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실”, “기억 안 난다”

국가 경제를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추락하게 한 기업인들의 청문회 진술이 아니다.

“사생활 존중 차원에서 부인이 하는 일을 묻지 않아 모른다”.

한 후보가 부인이 자신의 당선을 위해 화장품과 스카프를 유권자에게 돌린 사실을 두고 한 말이다.

현란한 말잔치

“1억2760만원은 결선 투표때 사용키 위해...” 모셔두었단다.

“밥값은 누가...” 계산했을까요?, “나는 깨끗하다”, “마음을 비웠다”, “도민을 사랑하고 교육을 사랑한다”.

말잔치가 봇물처럼 터졌다.

다른 후보는 불리한 진술을 두고 "학운위가 소설 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는 "생활이 어려워 보여 도움을 줬다"며 선거때 금품제공 혐의사실을 회피했다.

그러나 ‘혐의 사실은 절대 부인’.

그들이 경찰 조사에 임하는 방침(?)은 시종 일관 ‘모르쇠’다.

그러는 사이에 곪은 고름이 터지 듯 혐오스러운 돈 선거의 실체들은 속속 드러난다.

제주교육의 수장이라고 자처한 교육감 후보들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하는 동안 우리의 선생님들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제11대 교육감 선거. 무려 1919명에 달하는 유권자들은 막닥뜨린 ‘경찰 소환’이라는 현실에 떨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28일까지 261명이 소환됐다.

경찰서를 단 한번도 드나든 적이 없는 일부 교사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가슴 아픈 일도 벌어진다.

고백하라

이들은 “밤새 안녕하시냐?”는 인사가 실감난다고 한다.

10억대, 20억대 선거 비용 설, 한 후보의 집에서 발견된 1억2000만원대의 뭉칫돈,  교원들로 이뤄진 사조직, 고급 화장품, 스카프, 위스키 우리사회 소위 ‘리더’들이 벌여 놓은 개판이다.

‘선생님!'들로 구성된 ‘초등희망연대’라는 사조직은 마치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오 당선자에게 추파를 보냈단다.

도교육청 간부가 선거에 개입하고, 스스로 돈 봉투 배달원을 자처했단다.

일부 의원님들도 돈과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아니 “학운위라면 다 받았을 것이다”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교운영위원을 지냈던 고모씨는 “일부 지역 유지들은 학운위를 통해 경력을 쌓으려 할뿐 회의도 참석하지 않는 등 학교를 위해 눈꼽만큼도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받는 학운위만 탓할 노릇인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오남두 당선자를 비롯한 모든 후보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등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충성을 바친 교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형국"이라며 분노했다.

제주 교육수장이라는 교육감의 자리에 오르려 했던 오 당선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도민에게 ‘미안하다’며 머리 숙인적이 단 한번도 없다.

오 당선자만이 아니다.

사회 지도층은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기 전에 스스로 보여 주시라.

또 얼키고 설킨 매듭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혐의를 부인하며 기어이 혼란을 자초하기 보다도, 스스로 고백하는 통 큰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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