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주부대상의 TV프로를 봤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40대 주부가 나왔다. 왜 사는지 하루하루가 허무해서 눈물만 나온다고 했다.

애들을 다 키우고 나니 혼자 남겨진 기분이라고 했다. 하는 일 없이 이렇게 늙어 갈 것인가 하니 비참한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상담역으로는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는 세 분의 선생님이 나와 앉아 있었다.

요즘 특히 40대 주부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는 모습을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서도 많이 본다.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녀들이 우울 한 것은 돈 벌 곳이 없다는 이유보다도, 오히려 사는 보람을 찾지 못하는 데서 우울일 게다. 누구도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인간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슬픔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해서 상담역으로 나와 있는 한 분은 아무 일이나 찾아서 자원봉사를 하라고 권했다. 오해가 없기를 바라지만 나는 자원봉사라고? 하며 뇌까렸다.

사는 보람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주변에서는 곧 자원봉사를 하라고 권한다. 그것에 나는 언제나 의심을 품어 왔다.

십년 전, 작가가 되고 싶었을 때 나는 일이 없었다. 매일 책을 읽고 매일 영화관엘 다녔다. 음악회에도 갔다.
모두가 작가가 되기 위한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런 사회적 책임도 없고 평판도 없는 나날은 허무했다. 그래도 애써 ‘지금은 자신을 닦아야 하는 시기다. 게으름을 피우면 진다. 닦고 있으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고 믿고 있었다.

믿는 게 살아가는 보람이기도 했다. 그런데 주변은 내가 살아가는 보람을 잃어 버렸다고 생각했는지, 자원봉사라도 하라고 야단이었다. 나는 솔직히 그 때 타인에게 친절하게 할 수 있는 심정이 아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후, 나는 자원봉사 활동을 가끔씩 한다. 자기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무엇이 있으니까, 자원봉사를 할 마음도 생겼다.

자원봉사라는 것도 어딘가 자기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을 갖고 있지 않으면 사는 보람이 되기 어렵다. 물론 자원봉사 그 자체가 자기증명이 되는 경우라면 가장 바람직하다. 일이든 육아든 취미든, 무엇인가 하나 ‘가장 자기답게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다면 타인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럴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일이 없을 때는 자신을 닦는 데 주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은 살아가는데 희망을 준다.
언젠가는 자기 스스로 타인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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