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의 사랑이야기]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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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의 사랑이야기] 고향
  • 제주투데이
  • 승인 2003.09.22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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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애닯기도 하고 성가시기도 하다.

고향에 살고 있는 친구나 친척이 성가시다는 게 아니다. 내 속에 살고 있는 고향에 대한 추억이 그렇다는 얘기다.

자기 자신이 싫어지거나 부정하고 싶을 때 자신을 그렇게 키운 부모를 미움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싫은 부분을 육친한테서 발견하고 눈을 돌리고 싶을 때.

그것은 자기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반대가 된 꽤 복잡한 감정이다.

그것과 아주 닮은 느낌이 고향에도 있다. 타관 사람으로부터 지적을 받거나 싫은 소리를 들으면 반발하고 변호하고 싶어지는 마음도 아주 닮았다.

고향에 대한 기분은 이런 점에 있어서도 이성적이 아니다.

정에 흔들리는 부분이 있는 것은 불안정하고 성가스러운 일이다.

미국에 ‘칸트리·로드’라는 유명한 곡이 있다.

그 중에 잘 불리우는 고향은 내가 지난날 자란 그곳에 나를 데려가 달라고. 블루짓지산이랑 세난도 강이 있는 웨스트 버지니아의 내 추억의 곳. 아! 그 시골길이여.

노골적인 찬가다.

한국에도 고향이라는 노래가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한결같이 그리워하는 마음뿐이다.

나는 이런 노래를 기분 좋게 흥얼거리다가도 한편으로는 ‘고향은 멀리 두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을 떠올리기도 한다.

‘칸트리·로드’랑 ‘고향’이라는 명곡을 만든 사람도 그 마음 저변에 ‘멀리 있음으로서’라는 조금은 괴롭고 애달픈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슬픔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그래서 얼굴을 들고 마음껏 ‘고향은 아름답다’고 소리쳐 보고 싶은 게 아닐까.

내가 고향을 생각할 때는 언제나 미숙하고 미완성이였던 나와 만나게 된다.

그 미숙함이 부른 여러 가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 그것들도 되살아난다.

고향을 떠나 살기도 하면서 자신도 변했다.

그러나 고향에는 아니 내 마음속에 있는 고향에는 내가 싫은 부분을 가득 짊어지고 아직도 걷고 있다. 신산공원, 함덕 바닷가, 사라봉 길, 남초등학교 뒷골목.

나는 수십년간으로 성장했는가?

성장했기 때문에 그 고향에 있는 자신을 텁텁하게 느끼는 것일까?

더 성장했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먼 과거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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떽! 2003-10-05 13:44:50
노래 제목도'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아닌가요? 틀린 것 같네요.
확인해 주시길....

제주남자 2003-09-30 18:54:48
블루짓지가 아니라 블루릿지입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런 작은 오류 하나가
글 전체의 내용과 수준을 저하시키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