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씨가 과연 봄날씨인가하고 새삼 의문을 들게 할 만큼 한 차례의 차가운 눈과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학교 캠퍼스에는 따스한 햇살만큼 밝은 표정의 새내기들로 다시금 역동하는 열정과 기운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내 무엇인가가 빠져있음에 한숨을 내쉬게 된다.

젊음! 그 한 단어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을만큼의 대학생활.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보다도 더 뜨거운 가슴과 그동안 걸러져왔고 숨겨져왔던 진실의 한 면들을 보고자하는 냉철한 머리를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어느 강좌를 들어야 점수를 높고 쉽게 얻을 수 있으며 어느 책으로 어떤 방식의 공부를 해야 영어 점수를 올릴 수 있는가에 그들의 중추신경를 비롯해 말초신경들이 꽂혀있다.

그들에게는 이미 결정되어버린 이라크 파병의 부당성은 진부한 얘기가 되어버렸으며 아직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울부짖고 있을 의문사 가족들의 투쟁은 딴 나라 얘기처럼 들리고 한마음 한뜻으로 촛불을 들고 참여했을 미선이 효순이 추모시위는 영어단어에 밀려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을 추억일뿐이다.

왜 국내기업들의 입사시험에 영어성적을 기준으로 삼느냐는 질문에 별다른 기준이 없어서 그렇다는 질문으로 얼버무리고 만다. 왜 다른 기준이 없을 수 있는가? 정작 기업에 들어가 써먹을 실무적인 능력을 재는 기준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물론 영어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으니까 별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기업들의 구차한 변명이 있을 뿐이고 그들의 변명에 반대로 생각하지도 않은 채 고개를 끄덕거리는 부끄러운 우리들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그들이 캠퍼스내에서 짓고 있는 웃음뒤에는 순수함이 묻어날망정 대학생이라면 가져야 할 진지함, 냉철함, 역사를 바로보아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설계하려는 적극성은 볼 수 없다.

04학번 새내기들을 '공포학번'이라고 부른단다. 난 04학번만큼이라도 이 사회의 부조리에 소리칠 수 있고 자신의 기득권을 악용하고 하나라도 더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수구세력들에 대해 회심의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힘을 기르기 바란다. 이 대한민국 사회를 좀먹는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더이상 민중들의 힘으로 뽑은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사건 등의 뒷통수 때리는 일이 없도록…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