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 난국을 풀어나가야 할까. 사실 난마처럼 얽혀버린 제주 교육계의 분열과 갈등, 선거비리를 단칼에 풀어낼 해법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견에 귀 기울이고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 제주도교육청은 레임덕의 전형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썰렁하다. 제주교육의 미래를 열어나갈 핵심으로써 보여줘야 할 활력이 사라졌다.

직선 교육감으로서 8년 동안 재임했던 김태혁 교육감은 병가를 이유로 제주를 떠난 지 오래다. 측근들이 대전으로 출장을 가 용퇴를 권유하며 불 끄기에 나섰지만, 검찰 수사결과 측근의 인사비리 의혹이 한 꺼풀 두 꺼풀 벗겨지고 있다.

교육개혁을 외쳐댔던 제11대 교육감 당선자와 후보들은 모두 선거비리에 연루됐다. 1억2760만원의 돈 뭉치가 발견됐고, 후보측근 수첩에서 돈을 건 낸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양주·스카프·고급 화장품이 전달됐고, 사조직이 등장했다. 마치 저질의 정치판을 보는 것 같다.

25일까지 교원과 학교운영위원, 각 후보 측근 등 183명이 소환됐다. 경찰 출입기자의 입을 빌면, 아직 수사가 10%수준이라고 한다. 개학이 내일 모레인데 줄소환이 예고되고 있다.

정말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정확한 직감은 기자의 직업적 직감이 아니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직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몇 가지의 대증요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져 갔고, 그럴수록 절망감도 깊어갔다.

어쩌면 이번 선거비리의 결과는-물론 아직 수사가 진행중이지만-제주 교육계의 오랜 상처와 갈등일 수 있다. 초등 희망연대가 등장했다. 마치 결사조직을 보는 듯하다. 짧게 보면 지난 8년 동안 측근인사에서 불거져 나온 불신의 골일 수도 있다.

또 비단 이번 선거뿐이었겠는가? 이전 선거에도 경찰수사가 없었을 뿐이지, 양심선언이 없었을 뿐이지, 과연  불법이 전혀 없었을까? 언젠가는 반드시 곪아터질 일이었다.  

지금 제주교육계의 도덕성은 이미 회복 불능한 상처를 입었다. 그렇다고 희망을 아주 접을 일은 아니다. 지금 무더기로 불거지고 있는 부정을 교훈 삼아 제주교육이 거듭날 수 있다면 희망은 아직 유효하다.     

사람은 여러 번 개과천선(改過遷善)할 수 있는 존재다. 냉정한 반성을 보인 이들은 도민들의 기대와 더불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매듭은 더 꼬지 말고 풀어야 할 것이며, 상처와 갈등을 깨끗이 씻어내고 제주교육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오남두 당선자와 후보들은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용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학교 운영위원들은 최소한 대(對)도민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불씨를 끌 수 있다. 그 것이 사태수습의 지름길이다.

경찰서를 단 한번도 드나든 적이 없는 교사들의 줄소환을 언제까지 마냥 지켜볼 것인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난국을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는 길이 아니겠는가?

달도 차면 기울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게 세상이치다. 용퇴라는 말에는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권하는 배려와 겸양의 미덕이 깔려 있다.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용퇴는 인위적인 물갈이나 강압적인 밀어내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물러날 때를 알고 자리를 비켜주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기 마련이고 그들의 귀거래사(歸去來辭)는 늘 감동적이다.  

올해는 비단 교육계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먼저 윗물부터 맑아지는 정직한 사회를 희망해본다. 그들이 먼저 투명해져야 사회의 기강이 바로 선다. 그래야 원칙과 신뢰, 대화와 타협, 공정과 투명이 선다. 지금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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