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쯤 전에 지방신문에 ‘돌격식수’라는 제목의 사회면 머릿기사가 실린적이 있다.

내용은 당시 대통령이 성산포를 순시하게 되자 현지 면장등이 기지(?)를 발휘해 식수가 아닌 ‘꽂는 수준’의 위장식재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 행정의 ‘눈가림’이나 ‘전시·위장’등의 역사는 결코 짧지가 않다.

3공화국시절 매년 연말에 갖는 새마을 전진대회의 경우 성공사례발표문을 먼저 만들고 발표문에 나타난 물량만큼 지붕이나 축사를 개량하기까지 했다.


대통령이나 장관, 시·도지사가 제왕적이고 권위주의적일 경우 이같은 사례는 허다했다.
민선시대가 됐지만 오랜 기간 몸에 밴 탓인지 주민들도 지키려 하지 않고 관계기관도 ‘통과의례’로 여기는 규정이 많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조경이다.

우리 건축법은 일정규모이상의 건축을 할 때 쾌적한 공간조성을 위해 나무를 심도록 규정하고 있다.준공검사때는 조경설계에 따른 나무를 제대로 심었는지 ‘검사’를 한다.

그런데 상당수의 건축주들이 조경공사를 귀찮고 마지못해 하는 것으로 여기고 관계기관도 엄격하지가 않은 것 같다.

도내 최근 준공되는 건축물이나 이미 준공된 건축의 경우 돋보이게 정성을 들여 나무를 심은 ‘수준급의 조경’을 한 곳이 더러 있다.

그러나 눈가림식으로 대충 나무를 심고 앞의 성산포이야기처럼 ‘돌격식수’를 한 곳이 더 많다.
제주시내 한 골프장 입구에 있는 조경회사의 간판이 이를 증명한다.

‘준공검사용 나무 팝니다.00조경’

조경을 정성들여 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준공을 위한 부수적 검사이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한다는 것이다.

이러니 심어 놓은 나무가 잘 자랄리 없다.

나무 또한 자신을 심어 놓은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기 때문이다.

한 조경업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말은 즉 심심찮게 나무를 사라는 전화가 온다는 것이다.

업자측이 ‘어떤 나무냐’고 물으면 ‘준공검사가 끝난 나무’라 당당하게 말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실제 막가고 있는 것이다.

검사 받기 위한 ‘깜짝조경’만 하고 뽑아 버린다는 것이다.

최근 외국의 한 사무실 전용 빌딩을 찾아 간 적이 있다.

30층 건물이었는데 10층까지는 아예 정원을 겸한 공원을 만들어 놓았었다.

이렇게 까지는 못해도 규정에 따른 나무를 제대로 심고 가꾸기만 해도 그리 허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무가 그렇지만 모든 식물은 우리가 정성을 쏟은 만큼 자라준다.

일부 식물은 주인이 외면해도 스스로 모질게 자라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자칫 식물(나무)들에게도 부끄러운 동물(사람)들이 될까봐 두려워 몇 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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