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를 오가면서 남조로를 자주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들어 일부 구간에서 도로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가끔씩 지나 다니면서 보니 폭이 4차선 일반도로의 두배는 될 것같이 넓어 의아해 하곤 했는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언뜻 스치는 생각이 인터체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내용이야 확인하면 될 터이지만 여기에 무관심한 것은 나 자신의 관심이 공사의 내용에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발 현장을 목격하면서 문득 서부산업도로가 떠올려진다.몇년 전부터 잘 이용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도로가 새롭게 확장된 후 몇차례 지나다닌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몇번 지나 다니면서 느껴지는 것은 웬지 이전과는 다른 어색하고 이질감이 드는 살풍경한 모습이었다.그 이질감은 '어쩐지 주변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라는 정서적 반감을 불러 일으키는 데서 기인하고 있다.

이따금씩 드러내는 인공으로 깎아낸 가파른 방벽과 완만하고 부드러운 주변 자연환경과의 날카로운 대립,서부산업도로는 이러한 불량한 인위와 자연의 부조화가 만들어 낸 마찰의 생채기가 울리는 대표적 현장이다.마치 그 방벽이 보기 안좋은 속살의 상처를 드러낸 사람처럼 안좋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러한 부조화라는 마찰의 생채기는 비단 도로에만 있지는 않다.도로의 목적지인 중문관광단지 자체가 어떤 면에서 주변과 물질적,정서적 부조화의 마찰음이 울려나오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고 인터체인지를 만들고 하는 것은 시간이 곧 돈인 요즘 사회에서 이용객들에게는 적지않은 편리를 가져다 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적 편의와 이에 부수하는 경제적 효과 이면에는 개발이 안겨주는 부담스러움도 그에 못지않게 병존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쌩쌩 내달리는 서부산업도로의 차량들은 보는 사람들 뿐 아니라 운전자들에게도 긴장과 어지러움을 안겨주고 있다.그것은 시간적 효율이라는 편의의 부정적 한 측면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새롭게 확장되면서 재구성된 사잇도로들은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복잡하고 길 찾는데 있어 헷갈리게 만드는 부담도 안겨주고 있다.

어줍짢은 개발은 이처럼 시간적,경제적 효율과 편의 이면에 자연적,정서적 환경의 부조화와 상실이라는우리들이 잃어버리는 가치도 많이 양산하고 있음을 도로 개발현장을 보면서 느끼게 된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