아내가 석창포를 고이 준비했다가 총명탕 한 사발 정성을 다해 먹였을 것이다. 그리고 먼 길 다녀오느라 기력을 소진해버린 아들 또는 남편을 위해 또 한 사발의 총명탕은 아마도 선비의 앞날에 또한번의 꿈과 날개를 달아주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는 우리 수험생들에게 석창포를 달인 총명탕이 사라져갔다. 총명탕이 사라진 수험생 세대들에게 엿이나 찹쌀떡을 사다가 먹이는 걸로 바뀌었으니 어찌 엿 먹고 머리가 맑아질 수 있을까.

안덕계곡 석창포. (사진=송기남)
안덕계곡 석창포. (사진=송기남)

석창포는 강정천이나 안덕계곡처럼 항시 물이 흐르는 계곡에는 물론이고 동쪽의 천미천이나 제주시의 광령천과 같이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건천일지라도 냇바닥 암반 위에 중간 물웅덩이가 있을정도면 해발 600고지 이하 어느 냇가에도 자생하는 식물이다.

그러나 제주도 하천 곳곳에 하천 정비공사를 한다는 핑계로 하천 바닥에 바위들을 까부수어 토목업자들 배불려 주는 파괴행위로 인해 물웅덩이가 있는 바위들은 모두 사라져갔다. 냇가의 바위들뿐만 아니라 곶자왈 화산 암반지대의 습지가 있는 바위들도 까부수고 개발하는 바람에 수생식물과 수변 식물들이 사라져갔고 이곳을 의지해 살아가는 수서곤충들도 사라져갔다.

살아있는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는 혜택을 우리가 누리는 만큼 그 자연의 생태 기반을 우리가 훼손해서는 안 된다. 

물속에 발 담그고 바위처럼 바위처럼 살아낸 석창포야,

푸른 잎 사계절 시들지 않고 

기품있게 살아낸 석창포야,

사람의 머리를 총명하게 하여 생명의 터전을 우리가 기억하게 해다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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