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배 목사의 부친인 배호종 제주 영락교회 장로가 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한국인 23명 가운데 제주 출신의 배형규 목사가 살해됐다는 정부의 공식발표가 나오자 26일 가족들은 물론 제주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또한 고 배 목사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제주노회는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하는 등 긴박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정부는 26일 오전 6시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우리 국민 1명이 피살됐으며, 살해된 한국인은 제주출신 배형규 목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 고 배형규 목사의 부모 등 가족들이 밤샘기도를 벌인 제주 영락교회가 충격에 휩쌓였다.

아프간으로 의료봉사활동을 하러 떠났다가 탈레반에 피랍된 배형규 목사 일행. 사진 맨 오른쪽이 희생된 제주출신 배형규 목사.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됐다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탈레반 측이 공식발표했고 정부도 이를 확인하면서 소식을 접한 배 목사의 아버지 배호중 장로(72)와 어머니 이창숙 권사는 25일 밤부터 큰 충격을 받은 듯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한 신도는 "봉사하러 간 사람을 어떻게 죽일 수가 있는냐"며 "고 배 목사의 성장과정을 쭉 지켜봐 왔는데 그는 매우 성실한 목회자였다"고 말했다.

김한욱 행정부지사도 이날 오전 11시 제주영락교회를 찾아 "인도네시아 아체주에 출장가 있는 김태환 지사에게 이 같은 상황을 보고했으며, 김 지사는 위로의 말씀을 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 차원에서 행정적으로 도와드릴 수 밖에 없다"며 "유족에게도 심심한 사의를 전해달라"고 말했다.

제주 출신 강창일, 김우남, 김재윤 국회의원도 이날 공동 애도문을 발표하고 고 배 목사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들 국회의원은“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온 국민의 염원과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보를 접하게 되어 너무도 안타깝다”면서 “이국 땅에서 억울한 희생을 당하신 배형규 목사의 영전에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하며 큰 슬픔에 빠진 유가족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무고한 민간인을 납치하고 살해한 탈레반 저항세력의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테러행위일 뿐”이라며 “더 이상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즉각 모든 피랍자를 석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제주노회는 이날 오전 9시 노회 사무실에서 임원 9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 배 목사의 사망과 관련된 노회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고 배 목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샘물교회에서 청년회 담임목사로 활동해왔다. 제주일고, 한양대, 서강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회사를 다니던 중 뒤늦게 1999년 장로대 신학대에 진학해 2001년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자의 길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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