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일간 스포츠’가 서귀포의 강창학 구장을 혹평했다고 한다.

‘일간 스포츠’는 전북현대와 일본 J리그 주빌로 이와타간의 AFC(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가 지난달 이곳에서 개최된 것과 관련 ‘주빌로 이와타의 최대의 적은 열악한 잔디’라고 보도했다.


‘일간 스포츠’는 “강창학 구장은 정비 불량으로 흙이 노출되고 보조경기장으로는 북풍이 심해 적절치 않은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이 보도의 진위나 국제적 비난을 받는 것을 새삼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본인이 극구 사양하던 이름을 빌려 구장을 명명(命名)했다면 누(累)를 끼치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구장에 이름을 허락한 분은 고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고 강창학 선생은 1926년 서귀포시의 하효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서귀포시를 지키시다 2003년 1월 77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분이다.


운고(雲皐)라는 호에 맞게 서귀포시민이 추앙하는 인물로 앞에 나서서 일을 하기보다 뒤에서 숨어서 한 선행이 더 많은 분이다.


제주 경제는 물론 문화·체육계에도 남들은 따라오기 힘든 많은 족적을 남기셨다.
노년에 들어서도 외국서적을 탐독할 만큼 학구적이고 이웃의 아픔을 나누어가지던 든든한 어른이셨다.


성요셉양로원 기증을 비롯 적십자 박애상 금장을 받을 만큼 본인의 부(富)를 결코 개인의 것으로 여기지 않는 평생 어려운 실천을 실행해 오신 분이셨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88년 9월 본인은 지금의 구장 주변 7만7000여평을 선뜻 서귀포시에 기증했다.


당시 시가로 50억원을 넘는 넓은 땅이었다.
이 땅을 기증받은 서귀포시는 이 일대 체육공원 조성사업을 폈다.


그 첫째가 88체육관이고 다음이 고인의 이름을 명명한 구장이다.
구장을 건립하면서 호나 이름의 구장 명명을 부탁했지만 본인을 극구 사양하다 간청에 못 이겨 끝내는 이름 사용을 승낙했다고 한다.


부지기증의 숭고한 뜻도 그렇지만 힘들게 구장 명명을 승낙 받았으면 건립이나 관리도 허술함이 없어야 한다.


운고 선생의 평소 성품으로 이름의 명명을 선뜻 승낙하실 분이 아니라는 것은 같은 시대를 산 지인이나 50줄 이상의 지역민은 누구나 인정하는 내용이다.


그러기에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산자의 몫이기도 하다.
언덕위의 구름인 고인의 호처럼 어쩌면 고인은 미덥지 않은 사후관리를 생전에 벌써 알고 계셨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극구 명명을 거절 했을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거절의 이유는 나서길 좋아하지 않는 올 곧은 성품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년부터 장년의 나이까지 먼 발치에서 고인을 보아온 필자의 기억으로는 더욱 그러하다.
구름처럼 왔다가 달처럼 가시면서 남긴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실행하는 것은 우리들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일간스포츠의 혹평은 다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일본의 나무람에는 절로 분개해지는 삼월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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