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길이 열렸다. 무려 47개월 만의 일이다. 그것도 제주산에 한해 수출 길이 열린 것이다. 최근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파문 때문에 일본내의 닭고기·쇠고기 등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농림수산성이 제주산 돼지고기에 대한 금수조치를 해제함으로써 도내 양돈농가에 큰 힘이 될 게 분명하다.

제주산 돼지고기가 일본에 첫 수출된 것은 1993년 8월의 일이다. ㈜한라식품이 안심 1t, 등심 6t, 뒷다리 3t 등 10t 물량을 수출한 게 효시였다. 물론 당시에는 부가가치가 낮은 냉동육이었다. 그러나 제주도가 중점 추진했던 6대 주력산업육성중 축산분야에서 처음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고, 이후 가공산업 발전과 함께 1998년 9월부터 수출육은 냉동육에서 냉장육 위주의 전환됨으로써 대일수출 주력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농축수산물 시장이다. 게다가 우리 농축수산물 수출의 70%를 점유한다. 그럼에도 너무나도 까다로운 농축수산물 규격과 소비자 취향 때문에 번번히 클레임을 당하기 일쑤다.

제주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그 거대한 농축수산물 시장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원료 공급기지'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우선,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일본의 긴급수입제한 조치는 늘 상존해 있다. 이번에 일본 수출길이 열린 것은 제주도와 돼지고기 가공업체, 양돈농가가 꾸준하게 추진했던 돼지 전염병 청정화를 위한 땀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 수출물량의 꾸준한 확보와 함께 품질향상 노력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지난 1993년 처음으로 일본시장 개척에 나선 ㈜한라식품은 신장진입 초기, 번번히 클레임을 당했다. 도축과정에서 방혈이 제대로 안되고, 잔모가 많아 일본 거래선인 ㈜청천산업에서 손해배상을 제기한 것. 게다가 수출 규격돈은 사육과정에서 항생제가 들어있지 않은 사
료를 써야 함에도 일반사료를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검여과정에서 통관이 거부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수출규격돈 생산납품 계약을 맺은 농가들이 국내 생체 값이 오르게 되면 아예 출하를 기피해 수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물류비도 문제다. 물류비는 수송비, 재고유지 관리비, 포장비, 하역비 등 상품을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전달하는 데 소요되는 직접적인 비용과 물류 정보비, 일반관리비 등 부대비용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전체 물류비에서 수송비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물류비 절감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오늘날은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시대다. 수입제한를 통해 도내 농축수산물을 보호하려 했던 방어위주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주산 농축수산물의 대외 경쟁력 강화로 국제화·개방화시대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할 때다. 우리는 지금 다시 출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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