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제주도지사가 미국 골프쇼 참관 이후 '골프장' 예찬론자가 돼 돌아왔다.

지난달 28일 부터 2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란도에서 열리는 국제골프박람회 등을 둘러보고 온 도지사는 4일 돌연 기자회견을 갖고 40여분 동안을 '골프' 이야기로 채웠다.

▲ 골프장과 감귤 가공공장 ?

우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가진 자리에서 "플로리다는 PGA 또는 LPGA 본부가 있고 1370개의 골프장을 갖춘 골프산업의 본고장"이라며 "1500만명의 인구에 연간 7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더라"고 말했다.

또 "제주도가 세계골프 빅이벤트인 PGA를 유치하고 LPGA(2회)를 개최한데 대해 매우 놀라워하더라"며 "제주에서 세계 골프대회를 유치하려면 미국 현지 1등 상금 10만불 보다 많은 20만불이 돼야 한다는 애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美 올란도 골프박람회는?

'세계골프 머천다이즈쇼'로 불리는 올란도 국제골프쇼는 올란도 오렌지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대략 2000여개 업소가 참여한 가운데 골프웨어, 골프장비, 골프장 건설 및 골프리조트 건설업자, 골프관련 교육자료 등 3000여종이 전시되는 대형 행사다.

이번 참가단 일행에는 우근민 도지사를 비롯 도의회 교육관광위원회 위원장과 의원 등 3명, 골프장 대표, 도체육회 임원, 투자 및 마켓팅 관계자, 도청 공무원 및 지역 일간지 기자 등 20여명이 다녀왔다.

이들 일정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올란도 국제골프쇼를 돌아보고 LA에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씨월드 견학, 워터파크 및 친환경적 골프장 견학, 제주도 국제골프쇼 유치를 위한 PGA 또는 LPGA 방문 등으로 이뤄졌다.

이에대해 도민들은 최근 제주교육계를 비롯해 각계 단체장의 비리 연루 의혹으로 제주사회가 혼란스런운 가운데 도와 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미국 골프쇼 참관에 나선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과 함께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우 지사는 또 "골프관광객이 골프장에 가는 것은 비상품 감귤이 감귤가공공장으로 가는 것과 비슷하다"며 가치 창출론을 묘하게 빗대기도 했다.

우 지사는 "이번 방문 결과는 한마디로 '골프를 치려면 경제가 여유 있어야 한다. 결국 골프장을 활성화하면 여유있는 사람이 찾는 관광지가 된다'고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월트디즈니가 있는 MGM 테마파크 방문  소감에서는 "3400만평의 월트디즈니 랜드안에 골프장 6개가 있더라"며 줄곧 골프장 찬양일색으로 일관했다.

▲ '알맹이' 없는 신변 잡기식 발언 

이날 "제주도와 플로리다주의 공동관심사업으로 감귤.골프 산업의 활로 모색을 위한 심도있는 협의를 했다"고 했지만 정작 내용은 없었다.

또 PATA 총회 참석을 요청하기로 했던 제프부시 플로리다주시사를 예방한 결과와 관련, "제프부시가 그 곳에는 대통령감이라고 통하더라. 의회 개회 관계로 불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해 받았다"고 짧게 전했다.

심지어 지사는 기자회견 시간 상당 부분을 신변 잡기 일색으로 채워 눈총을 샀다.

더욱이 당초 제주도 국제골프쇼 유치를 위한 PGA 또는 LPGA 방문을 한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유치 결과'에 대해 내놓은 결과물도 없었다.

단지 "골프박람회 개최는 골프 산업 육성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냈을 뿐이다.

▲ 기자 20여명 앉았다...5명만 자리지켜

이날 긍정적인 이야기도 없지 않았다.

골프장 요금 및 골프장 호텔 요금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내용과 한국 출신 골퍼 21명을 포함해 재미교포 등 한국계 골퍼가 30여명에 이른다는 고급 정보(?)도 나왔다.

성과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골프장이 많다고 골프 메카가되는 것이 아니며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는 진단도 제시됐다.

하지만 이날 발언에서 골프장 이면에 있는 환경 문제와 친환경적인 골프장 개발 및 지역주민 소외 등에 대한 이야기는 낄 자리가 없었다.

단 보도자료로 나눠준 연구검토과제를 통해 '올란도 디즈니월드 골프장과 같이 건설중인 골프장의 그린과 페어웨이 전역에 차수막을 설치해 지하수 오염 예방하고 있다'는 내용이 고작이었다.

▲ "크게 한번 해봅시다"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도지사는 "사실상 (제주와) 비교가 안돼더라"며 "한번 크게 해봅시다"며 말을 마쳤다.
 
이날 잔뜩 기대를 하고 자리를 지켰던 20여명의 출입기자들은 별 재미가 없었던지 하나둘씩 자리를 뜨더니 끝날때쯤에는 단 5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도중에 자리를 뜬 중앙지 기자는 "신변잡기식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귀에 들어오지 않더라"며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서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한 참석자는 "골프 박람회를 통해 많이 배우고 온 것은 좋지만 예찬 일색은 도백으로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자본주의의 첨병을 걷고 있는 미국 골프장의 현황만을 보고 듣고 와서는 그대로 앵무새 처럼 전달하는 현 도백의 도정 철학을 보는 듯 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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