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8시 KBS 1TV 특별기획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제주출신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59·뮌스터대 사회학과)를 포함한 해외민주인사들을 집중 조명하는 '귀향(歸鄕), 돌아온 망명객들'을 1시간 동안 방송한다.

그동안 입국이 금지돼 온 해외민주인사들의 고국방문의 의미와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귀향...'편은 조건없는 입국대상에서 제외됐음에도 37년만에 귀국을 강행해 고국땅을 밟은 송 교수의 귀국길 행적을 베를린에서부터 밀착 취재했다.

지난달 23일 방송된 '입국 금지-최후의 망명객들'의 후속편으로 방영되는 이 기획은 '그동안 귀국하지 않은 것은 한국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송 교수가 '무조건 귀국'을 결정한 전과정과 '분단된 조국 남과북을 모두 안겠다'는 고뇌의 흔적이 담겨있다.

또 파독 광부 간첩단 사건의 배후인물로 지목돼 입국이 불허됐다가 33년만에 귀향한 김성수 박사의 가족과의 상봉 등 고국방문 행적을 다룬다.

아울러 입국준비를 마치고 과로와 지병으로 쓰러져 43년만의 고향방문이 좌절된 곽동의 한통련(재일한국민족통일운동연합) 의장의 일본 현지 병상과 고향 남해의 현지분위기 등을 전한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 해외에서 민주화 운동을 펼친 해외민주인사들에게 명예회복을 위한 첫 단추가 채워졌지만 당국의 조사방침에 불만을 표시하며 귀국을 포기한 김용무, 정경모 선생은 우리사회에 냉전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한국사회를 말한다' 취재팀은 귀국논란이 있었던 일주일간 베를린에 머물며 귀국을 둘러싼 우여곡절과 그에 따른 송두율 교수의 심경을 카메라에 담았고, 21일 한국행 비행기에 동승하여 이번 입국과정의 모두를 취재했다.

<다음은 방송 주요 내용>

▲ '경계인 송두율. 이제 조국은 그를 안을 것인가'

해외민주화 운동과 통일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히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 그는 세계적 석학 위르겐 하버마스의 제자로 1972년 유신에 반대해 독일에서 '민주사회건설협의회'를 발족시켜 활동, '반체제 인물'로 분류돼 한국입국이 금지됐다.

그는 "분단된 조국 남과북을 모두 안을 것이며 어느 한쪽만을 택하는 선택은 하지 않겠다"라며 "학자로서의 통일운동을 전개해왔다" 고 했으나 공안당국은 그를 "친북인사"로 규정했다.

그러나 송두율 교수는 이번에 좌절되면 영원히 귀국을 포기하겠다며 국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귀국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입국을 강행, 37년만에 드디어 고국땅을 밟았다.

▲ 33년만의 입국, 김성수 박사 내외의 고국에서의 설레는 3박4일

70년대 최종길 교수 사건과 87년 파독 광부 간첩단 사건의 배후 인물로 지목돼 입국이 불허되었던 김성수 박사가 33년만에 고국땅을 밟았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고향을 그리며 몇 만대의 비행기를 세었는지 모른다는 김성수 박사 부부.

입국허가가 난 뒤 독일에서의 기대에 찬 귀국준비와 눈물겨운 가족들과의 상봉 등 3박4일간의 고국 방문길을 담았다.

▲ 조건 없는 귀국을 보장받은 한통련, 병석에 누운 곽동의 의장 일본 현지 인터뷰.

지난 73년 일본에서 결성돼 김대중 전대통령 귀환촉구와 통일운동을 벌인 이유로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귀국이 허용되지 않았던 한통련(재일한국민족통일운동연합)은 이번에 조건없는 귀국을 보장받아 29명이 귀국길에 올랐다.

귀국소식에 기뻐하면서도 출국 전 임시여권의 발급이 늦춰져 불안해하는 모습 등 출국 전 한통련 사무실의 표정과 귀국후의 일정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한 모든 입국 준비를 마치고도 과로와 지병으로 쓰러져 43년만의 고향방문이 좌절된 곽동의 의장(73)의 병상과 고향인 남해의 현지 분위기를 취재했다.

이번에 입국한 한통련 소속 몇몇 인사들 중에는 한국 방문이 처음인 교포 2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일생을 바친 사람들. 과연 그들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인가.

▲ '이번에는 정말 갈 수 있는 건가'...순탄치 않았던 해외민주인사 입국과정
그리고 법무부, 국정원의 인터뷰

수 십 년만에 열린 귀국길 이었으나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만은 않았다. 여권 발급이 늦어지는 등의 관계 당국과의 줄다리기, 매일매일 언론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비행기에 오르기까지의 초조했던 과정.

이들의 귀국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독일과 일본 현지에서 취재를 시작해 수십년만에 고향을 방문하는 심정과 입국 절차 등 모든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한 이번 방문을 계기로 이들의 명예회복과 자유로운 귀국이 보장받을 수 있는지 법무부와 국정원의 입장을 들어본다.

▲ 끝내 귀국하지 않은 사람들...'못 가는 것이 아니라 안 가는 것이다'

재일 통일운동가 정경모 선생은 관계 당국이 '자수서'를 요구해 귀국 기회를 포기했다.

이번에 입국한 해외민주인사들은 70, 80년대 군사독재에 항거해 한국의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나 그동안 친북인사, 간첩 등으로 몰려 수 십년 동안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이들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귀국을 포기한 20여명은 정부의 공식적인 초청, 민주화 업적 인정 등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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