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모으기 운동이 한창이다. 고철 수거의 날도 생겨났다. 국제 고철 값이 크게 뛰는 바람에 철근 내수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오는 4월10일까지 범도민 고철 모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도의 협조요청에 따라 각급 학교별로 고철·캔 모으기 운동도 추진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내팽개쳤던 고철이 빛을 내고 있다.

고철하면 떠오르는 게 엿장수다. 엿장수는 보릿고개 세대를 향수에 젖게 했던 가난하던 시절의 직업 가운데 하나다. 녹슨 쇠붙이를 내밀며 “아저씨, 엿 많이 주세요”하면, “그거야 내 마음이지”라며 판때기 엿을 엿가위로 탁탁 끌을 쳐서 엿을 끊어내던 그 엿장수. 지금 생각하면  엿장수는 지금 생각하면 제1의 환경지킴이이자 재활용 생활문화의 매개체였다.

그 시절, '철컥 철컥…'가위소리의 엿장수가 나타나면 아이들은 신이 났다. 필자 또한 유년 시절 동네 꼬맹이들과 공사장에서 주운 철사와 구리, 구부러진 못을 모아 엿과 바꿔 먹은 적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검정고무신은 흰 고무신보다 값이 덜 나갔다. 그라고 플라스틱 바가지와 구멍 뚫린 양은 냄비, 빈병, 신문지와 폐휴지, 독가루(부대시멘트)부대…. 지금은 아무렇게나 버리는 쓰레기도 그때는 정말 소중한 자원이었고, 그래서 아무리 하잘 것 없는 물건도 엿장수 아저씨는 친절히도 다 받았다.

내 친구 놈은 땜장이가 오면 때우려고 한쪽에 치워둔 구멍난 양은솥을 들고 나갔다가 어머니한테 종아리를 맞고는 팔자걸음으로 학교에 가야 했다.

그러나 입안 가득 찐득찐득 달라붙는 엿을 오물대며 녹여 먹는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어머니의 눈을 피해 기어코 못쓰는 쇠붙이를 찾아내곤 했다.
        
내 기억으로는 엿장수가 고물 가운데 쇠붙이를 가장 좋아했던 것 같다. 무쇠 솥 단지, 화로, 쟁기보습, 구리처럼 값나가는 물건은 돈으로도 셈해줬다. 돈이 없으면 '무궁화비누' '벌꿀비누 3000' '천사'상표나 '유엔'상표의 육각성냥으로 바꿔줬다.

지금도 엿장수는 있다. 그러나 각설이 풍물 엿장수다. 기능이 엄연히 다르다. 고물을 엿으로 바꿔주는 게 아니라 돈을 받고 엿을 판다.

고철 모으기 운동은 어찌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격이다. 고철 모으기 운동을 보면서 재활용 생활문화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엿장수가 남아 있다면 자원의 재활용은 캠페인을 벌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외환위기에 따른 국제통화기금 체제를 거치면서 우리는 '아나바다'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내용의 재활용 운동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벤트 행사로 전락했다.

엿장수의 기능이 과거의 사라진 정경들에 대한 추억과 함께 심심찮게 얘깃거리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고철 모으기 운동을 통해 재활용 문화에 대한 재인식과 함께 옛것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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